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램 노트: 앨리스 죽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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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수립 이래 대한민국에서는 ‘반공’이라는 이념이 사회의 모든 것을 검열했다. 정부에 조금만이라도 비판적인 의사를 표명하는 사람이나 단체들은 ‘빨갱이‘로 몰려 정부의 탄압을 받았다. 수십 년간 이어진 군사독재가 무너지고 민주적 절차에 의해 정부가 성립되었지만, 반공 프레임은 여전히 견고하다. ‘종북’이라는 이름표가 붙는 순간 사회의 부정적인 시선에 시달리고, 때로는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다. 이로 인해 자유로운 의사표명에는 제약이 생기며, 사람들은 끊임없이 스스로를 재단해야만 한다. 민주공화국이란 이름에 걸맞지 않게 대한민국에서 표현의 자유는 아직 보장되고 있지 않다.
영화는 ‘종북’ 프레임의 희생자 신은미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신은미는 남편과 북한 여행을 다녀온 후, 여행기를 발행하고 토크 콘서트를 개최해 자신이 보고 들은 것을 전했다. 그러나 돌아온 것은 ‘종북 콘서트’라는 비난과 혐오세력의 황산 테러였다. 사실관계 파악도 없이 그녀의 말은 전부 거짓말이 되어있었다. 보수단체에게 신은미의 발언은 용납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들은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한다는 미명하에 ‘종북’으로 규정된 사람들에게 온갖 혐오를 표출한다. 그러나 정작 자신들이 민주주의의 가치를 훼손하고 있다는 것에는 신경 쓰지 않는다. 욕설을 퍼붓고, 황산을 뿌리는 등의 모든 행위는 ‘자유대한민국을 수호한다’는 명목으로 정당화된다.
보수단체 뒤에는 국가가 존재하고 있다. 국가는 보이지 않게 그들을 조종하고 있다. ‘국가 이념’의 이름 아래 신은미는 가족과 조국, 교민사회에서 배척되었다. 북한에 대해 우호적인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황산 테러를 당하고 강제 출국 당하는 사회를 과연 자유로운 민주사회라 부를 수 있을까. 대한민국은 아직 자유롭지 못하다. 우리는 사회에 소란을 일으키고자 한다. 이 적막을 깨부수기 위해, 이념 심판에서 자유롭고 다양성이 존중되는 사회를 이루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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