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램 노트: 바위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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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카나 학살 이후에도 그곳에서 살며 삶을 가꾸어 가는 여성들이 있다. 다림질을 하고, 배수가 안 돼 집에 차오르는 물을 퍼내는 마리카나의 여성들은, 서로의 안녕을 물으며 서로의 목소리가 된다. 각자의 눈물을 마주하고, 삶을 들으며 점점 마리카나 여성들은 론민(Lonmin)과 남아공 정부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와 감정을 모아간다.
그 기반을 딛고 프림로즈는 EFF 정당에 들어가 의회 발언권을 얻는다. 이는 아무리 소리쳐도 세상에 목소리가 전해지지 않던 마리카나 여성들에게 주어진 기회였다. 하지만 정치는 생각 같지 않았다. 프림로즈는 진보정당의 한 의원의 얼굴로 더 많이 비춰졌고, 프림로즈가 마리카나에 대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기회는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그리고 정치의 과정을 거치며 편집되고 재구성되는 프림로즈의 목소리는 더 이상 마리카나 여성들의 목소리와 닮아있지 않았다. 처음에는 분명 닮았던, 프림로즈의 얼굴과 마리카나 여성들의 삶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달라진다.
애초부터 마리카나의 투쟁은 정돈될 수 없는 서사였다. 마리카나 학살로 남편이 죽었지만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론민에 취직해야 했고, 아무리 기다려도 개발되지 않는 마리카나가 너무나 지겹지만 자신의 사람과 삶, 이야기의 터전이기에 사랑할 수밖에 없었다. 이처럼 마리카나 여성들의 목소리는 정치라는 정리된 방식으로 전해질 수는 없었다.
그렇기에 그녀들은 이제 시위에 나가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춘다. 숨기지 않고 자신들의 분노를 말한다. 의회가 아닌 거리에서, 세상이 편집할 수 없는 방식으로 자신들의 모습을 내비친다.
투쟁은 그 순간,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에게만 머물지 않는다. 천천히 파동을 만들며 투쟁 전후의 시간과 사람들에게 큰 영향을 끼친다. 그 면면은 결코 단일하지 않고, 수많은 이야기의 집합이다. 또한, 기존에 없던 이야기를 풀어내는 일이다. 그러므로, 투명하게 비춰지는 감정들을 마주하자. 목소리가 없던 여성들이 내는 목소리를 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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