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경제개발, 수해 예방, 수자원 확보, 수질 개선이라는 목표 아래 4대강 사업이 시작되었다. 사업계획에 따라 주요 4개 강인 한강, 낙동강, 영산강, 금강 주변에는 댐이 지어지기 시작했다. 애초에 허술하게 진행되었던 4대강 사업은 그 지역에 있던 자연환경, 문화재를 수몰시켰다. 사람들도 더 이상 그곳에서 살 수 없었다.
기프실 마을 또한 4대강의 마지막 사업인 영주댐 건설로 인해 사라질 마을 중 하나이다. 하천이 깊다 하여 기프실이라고 불리던 이곳은 더 이상 예전의 모습을 띠고 있지 않다. 영주댐이 마을 깊이까지 들어오는 내성천을 막아버렸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북적거리던 기프실은 이제 사람이 드문 곳이 되었다. 버스정류장에는 더 이상 기프실을 경유하지 않는다는 문구가 적혀있다. 새마을 운동이 진행될 때에도 보존했던 내성천의 고운 모래는 이제 딱딱하게 변해있다. 할머니는 이사 가는 것이 서글프니 묻지 말라고 한다. 내 삶이 깃들어 있는 공간을 떠나는 일은 이토록 쉽지 않다. 기프실 사람들은, 새로운 곳으로 이사를 가도 마을 사람들은 일상을 살아낼 것이다. 땅을 일구고, 나물을 캐면서. 그러나 그곳이 기프실과 같은 공간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누군가는 기프실을 발전을 위한 도구로 쓰지만 기프실 사람들에게 이 공간은 매일 등교하던 학교가 있는 곳이고, 힘들게 가꾼 집이며, 10년 동안 살았던 마을이다. 사람들의 손길과 자연의 흔적이 닿고 닿아 만들어진 이곳은 숫자로 환산될 수 있는 걸까. 국가경제개발이라는 목표 아래 삶터가 사라져도 되는 걸까. 마을 사람들의 삶과 분리되지 않는 이 공간을, 국가가 떼어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영상 속 사라져 가는 이 마을을 기억한다. 나와 이 공간은 완전히 분리되지 않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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