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가편지] 농담과 옥상

소식

 

 농담이 없는 삶을 생각해 봅니다. 저는 농담이 없는 세계에서는 살아갈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잘 짜인 농담을 읽으면 마음이 벅찰 정도로 좋습니다. 웃음기 없는 농담도 좋아합니다. 웃음을 터트리지 않아도 마음이 녹는 그런 농담이요. 사랑하는 사람과 나누는 농담은 말할 것도 없이 행복합니다. 낯선 사람과 나누는 농담은 그 사람을 사랑스럽게 만듭니다. 물론, 무례하지 않은 농담 말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농담은 잘 짜인, 무례하지 않은, 누구도 상처받지 않는 농담입니다. 무해한 농담을 많이 해봅시다. 농담이 가지고 있는 부정적인 의미를 뒤집어 보아요. 동시에 농담은 가장 어려운 말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그 말을 잘 구사하는 사람을 보면 단순히 웃긴 것을 넘어서 경이로움까지 듭니다. 

 농담을 알아들으려면 어느 정도의 맥락이 있어야 합니다. 맥락을 오래 쌓아온 사람일수록 할 수 있는 농담이 많아집니다. 옥상에서 그 맥락을 쌓아온 사람과 농담을 나눈 적이 있습니다. 저희 집은 옥탑방이라 옥상이 있습니다. 집 안에 옥상으로 가는 문이 있어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집이라는 무서운 농담을 하기도 합니다. 아무튼, 옥상에 의자 두 개를 놓았습니다. 앉아서 담배를 피우려고요. 선선한 여름밤에 옥상 의자에 앉아 담배를 피우며 농담을 나누던 그 시간이 아득하고 즐겁습니다. 왜 저에게 소중한 기억은 자꾸만 아득해지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나눈 농담도 아득합니다. 어깨를 가볍게 치며 웃던 기억과 눈을 마주치며 이를 보이던 기억만 납니다. 옥상에서 나눈 농담은 정말, 정말 행복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나누는 농담은 우리만의 언어를 만들어나가는 과정 같습니다. 한 단어만 말해도 꺄르르 웃을 수 있는, 열렬한 환호를 얻을 수 있는 그런 언어 말입니다. 우리들만의 언어를 쌓아 갈 때의 즐거움을 영원토록 느끼고 싶습니다.

 농담과 옥상은 잘 어울리는 단어 같습니다. 저는 잘 어울리는 단어를 나열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가령 휴학과 바퀴벌레, 유혹과 술 같은 것이요. 저는 이런 웃기지도 않은 농담도 좋아합니다. 이런 것도 저에게는 농담이에요. 알고 계신 농담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저는 하루 종일 되뇌며 행복할 것 같습니다. 괜찮으시다면 농담이 조금은 섞인 하루를 보내 보시길 바랍니다. 그럼, 다음에 또 뵈어요.

서울인권영화제 자원활동가 은긍

 

24소식

댓글

타인을 비방하거나 혐오가 담긴 글은 예고 없이 삭제합니다.

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