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송환> 프로그램 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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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이들에게 ‘한국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한반도 분단의 역사 속에서 북한 출신의 전향 장기수들은 수십 년 동안 옥살이를 하고, 그 후에도 고향에 돌아가지 못했다. 이들에게 ‘집’은 일상의 공간이 아니라 그리움의 공간이다. 바랜 사진 속에서나, 희미한 기억 속에서나, 어쩌면 텔레비전 속에서나 만날 수 있을 그곳. “내가 날아간다면 저만큼만 가면 내 고향인데, 고향에도 산 사람이 있을까” 하고 하염없이 그리게 되는 곳.

이들은 언젠가 통일이 되면 고향에 가볼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품고 있지만, ‘통일’은커녕, ‘송환’은커녕, 일시적인 ‘금강산 관광’마저 불발된다. 그뿐일까. 국가보안법의 세계에서, 이들은 어떤 사람들에게는 “미친놈들” 취급을 받고, 어떤 사람들에게는 “나라를 망친다”는 소리도 듣는다. 옥살이를 하고 나온 세상에서, 이들은 ‘환영받는 존재’가 아니다.

물론 이들에게도 ‘이곳’ 남한에서의 일상이 있고, 희로애락이 있다. “웃을 줄도 알고, 울 줄도 알고, 화도 낼 줄 아는” 이들은 서로의 집에 놀러 가고, ‘만남의 집’에 모이고, 폐지를 줍고, 텃밭을 가꾸고, 피아노를 치고, 글을 쓴다. 글씨도 못 쓰고 받침도 틀리지만 계속 쓰려고 한다. 그것이 그들 스스로를 ‘표현’하고 서로가 이야기를 나누는 방법이기에.

2004년 <송환>의 개봉 이후 주인공 김영식은 영화에 대해 “미국에 대한 비판이 부족하다”고 평한다. 김영식에게서 ‘집’을 빼앗은 것은 열강의 놀음일 터이나, 이들에게 집을 돌려줄 수 있는 열쇠를 쥔 것 역시 그 열강이라는 점은 얄궂다. 영화 <2차 송환>을 상영하는 2022년 현재, 생존해 있는 2차 송환 신청자들의 평균 나이 91세. 국내외 정세는 악화일로로 치닫고, “언젠가 이들은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라는 물음에 긍정적으로 답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들과 함께 ‘분단’과 ‘통일’을 이야기한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서울인권영화제 프로그램 팀

영화별 상영 시간표

스틸컷1. 녹색 식물이 가득한 마당. 김영식 선생이 돋보기로 작은 나무의 이파리를 들여다 본다.
  • 2022년 09월 15일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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