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응칵 호숫가의 집에 어렵게 정착해 살아왔다는 포브. 힘든 시절엔 이웃들이 그녀에게 병원 갈 돈을 삼삼오오 모아다 주었다. 이곳의 주민들은 그렇게 서로 도움을 주고 또 받으며 지내왔을 것이다. 배니는 그녀와 같은 마을에 살면서 우정을 나누어왔을 테고, 그들의 아이들은 동네 친구들과 물가에 조약돌을 던지며 노는 게 즐거운 놀이 중 하나였다. 승려 소바쓰 역시 그들과 더불어 살며 지역과 주민들의 안녕을 위하곤 했을 것이다. 보응칵 사람들은 이런 수많은 기억들을 겹겹이 쌓으며 살아가고 있었다.
그러던 중 캄보디아 정부는 지역 토지를 민간개발사에 임대하였고 그날부터 호수는 모래로 메워져 갔다. 난데없이 쳐들어온 개발사가 정작 삶을 영위해왔던 주민들을 내치고 땅의 주인행세를 하기 시작한 것이다. 개발사와 경찰은 주민들이 보는 앞에서 집을 허물고, 총을 쏘고, 폭력을 행사하며 사람들을 쫓아냈다. 매력적인 건물을 짓고 외국인이 북적거리는 관광도시를 만들려는 계획에, 주민들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들이 개발을 위해 호수를 메우고 집을 허무는 건, 말 그대로 단순히 ‘땅’이나 ‘집’만을 파괴하는 것이 아니다. 마을은 그저 하나의 땅 위에 각각의 주민들이 따로 살아가는 곳이 아니라, 서로의 일상이 얼기설기 이어져 관계와 삶들을 공유하는 공간이 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삶의 터전을 밀어내고 들어선 개발은 공간뿐만 아니라 그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관계, 기억들까지 흔들어 놓는다.
6년이 넘도록 주민들은 그들의 집과 삶, 관계, 기억들이 자리 잡은 공간을 지키기 위해 싸워나갔다. 그 시간 속에선 개발의 폭력과 협박에 맞서 같은 목소리를 내기도 했지만, 오랜 시간이 흘러 고된 싸움에 지쳐 일상으로 돌아가기도 했다. 서로에게 겨누던 손가락질과 비난으로 상처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마을 사람들은 호수를 둘러싸고 살아갔던 시간들을 모두 부정하는 것이 결코 아니다. 모래로 메워진 호수에 예전처럼 물이 흐르진 않을 테지만, 그들 삶의 공간이었던 보응칵 호수는 여전히 각자의 기억 속에 존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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