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램 노트: 예외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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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벨라는 높은 곳에 위치해 ‘신들의 도시’라고 불린다. 신과 가장 가까이 살던 선주민들은 월드컵과 올림픽 개최를 위해 하루아침에 가장 낮은 곳으로 끌려 내려왔다. 정부는 그 땅에 공공성을 들이대며 경기장과 주차장, 복합쇼핑몰을 짓겠다고 한다. 이들이 없애겠다고 한 것은 단순히 낡고 허름한 집이 아닌 공간, 문화, 관계다. 삶이 다음 세대로 이어지는 통로를 파괴하는 것이다. 정부가 보호하는 ‘국민’에 파벨라 거주민들은 포함되지 않는다. 정부가 브라질의 전통과 통합을 강조할 때 선주민과 함께하는 모습은 빠지지 않는다. 하지만 정작 선주민 박물관 보존은 보류하며 그들의 실제 삶을 내팽개친다. 이들에게 선주민의 삶은 교정해야 하는 브라질의 ‘오류’다.

정부는 사람들의 현실을 보이지 않는 검은 커튼 뒤로 숨겼다. 커튼 밖 축제 무대는 더 크고 화려하게 치장하고, 커튼에 가려진 삶의 터전은 무서운 속도로 좁혀갔다. 커튼 뒤에는 주로 빈민, 소수인종이 모여 살고 있다. 그들이 생각하기에 그곳은, 반발할 힘이 없거나 항의해도 무시해버리기 쉬운 ‘약한 곳’이었다.

정부는 그곳에서 공권력을 앞세워 사람들을 진압하려고 했으나, 사람들은 그들이 원하는 방식대로 조용하게 있지도, 사라지지도 않았다. 그들이 ‘약하다’고 했던 삶의 방식은 꺼지지 않는 저항의 방식이었고, 사람들의 춤, 노래, 말하기, 생존은 그 자체로 짓이겨지지 않는 힘을 가졌다. 이들은 하나로 뭉쳐 저항하기도 했고 때로는 각자의 숨 쉴 곳을 찾아 흩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언제 어디서나 자신이 택한 방식으로 사는 것을 포기하지 않는다.

선주민의 움직임은 연대자들과 만나 더 큰 물결을 일으킨다. 이들은 의료 및 교육 서비스를 비롯한 각종 사회 문제, 그리고 나의 존재를 내 공간에서, 의회에서, 거리에서 함께 외친다. 오늘도 투쟁은 다양한 모습으로, 예외상태를 마주하고 저항하며, 나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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