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화와 산업화로 인해 발생하는 환경오염, 자원부족, 생태계 파괴 등의 문제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자원이 없고 빈곤한 여성과 어린이, 노약자, 장애인, 사회적 기반이 약한 취약 계층들이 건강과 생존, 안전문제에 더 치명적인 피해를 입는다. 최근 20년간 세계 141개국에서 발생한 자연재해에서 여성과 어린이 사망자가 남성의 14배에 달한다고 한다. 여성은 긴급 상황에서 아이와 노약자를 돌봐야 하기 때문에 신속한 피난이 어렵다. 게다가 피난에 필요한 교통, 은신처와 같은 것들에 대한 정보가 상대적으로 부족했기 때문에 더 큰 피해를 보았다.
선진국의 여성도 예외는 아니었다. 2003년 유럽 폭염 발생 때 여성 사망률이 남성보다 75%나 높았고, 1995년 런던 폭염 때도 여성 사망률이 높았다. 여성이 남성보다 가난하며 정보 접근성도 떨어지기 때문이었다. 전 세계 기후난민 중 80%가 여성이다. 남성은 홀로 일을 찾아 떠날 수 있지만 아이를 돌봐야 하는 여성은 난민으로 남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여성들은 젠더에 기초한 사회적 분업과 차별로 인해 재난과 재해에 남성보다 더 큰 고통을 받고 있다.
여성은 생리적으로 유해화학물질이 체내에 축적되는 대사 경로와 기전이 남성과 달라, 남성에 비해 유해화학물질, 산업화합물, 방사능에도 더 영향을 받는다. 합성화학물질의 대표적인 내분비계 교란물질들은 자궁내막증, 자궁경부암, 난소암, 유방암 등과 깊은 관련이 있고, 여성의 재생산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하여 임신과 출산 과정에서 다음 세대에게 대물림되기도 한다.
2011년 3월 11일 일본 후쿠시마핵발전소 사고 이후 방사능 유출과 그로 인한 건강 피해에 대한 우려가 매우 높아졌다. 방사능 누출로 식품, 물, 대기 및 토양이 심각하게 오염된다. 그리고 그 피해는 시민 모두에게 위협적이지만, 특히 갑상선이나 골수조직, 여성의 유방 등 여성과 아이들에게 더 심각하게 위협을 가한다. 원전 주변지역 주민인 여성이 대조지역 여성 주민에 비해 갑상선암 발생률이 2.5배 높다는 국내 연구결과도 최근 발표되었다. 후쿠시마의 재앙은 현재진행형이다. 앞으로 얼마나 더 심각한 상황들이 발생할지 예측하기도, 인간이 그것을 통제하기도 어렵다는 사실을 우리는 알고 있다. 방사선은 막연한 공포가 아니라 현실적 재앙의 대물림인 것이다.
그렇다면, 만약 한국에서 핵발전소가 폭발하게 된다면, 만약 세계 최고의 핵발전소 밀집도와 주변 인구 밀집도를 자랑(?)하는 한국에서 후쿠시마와 같은 핵사고가 발생한다면, 우리가 본 다큐멘터리 감독과 같은 상황에 처하게 된다면 나와 당신은 어떻게 대처할까? 피폭 이전의 몸과 그 이후의 몸은 어떻게 인식되고 변하게 될까? 핵발전소 사고 후 나와 당신의 삶은 어떻게 달라질까? NO NUKE!
강희영 (여성환경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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