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6일 목요일 저녁, 평소라면 서울인권영화제 전체회의가 있었을 시간, 그러나 이번주에는 회의를 하지 않았습니다. 왜냐! <당신과 나를 잇는 법> 수어민들레 공동체상영에 다녀왔기 때문입니다.
서울인권영화제 활동가 고운이 협력 프로듀서로 함께하기도 했고 지난 25회 서울인권영화제 “역행의 시대를 역행하라”에서도 특별상영 되었던 영화가 바로 <당신과 나를 잇는 법>입니다. 지난 8월 25일 기획상영회에 오신 분들도 계실 테고, 아쉽게 못 오신 분들도 계실 거예요. 2030 신진 여성 감독들이 감각한 차별의 이야기, 그리고 그 너머 평등의 자리를 함께 만들고자 하는 영화로서 <당신과 나를 잇는 법>은 공동체상영 신청도 열심히 받고 기획하고 있답니다. 그 첫 자리를 수어민들레에서 꾸려보았어요.
수어민들레는 수어가 민들레씨처럼 바람 날개를 달고 모두의 언어로 소통되길 바라며 활동하고 있는 곳이라고 합니다. <당신과 나를 잇는 법>과는 특별한 인연을 가지고 있는데요. 지난 기획상영회 당시 먼저 수어통역 상영본 제작을 제안 주신 덕분에 기획상영회에서 농인관객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상영본을 제작하기 위해 영화를 이해하고, 이를 수어로 번역하는 과정도 아주 세심하게 공들여서 작업했어요. 덕분에 어제 수어민들레 공동체상영에서 회원들과 함께 영화를 진심으로 보고, 또 영화가 끝난 이후에도 진심어린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답니다.
관객과의 대화는 고운의 진행으로 수어민들레 활동가 지혜원님, <당신과 나를 잇는 법> 공동연출 임수빈 감독님을 모셨습니다. 대화 시작 전 떨리는 마음도 잠시, 준비해온 질문을 다 할 수 없을 정도로 관객들의 질문과 감상이 줄줄이 이어졌습니다. 자막해설과 수어통역이 있는 영화를 함께 보는 경험, 수어민들레 공동체 안에서 페미니즘을 이야기하는 경험 등 각자의 소중한 생각과 마음을 나눠주셨습니다. 진행자 역시 농인 공동체를 대상으로 상영을 진행해본 것이 처음이라 정말 귀중한 시간이었고 힘이 듬뿍 나는 시간이었답니다.
사실 극장의 풍경도 지금까지 경험한 것들과는 사뭇 달랐어요. 어린이 관객들이(누가 보호자인지 알기 어려울 정도로 모든 이들이 어린이 관객들에게 정말 다정했답니다)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며 스크린 앞 안락의자에 눕기도 했고요, 조명을 켠 채로 영화를 상영했습니다. 어린이 관객들 때문에 그런가, 했는데 영화를 보면서 옆 사람과 감상을 나누려면 수어로 소통을 해야 하는데 암전된 극장에서는 그게 어렵기 때문이었습니다. 관객과의 대화 중 한 분의 말씀을 빌리자면, “장벽이 없는 영화를 만드는 것만큼이나 장벽이 없는 상영 환경을 만드는 것도 중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환경은 아주 다양할 수 있겠지요.
아쉬운 마음은 뒤풀이에서 살짝 달래고 다음을 기약하며 헤어졌습니다. <당신과 나를 잇는 법> 공동체상영도 쭉 계속될 테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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