

제가 너무너무 좋아하는 것들이 올해 나란히 30주년을 맞습니다. 바로 포켓몬과 서울인권영화제(이하 서인영)입니다. 지금이야 포켓몬도 영화도 너무나 쉽게 방구석에서 클릭 한 번이면 즐길 수 있지만, 30년 전 한국의 미디어 환경은 사뭇 달랐습니다.
오랜 군부독재 끝 김영삼 문민정부가 들어선 시기였던 1996년은, 검열과 표현의 자유 침해에 억눌려있던 것들이 터져나오던 시기였습니다. 일제강점기부터 이어온 영화 사전검열(사전심의)가 마침내 위헌 판결을 받은 해이기도 합니다. 이 역동적인 변화 속, 인권운동사랑방은 제1회 인권영화제를 개최했습니다. 1회 때는 안기부의 압력으로 장소 대관조차 쉽지 않았다고 합니다. 제2회 인권영화제에서는 제주 4.3에 관한 다큐멘터리 <레드 헌트>를 상영했다는 이유로 집행위원장이 국가보안법으로 구속되기도 했습니다. 이후 2000년대 들어서는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의 직접적 피해를 입기도 하는 등 서인영의 역사는 검열에 맞서 표현의 자유를 향한 저항 그 자체였습니다.
30주년을 맞아, 서인영에서는 단체의 활동을 되돌아보고 레거시를 잇고자 하는 마음으로 그동안의 자료를 정리하고 있습니다. 창고에 쌓인 비디오테이프부터 홈페이지에 흩어져있는 디지털 유적들까지 차곡차곡 정리 중입니다. 오래된 필름 속에는 지금까지도 활동하고 계시는 활동가들의 반가운 얼굴부터, 미처 몰랐던 투쟁 현장까지 오롯이 담겨있었는데요. 돌아보니 한국 표현의 자유의 위기와 진전 매 순간에 서인영이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도 더욱 복잡해진 미디어 환경 속 표현의 자유란 어떤 의미와 모습이어야 할지 고민하는 것이겠구나, 다시 한번 새기는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반갑고, 기억해야 할 순간들은 아카이빙 작업을 거쳐 뉴스레터 울림 등 다양한 채널로 공개될 예정입니다. 과거 사진, 영상 등 제보도 활발히 받고 있으니 서인영의 역사에 함께한 이들이라면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무엇보다, 앞으로의 30년을 위해 단체의 재정적 기반을 단단히 하는 것이 절실합니다. 영화와 인권의 소중함을 아는 멋진 당신에게 후원을 부탁드립니다.
– 서울인권영화제 이음활동가 미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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