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램 노트: 호스트 네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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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 미군 기지촌에 마련된 클럽에는 노래를 하고 주스를 팔아 생계를 유지하는 여성들이 있다. 그중 일부가 자국에서 빈곤 문제에 당면한 여성들로 연예비자인 E6비자를 받아 한국으로 이주해 온 경우이다.
여성의 빈곤 문제가 국가에 의해 적극적으로 구성된 기지촌과 만날 때, 이들의 서사는 쉽게 인신매매라는 이름으로 상상된다. 주한 미군과 한국 정부를 동력 삼아 작동하는 자본의 톱니가 빈곤 여성을 기지촌 내의 주요 역할자로 대우하다가도 불시에 피해자 위치로 전락시키기 때문이다.
실제로 어떤 여성은 인신매매의 공포를 느끼고, 또 어떤 여성은 기지촌에서 나오기 위해 시설에 의지하기도 한다. 그러나 시스템이 자기의 편리를 위해 어떤 존재에 대해서 이렇게 저렇게 배치시키도록 둔다면 우리는 <호스트네이션>의 마리아를 어떤 시선으로‘밖에는’ 바라볼 수 없게 된다.
지금 이대로의 생활로는 가족의 생계를 부양할 수 없겠다고 판단한 마리아가 매니저 욜리의 기숙 트레이닝 센터를 찾아가는 행위와, 연예비자를 받아 한국으로 이주해 기지촌에서 생활하며 “후회 없다”고 말하는 그 발화를, 우리는 어떻게 볼 것인가. 시스템이 배치한 틀을 깨고 바라볼 수는 없을까.

 

서울인권영화제 프로그램 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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