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기획! 인영의 인연들
서울인권영화제의 활동을 만들어나가고 지켜보고 함께하는 사람들을 소개하고픈 마음에 기획한 특집 인터뷰 시리즈! 서인영의 인연들을 만나보는 시간, “인영의 인연들”입니다. 첫 번째 인연들은, 올해부터 서인영 활동을 함께하게 된 자원활동가이자 울림의 든든한 편집자인 마주&소하입니다. 고운&나기가 마주&소하를 만나 이야기 나누었습니다.
인연을 맺게 된 각자의 계기들
나기 : 인사를 해볼까요? 안녕하세요! 한 분씩 자기소개 먼저 부탁드릴게요.
(눈치 눈치)
마주 : 저부터요?
소하: 앗싸!
마주 : 면접 보는 기분이네, 큰일났네. 마주라고 하고요. 일도 하고 영상도 만들고 8월부터 서인영 자원활동도 함께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예수와 산타가 있는 옷을 입고 왔어요.
고운 : 어디서 나셨어요?
마주 : 다사이 유상무라는… 끝이에요.
소하 : 저는 소하라고 하고요, 서울시 동작구 사당동에 살고요.
나기 : 이렇게 거주지를 오픈해도 되는 건가요?
소하 : 동단위는 뭐 (웃음) 최근에 오토바이 정비 일을 시작해서 지금 적응 중이고, 저도 올해 처음으로 서인영 자원활동 하게 되었습니다.
나기 : 반갑습니다. 두 분 다 올해 자원활동가 모집 공고를 보고 들어오셨는데, 어떻게 결심을 하게 되었는지 말씀해주실 수 있을까요?
마주 : 충동적으로 지원하긴 했는데요, 공고를 본 시기에 지금 잘 기억이 안 나지만 어떤 이유에서 세상에 대한 절망이 깊었어요. 그리고 어떻게 살아야 될지 고민이 많던 시기였고요. 뭐라도 해봐야지, 하는 생각으로 지원했던 것 같아요. 한편 영화랑 멀어지기가 싫었고, 같이 이야기하고 함께 뭐라도 해볼 수 있는 사람들을 만나고 싶기도 했고요. 그리고 그 인스타 게시물이 너무 깜찍해서. (웃음)
소하 : 저도 마주님이랑 비슷한 것 같아요. 방황하다가 들어왔죠. 저는 언제쯤이더라, 올봄 즈음에 직장을 잃게 되면서 새로운 일을 알아보려고 했는데 인권 관련 활동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주위 친구들 중에 인권활동가가 있었고 세상을 이롭게 하는 것 자체가 일이라는 게 되게 보람찰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런데 활동가가 되려면 딱히 어디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잖아요. 어디에 관심이 더 많은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자신의 역량도 잘 모르는 상황이었거든요. 그런데 친구가 이런 걸 해보는 걸 어떠냐 해서 추천해준 게 서울인권영화제 자원활동이었어요. 그래서 친구 소개로 자원활동을 신청하게 되었고요. 처음에는 단순하게 막연히 영화제라고 하니까 영화제 자원봉사 같은 건가? 그런 가벼운 마음으로 신청했었는데 와서 설명을 들으니까 생각보다 많은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재밌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영화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을 다시금 느끼게 되었어요”
나기 : 서울인권영화제에서 생각보다 많은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고 하셨는데 그중에 소하님께 특히 다가온 일이 있을까요?
소하 : 글쎄요, 아직까지 본격적으로 뭘 했다는 생각이 안 들어서. 기여를 한 게 없는 것 같아서. 스스로 좀 부끄러운데요.
나기 : 그럴 리가요.
소하 : 보통 영화제 자원활동 같은 건 영화제 운영과 관련된 것들이잖아요. 그런데 서울인권영화제 자원활동가는 기획부터 다같이 참여하고 많은 사람들이 여러 의견을 낼 수 있다는 점들이…
고운 : 보통 그런 점들이 되게 힘들 것 같다고 생각을 하시는데 그런 점들을 재밌을 것 같다고 생각해주셔서 다행이에요.
소하 : 활동하는 기분을 내게 해준달까?
나기 : 활동가로서 정체성을 가질 수 있게 해주는 그런 걸까요?
소하 : 네, 그런 것 같아요.
마주 : 맞아요.
나기 : 마주님은 아까 서인영에 들어오기 전 절망감이 있기도 했고, 그러는 한편 영화와 떨어지고 싶지 않은 마음이 있었다고 하셨어요. 지금은 달라진 점이 있으세요?
마주 : 전에 영화제 자원활동가를 몇 차례 했었는데 그때는 되게 이 행사를 위해서 단기간 노동력으로 차출되었다는 느낌, 나를 소진시키고 버려지는 느낌이 들기도 했어요. 그래서 영화제 자원활동 자체에 대한 회의를 느꼈고요. 그런데 여기서는 다 같이, 같이 만들어가는 느낌이에요. 어떤 사람의 명령에 따라 임무를 수행하는 느낌이 아니라, 같이 만들어 나가는 느낌이라는 점에서 영화제를 만드는 의미를 생각할 수 있더라고요. 그리고 영화로 어떻게 사람들을 만나고 세상을 만날 수 있는지 다시 느끼게 되는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나기 : 감동스러워라… 게다가 지금 다큐멘터리 작업을 하고 계시잖아요. 다큐 작업과 서인영 활동을 함께하는 것에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마주 : 다큐를 만들거나 구상을 하다보면 영상을 만든다는 것 자체가, 간접적으로 함께하는 것이다보니까 내가 이 사람들을 불러서 인터뷰를 시키고 이런 것들이 과연 어떤 의미가 있을까 생각들이 많이 들더라고요. 그런데 영화제 활동을 같이 하다 보니까, 거리상영회도 그렇지만 이 영화로 하여금 사람들이 모여 같이 이야기할 수 는 장이 만들어지는 현장을 목격할 수 있었어요. 그래서 영화라는 게 어떻게든 인권이랑 맞닿을 수 있구나, 투쟁 자체가 될 수 있겠구나, 하고 느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나기 : 마주님이 말씀하신 게 서인영의 활동 목표이기도 한 것 같아요.
고운 : 네, 몸소 수행하시는 것 같습니다.
서로 다른 자리에서, 활동으로 만나기
나기 : 소하님은 서인영 외에도 다른 활동들을 하고 계신 걸로 알아요.
소하 : 올해 들어 백수 생활을 하면서 시간이 많이 남았어요. 그러면서 좀 많은 것들을 경험하고 싶다는 생각, 친구들을 많이 사귀고 싶다는 생각에 이런저런 모임에 많이 참석하게 되었고요. 아무래도 퀴어이다 보니까 인권감수성에 대해 민감하게 되고 그래서 인권감수성에 대해서 불편하지 않을 만한 공간을 찾았어요. 그러다 보니 역시 다 인권단체였고, 인권단체 모임에 많이 참석하게 되었는데요. 그중 하나가 행성인(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트랜스젠더인권팀에 참여하게 된 것이었어요. 그리고 인천성소수자인권모임에도 참여하게 되었고 그 모임을 통해서 올해 인천퀴어문화축제 집행위에 참여해서 퀴어문화축제를 함께 만들어나가는 등 이런저런 많은 활동들을 해보게 되었습니다.
나기 : 실제로 소하님은 서인영과 함께 이번 트랜스젠더추모의날 행진, 상영회에도 참여하셨잖아요. 이렇게 여러 활동들 간의 연결이나 시너지, 또는 차이가 있을까요?
소하 : 아직 본격적으로 시작을 했다는 느낌이 없어서 거기까지는 잘 모르겠는데, 여러 단위들에 속해있다 보니까 여러 단위들이 참여하는 집회나 행사에 여러 단체에 가입한 사람으로 참여하게 되면서 인권운동이라는 공간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때문에 보다 넓은 시야로 바라볼 수 있게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고운 : 집회 현장에서 소하님! 하고 인사하면 또 저기서 소하님! 하고 인사하고 또 여기서 소하님! (웃음)
나기 : 마주님은 다큐 작업을 하면서 영화와 사람이 맞닿는 것을 목격하는 게 의미가 있다고 하셨는데. 영화제 활동가 이전에 미디어활동가로서 바라는 점이 있으실까요?
마주 : 바라는 게 있다면… 서인영이 오래 지속되는 것 아닐까요? 영화/영상이 그냥 만들어지는 데서 끝나는 게 아니라 계속 사람들을 만나야 하잖아요. 그런 장, 특히나 인권에 대한 영상을 만난다든지 혹은 장애인접근권이 보장이 되는 자리랄지 이런 게 많지는 않다 보니까 지금처럼 앞으로도 지속해주면 좋겠다는 것이 가장 바라는 점이 아닐까 합니다.
고운 : 진짜 열심히 해야겠다! (웃음)
나기 : 저도 마주님과 소하님이 서인영과 오래오래 함께하면 참 좋겠어요. 원래도 영화를 좋아하고 만들어오신 것 같은데 이전에도 인권영화를 많이 봐오셨나요?
마주 : 저희가 워크숍에서도 얘기했지만 인권영화의 정의에 대해서 아직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그렇게 분류되는 영화들을 좋아했던 것 같긴 해요. <깃발, 창공, 파티>, <보라>도 좋아했어요. 그 영화들을 보면 둘 다 노동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다큐멘터리인데요, 메시지를 담고 있으면서도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되게 다층적으로 담은 영화예요. 보고 있으면 노동조합에서 투쟁을 하면서 동시에 생일파티도 하고 다양한 장면들이 나오고요. 삶 자체를 좀더 사랑하게 되는 영화들이어서 좋아하는 인권영화입니다.
나기 : 소하님은 지난번 활동펼치기 글에서 정체화 2주년을 맞이했다고 하셨는데요, 맞나요?
소하 : 우선 제 정체성을 말씀드리자면 저는 MTF, 다른 말로 트랜스젠더 여성이에요. 그렇게 정체화한 날로 제가 기억하는 날이 2019년 11월 20일이에요. 그날이 첫 호르몬 맞은 날이기도 한데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이잖아요. 그래서 기억하고 있어요.
나기 : 의도하셨던 건가요?
소하 : 아뇨. 그때는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이라는 걸 몰랐는데 우연히 그렇게 되었어요. 알고 보니 그렇더라고요.
고운 : 엇, 2주년이 아니라 벌써 4주년이네요.
나기 : 5주년에도 서인영과 함께 하고 싶은 활동이 있으시다면?
고운 : 5주년에도 같이 하셔야 한다는 그런 질문이기도 합니다.
소하 : 몇 주년이고 그렇게 중요한 것 같지는 않고요 (웃음) 서인영에서 트랜스젠더 당사자로서 트랜스젠더 인권 관련해서 뭔가 해볼 수 있는 것들이 있다면 그쪽으로 많이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트랜스 관련 섹션을 넣는다거나, 관련 영화들을 상영할 수 있도록 해보고 싶어요.
고운 : 3월에 트랜스젠더 가시화의 날이 있는데, 3월에 특집 상영회를 해도 좋겠네요.
우리 오래오래 함께해요!
나기 : 내년에 어떤 영화를 상영할지 이야기를 나누고 결정하게 될 텐데 이런 영화를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다, 하는 게 있을까요?
마주 : 회의 때 한 번 얘기했었는데 우리나라의 현장 다큐가 많이 들어오면 좋겠다. 진짜 현장에서 같이 호흡하면서 만들어지는 영화들을 만나면 좋겠어요. 이유를 뭐라고 말해야 할지…
소하 : 현장 다큐가 뭐예요?
마주 : 주로 투쟁의 현장이랄지, 그런 데서 옆에서 카메라가 함께 지내면서 시간을 보내고 하는.
고운 : 최근에 점점 적어지는 것 같기는 해요. 투쟁 현장 상황이 열악해서 그렇기도 하겠지만 같이 버틸 수 있는 미디어활동가가 점점 줄어들 수밖에 없는 환경이 아닌가 싶어요. 그런 영화를, 그런 활동을 기다리고 발굴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어떻게 하면 현장의 카메라에 같이 연대할 수 있을까 이런 것도 서인영에서 함께 고민해야 할 일 같습니다.
나기 : 그렇다면 이제 마지막 질문으로 인터뷰이가 서로에게 질문하는 시간인데요. 준비해온 질문이 있으신가요?
마주 : 제가 궁금한 것은요, 연말인데 소하님의 올해의 영화는?!
소하 : (왓챠피디아를 한참 보며 고민하다가) 단순히 재밌게 본 영화를 하나 꼽을게요. <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를 재밌게 봤어요.
마주 : 오~ 재밌죠.
소하 : 일단 다른 실사 액션영화나 애니메이션과는 달리 기발한 액션신들이 많아서 매우 흥미로웠고 트랜스젠더 서사로 비칠 수 있는 것들이 많이 녹아있어서 제 정체성과 겹쳐 보면서 더 몰입하면서 볼 수 있었습니다. 예를 들면 거기에서 가장 큰 갈등 중에 하나가 부모님에게 커밍아웃하는 것에 대한 서사였는데 그런 것들이 퀴어서사와 많이 겹쳐보여서 공감이 많이 됐어요.
그렇다면 저도 안 물어볼 수가 없네요. 마주님도 올해의 영화를 한 편 꼽는다면?
마주 : <너와 나>. 마침 세월호 가족 인터뷰를 하고 영화를 봤는데 영화 안에서 생명안전공원, 단원고가 나와서 시작부터 오열하면서 봤어요. 슬프고 예쁜 영화입니다.
나기 : 그럼 대망의 마지막 질문입니다. 구독자분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며 마무리해볼까요?
소하 : 일단 동료 활동가분들에게는 앞으로 소중한 추억들을 같이 쌓아 나가고 싶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고요. 구독자분들께는 내년에 서울인권영화제 하잖아요, 많이 많이 찾아오셨으면 좋겠습니다.
마주 : 연말에 뉴스레터를 읽어주고 계셔서 감사하고… 내년도 함께하면서 여러 일들이 또 있겠지만 같이 보다 행복하게 일상을 살아가는 새해가 되길 바랍니다. 안녕히…
인터뷰이 – 마주, 소하
인터뷰어 – 나기
기록 – 고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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