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소속 가로정비팀은 아현동 포장마차와 곱창 가게를 부수기 위해 용역 100여 명을 국가 예산으로 고용한다. 집행과정에서 불법과 폭력이 난무하는데 집행관은 구제 절차를 밟으라는 말뿐이다. 법에 따라 행해지는 강제철거에는 복잡한 법적 분쟁들이 얽혀있다. 사람들은 누가 진짜 가해자이고 피해자인지 따지기 위해 법으로 옳고 그름을 가른다. 분쟁 과정에서 생존의 절박함 밖에 없는 할머니들과 곱창집 주인은, 나름 법에 의거해 판단했다는 방관자들의 논의 속에서 열외 되고 ‘을질’하는 떼쟁이들이라 여겨지고 공격받는다. 자본가들의 소유권을 다른 사회적 권리를 압도하는 가치로 여기는 법은 고단한 삶의 절박한 목소리를 틀어막기 위해 잘 설계된 최첨단 장치 같다. 그래서 할머니들과 곱창집 주인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선 법을 가로질러야만 한다. 그것이 일상 곳곳에서 추방을 경험해 온 우리가 이곳에서 추방을 겪고 있는 이들을 향해 우정을 실천하는 고유한 연대 의식이다. 이 불온한 연대가 우리 사회에 더 널리 퍼져 이 땅의 추방당한 모두가 함께 생각하고 참여하고 창조하고 말하고 사랑하고 추측하고 열정적으로 끌어안고 삶을 긍정하기를.
서울인권영화제 프로그램 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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