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해설: 올 리브 올리브

인권해설

“올리브 나무가 땅에 적응하여 좋은 열매를 맺기까지 최소한 백 년이 걸린다.” 처음 팔레스타인을 방문했을 때 들었던 이야기이다. 이야기를 들려주었던 사람의 마당에 있는 나무들은 삼백 년이 넘은 것이라고 했다. 과학적인 사실 여부와는 관계없이 이 이야기는 머릿속에 깊이 박혔다. 이후 올리브 나무를 바라보는 나의 마음가짐이 달라질 수밖에 없었다. 올리브 나무는 팔레스타인 사람들과 역사를 함께 견뎌온 동지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장비에 밀려 뿌리까지 뽑히거나, 유대인 정착민에 의해 불태워진 나무, 장벽 너머에 있어 이스라엘이 승인한 통행증 없이는 다가갈 수 없는 올리브 나무를 보면서 팔레스타인 민중을 떠올릴 수밖에 없는 건, 나에게는 이제 당연한 일이다.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군사점령은 반세기를 넘어가고 있다. 1948년 이스라엘이 건국하여 7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추방당했던 ‘나크바(대재앙)’ 이후, 군사점령이 본격화된 67년 전쟁을 지나 오늘날까지도 팔레스타인인들의 삶은 계속해서 짓밟히고 있다. 점령 속에서 생의 대부분을 살아온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증오를 버리고 평화를 모색해야 한다고 강요하는 것은, ‘점령에 순응하라’고 하는 것과 같은 잔인한 말이다. 이스라엘과 이를 옹호하는 시오니스트들에게 집과 땅을 빼앗기고 가족과 친구들을 잃은 것도 모자라, 존재를 부정당한 채 매일을 이어가야 하는 이들에게는 살아있는 것조차 저항이 된다. 일상적인 폭력과 억압, 차별에서 자라난 절망과 무기력 사이에서 희망을 붙잡고 투쟁하는 팔레스타인 민중을 생각하면 찢어지는 나의 마음에서도 존경과 경이가 생긴다.
점령과 식민화의 아픔을 우리도 모르는 바가 아니다. 세계 열강의 제국주의, 식민주의 역사는 단순한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라 오늘도 우리 곁에 있는 현실이다. 그 생생한 고통과 설움을 기억하는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이 제대로 된 사과를 받지 못하는 한, 강정과 성주에 주민들을 짓밟고 세워진 군사시설이 있는 한, 한반도에 진정한 평화가 도래하지 않는 한.

우리와 다른 점이라면 팔레스타인인들에게 점령은 매 순간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일상이라는 것이다. 그들은 하루아침에 살던 집에서 쫓겨나 강제철거된 집 위에 유대인 불법정착촌이 세워지는 것을 바라볼 수밖에 없다. 8미터 높이의 분리장벽에 가로막혀 불과 몇 킬로미터 거리의 지역에 가기 위해 통행증을 받아야 하고 검문소에서 모욕적인 처사를 견뎌야 한다. 제대로 된 재판도 없이 어린이를 포함한 수감자들이 감옥에 갇혀 있어야 하고 천장 없는 감옥이라 부르는 가자지구에서 나가지도 못한 채 폭격을 당해야 한다. 고향에 돌아갈 수 있는 권리를 빼앗긴 채 난민의 신분으로 살아가야 한다.
이러한 일상 속에서도 올리브 나무를 심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이다. 이는 점령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저항의 의지이다. 이들이 오늘도 땅에 심은 작은 묘목이 자라 팔레스타인 해방의 열매를 어서 맺을 수 있도록, 점령국 이스라엘에 저항하는 투쟁에 연대하는 의지를 또다시 굳게 다진다.

새라 (팔레스타인평화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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