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했던 상영작 선정 과정을 마치고 숨을 돌리기도 잠시, 서인영은 6월부터 본격적으로 영화제 기조 논의와 프로그래밍에 돌입했습니다. 하나하나의 영화를 보고 상영을 할지 말지 판단하는 선정 과정과는 다르게 좁게는 이번 영화제에 출품된 작품의 전반적인 경향부터 넓게는 한국 사회의 분위기까지 고루 고려해야 하는 과정이라 개인적으로는 회의가 갈수록 어려워지는데요… 지금 인권 영화 창작자가 말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무엇일까, 서인영이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일까, 관객분들이 하고 싶은 말, 듣고 싶은 말은 무엇일까 고민하는 요즘입니다.
먼저 프로그래밍이 뭔지 더 자세히 살펴보자면요, 프로그래밍의 주된 과정은 섹션 구성입니다. 섹션 구성으로 영화들을 서로 엮어 각 영화가 얘기하고자 하는 바를 보완하고 강화할 수 있습니다. 프로그래밍 회의로 깨달은 것은 상투적으로 들릴 순 있겠지만 섹션 구성하는 법에 정답은 없다는 점입니다. 단순히 같은 주제를 다룬 영화끼리 엮을 수도 있지만, 때로는 영화의 톤을 고려하기도 하고, 영화를 어떤 틀로 해석할 수 있을지 고민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한 섹션을 구성했다가도 해체하고 재구성하는 일도 빈번한데요, 결국은 각 영화가 가진 잠재력을 최대한 끌어내기 위한 작업인 것 같다는 생각에 대충 하기 어려운 작업인 듯합니다. 이후에는 섹션에 알맞은 이름을 붙이고 나름의 순서를 정해서 섹션을 배치합니다. 이렇게 점점 영화제 전체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구체화됩니다.
영화제가 어떤 말을 하고 싶은지가 바로 영화제 기조이고 이를 한 마디로 담아낸 것이 슬로건일 텐데요. 프로그래밍이 영화 자체에 더 신경을 쓴다면 기조 논의에서는 우리 영화제가 놓인 현시대 상황을 더 고려 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영화 자체의 내용보다는 지금 우리는 어떤 생각과 감정으로 한국 사회를, 이 지구(!)를 살아가는지 이야기 나누며 정리합니다. 논의 중 한가지 공통된 이야기가 있었다면 희망이 희미해질수록 더 힘 나고 전복적인 문장을 찾자는 말이었습니다. 4년 만에 광장으로 돌아오는 영화제인 만큼 서인영 활동가와 관객분들 모두가 공감하고 힘을 얻을 수 있는 슬로건이 탄생하면 좋겠습니다.
광장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요, 7월 회의에서 중요한 것은 또 있습니다. 바로바로 마로니에 공원 사용 신청입니다. 그런데 7월 첫째 주 회의를 앞두고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날아왔습니다.
떨리는 마음으로 링크를 클릭하고 제가 마주한 것은… 9월에 마로니에 공원 사용이 어렵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얼떨결에 장소 물색까지 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는데요, 사실 다른 영화제처럼 실내 상영을 하거나 입장료를 받는다면 장소를 찾는 일이 그렇게까지 어렵진 않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서인영은 단순히 영화제일 뿐 아니라 상영을 통한 활동이라는 점에서 광장에서의 무료 상영 원칙은 어떤 일이 있어도 타협할 수 없는 원칙입니다.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영화제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장애인 접근권 고려도 필수적이고요. 여러모로 최적의 장소였던 마로니에 공원을 놓아주기 어렵지만 (ㅠㅠ) 저희의 원칙을 포기하지 않으며 다른 공간을 찾고 있습니다. 영화제 장소 선정까지도 허투루 하지 않는 서인영을 응원해 주세요. 무사히 여러분을 9월에 뵐 수 있길 바라며 저희는 하던 대로 열심히 준비하겠습니다.
서울인권영화제 자원활동가 미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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