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1일 송년회를 하기 전, 서울인권영화제 사무실에선 장애인접근권 워크숍이 진행되었습니다. 특정한 장소에 모여 시청각 매체인 영화를 함께 보는 형식을 취하는 영화제, 그리고 영화제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어떻게 더 많은 이들과 함께할 수 있을까요? 이날 워크숍에선 장애인접근권이란 도대체 무엇인지, 영화제에 장애인접근권은 어떻게 적용될 수 있을지 함께 살펴보았습니다.
과거 관객으로 서인영에 갔을 때 가장 눈에 띄었던 건 스크린 위 자막해설과 수어통역, 관객과의 대화(TA) 내내 진행되던 수어통역과 문자통역이었는데요. 워크숍을 들으며 상영과 TA뿐 아니라 영화제 준비 과정에서부터 온라인 콘텐츠, 프로그램 노트, 화장실 등등 사람이 닿는 모든 곳엔 접근권에 대한 고민이 필요함을 구체적으로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서울인권영화제는 장애인접근권 보장을 위해 어떤 것들을 해오고 있을까요?
먼저, 서인영의 모든 상영작에는 한국어 자막해설과 한국수어통역이 삽입됩니다. 자막해설과
수어통역은 언어를 통해 작품 내용을 전달하는 영역이다 보니 표현에 더욱 신경 써야 합니다. 한국수어와 한국어는 별개의 언어이기에 모든 표현이 1:1로 통역되지 않습니다. 인권 현장에서 사용되는 언어나 신조어의 경우 수어로 새롭게 번역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고 합니다. 특히 성소수자 관련 수어 어휘의 경우, 차별적이거나 혐오적인 표현도 있어 새로운 어휘를 개발하여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자막해설을 작성할 때도 마찬가지로 혐오적, 차별적 표현은 없는지 확인하며 작성해야 합니다.
또한 관객과의 대화, 개폐막식 등 현장에서 이루어지는 대화에는 수어통역과 문자통역이 함께 진행되는데요. 여기서 잠깐! 왜 상영엔 자막해설과 수어가, 대화엔 문자통역과 수어가 둘 다 필요한 것일까요? 둘 중 하나만 있으면 되지 않을까요? 이는 저도 워크숍을 통해 처음 제대로 알게 되었는데요, 앞에도 언급했듯 한국어와 한국수어는 다른 언어이기에 한국어가 수어를, 수어가 한국어를 완전히 대체할 수 없으며, 사람마다 익숙한 언어가 다르기에 두 언어를 모두 사용할 때 접근성을 높일 수 있다고 합니다.
이외에도 온라인 이미지엔 대체텍스트를 삽입하고, 영화제 현장에 점자 리플릿을 배치하며, 단체 소개나 영화제 안내 등의 글은 최대한 ‘읽기 쉬운 자료(이지리딩)’로 작성하는 등의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장애인접근권과 관련된 사항을 줄줄 적어보았는데요. 이 뉴스레터에 적지 못한 이야기들도 많고, 적어놓은 것들 또한 막상 실현하기 위해선 여러 고민과 논의를 필요로 할 것입니다. 그렇기에 워크숍 마지막엔 장애인접근권과 관련해 맞닥뜨릴 수 있는 여러 문제상황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활동가들을 고민에 빠뜨린 질문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 대관한 극장 화장실에 휠체어가 들어갈 수 없어요. 어떻게 해야 하나요?
- 수어통역사 섭외가 보통 한 시간에 20만원이라고 하던데, 예산이 부족해요. 발화자가 많은 행사라서 통역사가 최소 2인이 있어야 할 것 같은데 방법이 없을까요?
- 시간과 예산이 한정적인데 모든 영화에 화면해설을 제작할 수가 없어요. 어떤 기준으로 화면해설을 제작할 영화를 선택하면 좋을까요?
정말 어렵죠… 특히 예산과 관련해서는 뾰족한 답을 찾기 어려웠는데요. 당장 완벽한 정답을 찾을 순 없더라도 접근권에 대해 계속 고민하고 시행착오를 겪어 나가는 것 자체가 중요하지 않나 싶습니다. 경험을 쌓고 빈틈을 메우다 보면 좀 더 촘촘하게,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접근권을 실현해나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영화는 모두의 인권을 이야기하지만 정작 그 영화를 보러 올 수 있는 사람은 한정되어 있다면 영화제의 현장은 공허한 모순과 한계를 품을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서울인권영화제에서 더 많은 분들의 얼굴을 마주할 수 있길 기대하며 2024년에도 우리가 함께 즐길 수 있는 방향에 대해 고민하며 나아가겠습니다. 🧑🦽🧑🦯🚶🧑🦼
서울인권영화제 자원활동가 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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