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램 노트: 있는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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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의 나를 죽이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예전의 나도 나였음을 받아들였다.’나 김도현을 설명할 수 있는 말을 찾은 후에 가능한 일이었다. FTM 트랜스젠더. 나의 존재를 규명하는 단어를 찾고 나서야 마침내 김도현은 자신을 인정하고, 세상에 자신을 드러낼 수 있었다.
분명 나를 사랑하고, 믿고, 지원해줄 거라 믿었던 이들이 나의 존재를 못 본 체한다. 나에게는 정말 소중한 것인데 다른 사람들에게는 그렇지 않아 보인다.
더 이상 그렇게 살 수는 없었다. 나의 존재를 인정하는 것을 넘어서 내 존재를 더욱 드러내고, 알려야 했다. 알리고 싶다. 더 이상 없는 사람으로 취급받기 싫다. 내 존재를 드러내는 것만으로도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다. 나의 존재를 명백한 단어로 정의했고 여기에 서서 호흡하지만, 아직도 나의 존재에 대해 찬성과 반대의 물음을 던지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그럴수록 그들을 향해 더 당당히 외친다. 그렇다면 당신이 정의하는 나는 무엇이냐고. 내가 나를 정의했으니, 여기 나를 보라고.

서울인권영화제 프로그램 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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