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해설: 2012

인권해설

뉴스와 뉴스라고 하는 제도는 체제가 무엇이건 간에 존재한다. 정치적으로 완고한 독재와 통제가 자행되더라도, 뉴스의 시스템만은 돌아간다. 물론, 세상 모든 뉴스는 형식과 내용의 긴장감 속에서 완성된다. 무엇을 전할 것이냐, 그 판단을 누가 어떻게 할 것이냐 그리고 표현 이후 발생하는 문제들에 어떤 태도를 갖느냐에 따라 뉴스의 완성도와 뉴스라고 하는 제도의 강건함은 판이하게 달라진다.

<2012>, 독일에서 만들어진 이 짧은 우화는 우리가 쉽게 간과하는 뉴스의 속성을 날카롭게 째고 든다. 대중에게 무엇을 알리는 행위로서의 뉴스와 그 제도가 궁극적으로 세상과 어떤 호응관계를 갖는지 짧지만, 강렬하게 성찰토록 한다. 그리고 그 성찰은 놀라울 만큼 우리의 현실과 겹쳐진다. 뉴스와 정치권력, 제도로서의 뉴스가 사회를 어떻게 타락시킬 수 있는지에 대한 강력한 메시지다.

‘세상을 보는 창’이란 말은 뉴스를 설명하는 가장 흔한 규정이면서 동시에 가장 적확한 규정이기도 하다. 불가피하게 혹은 어쩔 수 없이 사람들은 뉴스라고 하는 틀을 통해 세상을 더듬을 수밖에 없고, 뉴스가 어떤 세상을 보여주느냐에 따라 어떤 문제들은 존재하는 것이 될 수도 있고 존재하지 않는 것이 될 수도 있다. 이 차이들은 사소한 찰나일 수 있고 우연적인 누적일 수 있지만, 뉴스가 끊어지지 않고 유지되는 지속성의 산물이란 점에서 결국 세상의 풍경을 바꾼다. 종편 이후의 한국 정치 뉴스가 어디에 와 있는지를 생각해 보면 쉽다.

무능한 국가가 단 한 명도 제대로 구조하지 못한 채 침몰하고, 대통령을 둘러싼 비선 실세 논란과 불법정치자금 의혹이 발발해도, 사회적 균열이 첨예해지지 않는 이상한 침묵의 사회. 어쩌면 지금 우리가 발을 딛고 살고 있는 세상이야말로 <2012>의 사회에서 ‘행복하다’고 말하고 있는 그들이 사는 세상일지도 모른다.

김완(미디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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