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마로니에공원에서 처음 모인 지 일주일이 지나, 두 번째 워크숍이 열렸습니다. 토요일 아침부터 줌을 열고 떨리는 마음으로 착석! 원래는 사전 요가 타임을 기획했는데요 다들 20분만 더 자고 싶다는 마음으로 대동단결하여 요가는 시원하게 패스했습니다.
프로그램 기획팀에서는 이번 워크숍의 콘셉트를 “마주하다: 나의 이야기, 당신의 이야기”로 잡았습니다. 나의 이야기에서 시작하여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만나고, 서로의 이야기가 어떻게 연결되고 어디에 어떻게 담기는지 살펴볼 수 있길 바라며 기획한 시간이었습니다. 그래서 첫 번째 순서로 레나 활동가가 세 가지 질문을 준비했습니다. 줌 화면을 옹기종기 채운 활동가들이 온라인 게시판에 ‘내가 요즘 관심있는 것’, ‘내가 요즘 관심있는 인권 이슈’를 주제로 포스트잇을 붙이고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세 번째 질문을 할 틈도 없이 한 시간이 후딱 지나가버렸어요…
이야기를 더 이어나가고 싶었지만, 저희에게는 두 분의 손님이 연달아 계셨기 때문에 세 번째 질문은 잠시 미뤄두었습니다. 첫 번째 이야기손님은 차별금지법제정연대의 공동집행위원으로 맹활약 중인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 몽님이었습니다.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운동을 중심으로 교차성과 반차별에 대해 이야기를 청했습니다. 평등으로 나아가는 역사가 곧 투쟁의 역사가 된 이유와 함께, 차별에 맞서 우리가 어떻게 함께해야 하는지 생각해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역시나 시간은 모자랐지만(😂) 다들 눈을 반짝이며 ‘나’와 ‘당신’의 이야기가 만나 우리의 싸움이 되는 과정을 함께 고민했습니다. 마지막에 서울인권영화제 자원활동가 레나님은 잠시만 ‘주접’을 떨겠다며, “대충 다 아는 내용이지 싶다가도 ‘내가 자원활동을 왜 하려고 했지?’하는 마음을 다잡게 된 것 같다”고 말문을 열었습니다. 내가 놓치는 부분을 다른 활동가들이 봐줄 수 있고, 그렇게 프로그래밍해오고 자원활동을 해왔던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앞으로 우리들이 만들어나갈 시간에 대해 기대가 많이 된다는 이야기를 남겨주셨습니다. 한정된 시간이 아쉬웠지만 평등텐트촌이 진행되는 국회에서, 그리고 또 영화제에서 다시 만나길 바란다는 인사와 함께 단체 사진도 찍었답니다.
두 번째 이야기손님은 성적소수문화인권연대 연분홍치마의 활동가 넝쿨님이었습니다. 미디어활동가로서의 고민과 작업 등을 통해 ‘인권영화’란 무엇일지 이야기를 나눠보고자 마련한 시간이었는데요, 이야기 시간을 열며 “인권영화란 무엇일까?”에 대한 각자의 답변을 나누었습니다. 새로운 자원활동가 선우님이 먼저 “개인의 삶이나 경험을 넘어서서 우리 사회 동료 시민을 이해하고 생각의 폭을 넓힐 수 있는 문화적 매개체”라고 생각한다는 이야기를 해주셨습니다. 이어서 레나님은 “타인을 이해할 수 있는 지점과 없는 지점이 사람마다 다를 텐데, 영화 속에서 누군가의 삶을 따라가다 보면 이해의 범위가 넓어지곤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서 또다른 소중한 답변들이 많이 나왔습니다. 넝쿨 활동가는 “무엇이 인권영화인지도 중요하겠지만, 어떤 작품을 ‘인권영화’로 부를 수 있게 하는 게 상영활동이기도 하다”는 이야기를 보태며 미디어활동 경험과 그 속에서의 고민들을 나눠주셨습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서울인권영화제의 활동가로서 우리는 영화를 통해 어떻게 인권의 서사를 전할 것인지 속깊은 이야기를 많이 나눌 수 있어 즐거웠답니다!
그렇게 워크숍을 정리할 시간이 다가오고… 앞서 하지 못했던 세 번째 질문을 나눠보았습니다. 바로 25회 서울인권영화제를 함께 해나갈 우리, 어떤 기대와 포부 또는 희망 또는 걱정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얼굴을 마주하고 있진 못했지만 패들릿에 각자의 기대와 걱정 등등을 쓰고 이야기하며 그래, 어쨌거나 즐겁게 해보자! 하는 실없는 말도 해보고 걱정이 많았는데 여러분을 만나서 힘이 납니다! 하는 달달한 얘기도 나눴답니다. 정말 힘이 나는 하루였습니다. 25회 서울인권영화제 활동가들과 함께할 앞으로의 시간이 왠지 반짝반짝 빛이 나는 것 같아요. 때로는 막막할 때도 있겠지만 든든한 동료가 곁에 있다는 크나큰 위안 덕분이겠지요!
고운(서울인권영화제 상임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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