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네 개의 방을 소개하며 그 방에 사는 주인공 5명의 목소리로 공간을 채운다.
카메라는 퀴어의 방이라고 명명하고 담담하게 사는 이의 옷가지, 신발, 책들이 빼곡한 책장, 수저들 그리고 방밖에서는 내보일 수 없는 모습들과 정체성을 나타내는 스티커 같은 물건들을 비춘다. 주인공들은 가족과 함께 사는 집이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고 그곳을 탈주하여 나만의 공간을 만들고 그 공간에서 카메라를 향해 나의 정체성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퀴어들이 사는 방의 의미는 무엇일까? 그곳은 나의 정체성을 온전히 드러낼 수 있는 안전한 공간이다. 비록 그곳이 좁아 보이는 집의 한켠, 텐트의 한켠, 냉장고의 한켠일지라도 그 곳은 온전하게 나를 드러낼 수 있는 공간이며 나를 부정하지 않아도 되는, 내가 나로 존재할 수 있는 곳이다. 영화는 퀴어의 방을 나가면 만나는, 퀴어와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확장된다. 퀴어의 방 밖의 또 다른 이야기는 혈연 중심의 정상성 이데올로기에 균열을 내고 비정상성을 확장하고 정상성의 규범을 무너뜨리는 각자가 퀴어로서 살아가는 삶의 서사를 말하고 있다.
코로나19 위기에서 나는 안전한 사람인가, 이곳은 안전한 공간인가의 키워드는 더는 퀴어들만의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인간이면 누구나 나답게 살 수 있는 곳을 만드는 것이 가장 안전한 곳이 되는 것이며 어쩌면 안전한 퀴어들의 삶의 공간을 만드는 것이 우리 사회의 정상성의 규범을 깨부수는 열쇠일지도 모른다.
양선우/홀릭(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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