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펼치기] 장애인문화예술 검열하는 서울시 규탄 기자회견

소식

장애인문화예술 검열하는 서울시 규탄 기자회견

불온한 몸으로, 연약한 몸짓으로, 거대한 폭풍을

 

사진1. “문화예술 검열하는 서울시 규탄 기자회견”이 진행 중이다. 서울시청 앞에서 참여자들은 서울시 장애인인권영화제 예산 미집행과 서울시 문화예술 블랙리스트를 규탄하는 피켓을 각각 들고 있다.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 박김영희 조직위원장이 마이크를 들고 발언하고 있다.
사진1. “문화예술 검열하는 서울시 규탄 기자회견”이 진행 중이다. 서울시청 앞에서 참여자들은 서울시 장애인인권영화제 예산 미집행과 서울시 문화예술 블랙리스트를 규탄하는 피켓을 각각 들고 있다.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 박김영희 조직위원장이 마이크를 들고 발언하고 있다.

서울시가 4년간 지원해 오던 ‘장애인인권영화제’ 예산을 미집행하며 올해 ‘장애인인권영화제’를 개최하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2003년부터 장애인권과 장애운동을 스크린과 객석에 펼쳐 온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를 가로막겠다는 알량한 검열입니다. 이에 맞서 22회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 개최 의지를 다지고, 이를 위해 연대의 힘을 모으는 기자회견이 지난 3월 5일 11시 서울시청 앞에서 있었습니다. 서울인권영화제도 동료 인권영화제로서 분노의 마음으로 함께했습니다. 고운 활동가의 발언과 함께 소식을 공유합니다.


“안녕하세요, 서울인권영화제 상임활동가 고운입니다.

사실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와 서울인권영화제를 간혹 헷갈리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지난 상영작 중에 어떤 영화를 다시 보고 싶다 하시는데 저희 상영작이 아니어서 “혹시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를 찾으시나요?”라고 여쭤보면 거의 그렇다고 하시더라고요. 사실 이름도 비슷하고, 저희도 코로나 이전에는 마로니에공원에서 영화제를 진행했고… 무엇보다 서울인권영화제나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나 ‘인권영화제’입니다. 인권영화제 활동가로서, 함께 분노하는 마음으로 달려왔습니다.

인권영화제는 영화제를 개최하는 조직이면서 동시에 인권운동을 하는 곳입니다. 영화제로써 인권운동을 하기 위해 여러 활동가들이 모여 밤낮으로 고민하고 토론하고 준비합니다. 상영작들 역시 그러합니다. 인권영화제에서 상영되는 인권영화들은 CGV나 롯데시네마에서 보기 어려운 작품들입니다. 자본이나 권력의 편이 아닌 인간의 편에서, 삶의 서사와 투쟁의 현장을 담은 이야기들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영화를 모아 상영하고, 관련 활동가들과 당사자들이 모여 이야기 나누고, 새로운 관객을 만나는 인권영화제는 만남의 광장이자 연대의 공간입니다. 때로는 서로의 아픔에 함께 눈물 흘리고, 때로는 승리를 기념하거나 기원하며 투쟁의 의지를 다집니다. 한편 그러한 광장에서 누군가 차별 받거나 배제되지 않도록, 평등한 공간을 만들기 위해 애씁니다. 한땀한땀 자막해설을 제작하고, 한국수어 통역을 촬영하고 편집하고, 휠체어가 접근할 수 있는 경로와 화장실을 찾습니다. 인권영화는 누구나 차별 없이 만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는 2003년 이후로 매년 장애인권과 장애운동의 현장을 담은 영화를 소개해왔습니다. 그 프로그램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장애인권과 운동의 발자취를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는 치열하게 연대의 광장을 열어왔습니다. 차별과 배제 없는 상영 환경 조성을 위해 여러 시도를 하고, 배리어프리제작학교를 진행하며 이러한 시도가 영화제 바깥에서도 이어질 수 있도록 했습니다. 존재 자체로 소중하고 귀한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의 이러한 활동에, 서울시의 응답은 고작 ’선정 단체 없음’입니까?

지난해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의 슬로건은 “열차가 어둠을 헤치고”였습니다. 우리는 이 열차의 의미를 알고 있습니다. 누군가는 문 밖으로 나가지 못한 채 10년을 갇혀있고 누군가는 지하철 10분 지연에 분통을 터뜨립니다. 휠체어를 타고 들어갈 수 있는 유일한 개찰구를 ‘시위 가는 거 아니냐’며 역무원이 막아섭니다. 지하철을 타는 장애인을, 피켓을 든 장애인을 ‘불법’이라고 연행해갑니다. 우리가 원하는 열차는 그 누구도 막지 않는 열차, 누구나 평등하게 탑승할 수 있는 열차, 장애인이 자유롭게 탈 수 있는 열차입니다. 그 열차는 그냥 칙칙폭폭 달리지 않습니다. 함께 살기 위해 마주하고 울림을 만드는 사회, 차별과 배제로 돌아가지 않는 사회, 있는 그대로의 나와 너를 보는 사회,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세상, 혁명의 시작을 만드는 선언이자 약속으로 열차는 달립니다. 열차는 달리며 불평등한 세상을, 혐오와 차별이 당연한 세상을 변화시키고 역사를 만들어갑니다. ‘비문명’이라고 말도 안 되는 혐오발언을 일삼는 정치를 뒤로 하고, 명백한 블랙리스트로 검열하는 서울시를 딛고, 어떻게든 장애운동을 지우고 부수려는 ‘어둠’을 헤치고 열차는 달립니다.

사진2. 기자회견이 계속 진행 중이다. 서울인권영화제 활동가 고운이 연대발언문을 읽고 있다.
사진2. 기자회견이 계속 진행 중이다. 서울인권영화제 활동가 고운이 연대발언문을 읽고 있다.

사진2. 기자회견이 계속 진행 중이다. 서울인권영화제 활동가 고운이 연대발언문을 읽고 있다.

한편 지난해 인천시는 인천여성영화제 “환란의 시대: 무너뜨리고 연결하기”에 대해 공모사업 지원을 핑계로 “퀴어 영화는 인천 시민 모두가 동의하지 않고 갈등이 생길  향을 끼친”다며 성소수자 관련 영화 상영 취소를 요구했습니다. 얼마 전 종로구청은 고 백기완 선생 3주기 추모제에 대하여 ‘공원 조성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마로니에공원 사용을 불허했습니다. 참 다양한 방법으로 심의와 검열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에 대한 서울시의 장애인인권영화제 사업 미선정 사태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아 보입니다. 어둠을 헤치고 달리는 평등의 열차가 무서웠던 걸까요?

서울인권영화제는 표현의 자유를 위해 96년도부터 사전 심의를 거부한 채 영화제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사전 심의 없이 영화관에 들어가는 것은 ‘불법’이라 하여 거리로 나와 더 많은 이들을 만나고 더 넓은 하늘을 향해 존엄과 자유를, 평등을 외쳤습니다. 때로 우리에게는 이 작은 앰프가, 몇 인치 안 되는 스크린이, 우리의 이야기를 전할 유일한 길입니다. 사회적 약자/소수자로서 배제되어 온 경험이 많은 이들일수록 이 연대의 광장은 너무나 소중합니다. 때문에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를 지키는 것, 그 목적이 빤한 서울시에 함께 맞서는 것이, 지금 이 골때리는 검열의 현장을 함께 헤치고 달리는 것은 서울인권영화제의  책무이기도 합니다.

서울시는 속이 빤히 보이는 장애운동 죽이기를 이제 그만 멈추길 바랍니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없습니다. 미선정, 취소의 이름으로 심의와 검열을 계속하더라도 투쟁의 불씨는 꺼지지 않을 것입니다. 이 척박한 세상에서 21년 동안 뚜벅뚜벅 영화제 개최를 이어온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를 서울시가 무슨 수로 상대하겠다는 건지 도무지 모르겠습니다. 그게 얼마나 힘들고 고단한 일인지, 이걸 해내는 이들이 얼마나 대단한 이들인지, 무엇까지 할 수 있는지 모르는 것 같습니다. 우리는 불온한 몸으로, 연약한 몸짓으로, 거대한 폭풍을 만들어낼 것입니다. 어둠을 헤치고 끝내 모두의 존엄과 평등을 가져올 이 열차를 더 이상 막으려고 하지 마십시오.

당신과 나의 해방에, 인권영화제의 한 식구로서 끝까지 연대하겠습니다. 투쟁!”


 

– 서울인권영화제 상임활동가 고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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