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해설: 피난

인권해설

<피난>은 6.25 전쟁을 겪은 피난민인 노년의 여성과 아직도 전쟁이 진행 중인 시리아의 난민인 한 청년이, 전쟁의 난민으로서 각각의 삶의 현장을 떠나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를 그려내고 있습니다. 또한 고향을 떠나 가족과 분리된 채 재결합의 날을 기다리는 이들의 소망이 어떻게 맞닿아 있는지를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시리아 전쟁 발발 후 한국으로 유입된 시리아 난민은, 2015년 12월까지의 통계로 1,052명입니다. 하지만 이들 대부분은 난민 신청을 했지만 난민 인정을 받은 사람은 단지 3명뿐이었고, 나머지 난민 신청자들은 인도적 체류지위를 부여받고 있습니다. 이렇게 한국으로 유입된 시리아 난민(인도적 체류지위 포함)은 전 세계로 흩어진 시리아 난민 중 0,01%에 불과합니다. 소수의 시리아 난민을 받아들이면서도, 그 중 난민 인정마저도 극히 소수에 불과한 한국사회의 난민정책은, 전쟁을 피해 재산과 삶의 근거를 잃어버린 사람들에게 단지 한국에 머물 수 있는 체류자격만을 임시적으로 줍니다. 그리하여 그들이 주거와 생활, 노동과 양육 등의 모든 책임을 온전히 그들 스스로 감당하게 하면서, 또 그렇게 적응해 살아가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6.25 전쟁 이후 분단 상황에서 탈북을 감행하며 계속해서 한국으로 유입되는, 북한에서 오는 이주민들은 ‘동포’라는 민족의 테두리 안에서 최소한 국적을 부여받고 정착지원금을 받을 수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 또한 전쟁 직후에는 북한에서 왔다는 이유로 여러 가지 힘든 상황들을 견뎌내야 했습니다. 또한, 이후에 ‘탈북’이라는 과정을 거쳐서 오고 있는 북한 출신의 사람들은 민족의 테두리는 차치하고, 체제가 다른 사회에서 온 이주민으로서 소수자의 위치에서 받는 고통들을 여전히 겪어야만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두 그룹의 이주민들은, 한쪽은 난민이라고 불리는 데 비해 또 다른 쪽은 북한이탈주민 내지는 새터민으로 불리면서 서로 다른 존재로 보이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하지만 두 이주민 그룹은 모두 국가에 재정적 부담을 안겨 줄 수 있는, 또 잠재적 테러리스트 또는 간첩일 가능성이 있는, 의심해야 할 통제와 감시의 대상이기도 하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둘은 유사한 방식으로 국가의 안보문제를 이슈화하고자 하는 정부나 보수우익집단의 희생양이 되기도 합니다. 그 대표적인 사건이 국정원의 유오성 간첩조작 사건과, 독신으로 왔다는 이유로 시리아 난민 28명이 “잠재적 테러리스트”라는 의혹 속에서 인천공항에서 억울한 감금생활을 해야만 했던 사건입니다. 둘 다 지금은 해결된 문제이긴 하지만, 반공이나 국경의 안전을 외치며 국가 안보를 날조하는 자들에게 이들이 어떻게 피해를 입었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지금 한국에 거주하는 난민들 가운데 전쟁을 피해 온 난민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분단을 이유로 다른 체제하에서 살다가 견딜 수 없어서 한국으로 온 북한출신의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들 모두 사회적 차별에 함께 놓여 있습니다. 이들이 피해 온 전쟁과 체제의 문제를 넘어, 좀 더 안전하고 평화로운 삶이 가능하면서도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도록 이러한 사회적 차별이 해소될 수 있는 노력들이 요구됩니다.

정혜실 (이주민방송MWTV와 다문화마을의 꿈꾸는 나무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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