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해설: 수상 관저 앞에서

인권해설

이 작품은 도쿄전력 후쿠시마 제1핵발전소 사고 이후 일본사회의 변화를 기록한 것이다. 도쿄 도심 한복판에서 탈핵집회가 연일 이어졌고, 현재도 계속되고 있다. ‘데모 따위는 일부 과격한 사람들이나 하는 일’이라고 생각해 왔던 ‘보통’ 사람들이 스스로 거리에 나서 ‘핵발전 NO’를 외치기 시작한 것이다.

생각지도 못한 대재앙을 눈앞에 둔 사람들은 애초에는 우왕좌왕할 수밖에 없었다. 정확한 정보가 차단된 상황에서 방사선 피폭의 불안감과 더불어 일상을 송두리째 빼앗긴 후쿠시마 사람들의 분노는 나날이 높아갔다. 다양한 감정들을 표출하기 위해 사람들은 뭔가를 해야만 했고 결국 그들은 거리에 나서기 시작했다. 60년대를 마지막으로 일본에서 거의 보기 힘들어진 데모가 자연발생적으로 터져 나왔다. 입소문과 SNS를 타고 분노는 온 열도로 퍼졌다. 카메라 앞에서 ‘데모에 참여하는 것은 처음’이라며 얼굴을 붉히는 사람들. 그들의 눈빛에서 뜻을 함께하는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였다는 기쁨과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해방감을 읽어내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이렇게 시작한 작은 움직임이 결국 2012년 여름 수상관저 앞에서 ‘탈핵’을 외치는 20만 명의 성난 군중이 되었다.

그 후 아베 정권 등장의 패배감으로 운동은 일시적으로 후퇴된 것처럼 보였지만 끝난 것은 아니었다. 수상관저 앞에서 매주 금요일에 열리는 탈핵 집회도 그렇고 핵발전 의존 정책으로 돌아가려는 정부와의 힘겨루기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작년 ‘비밀보호법’과 ‘안보법안’에 반대하는 큰 원동력이 되었다. 영화는 주로 도쿄를 중심으로 한 수도권 시민들의 탈핵운동을 중심으로 다루고 있지만, 지역에서도 탈핵운동은 그 전보다 현저히 발전했다. 특히 핵발전소 입지 지역 주민들이 핵발전소 재가동을 막기 위해 꾸준한 싸움을 지속하고 있다. 안타깝게도 작년 8월 센다이 핵발전소 1, 2호기 재가동을 저지할 수 없었지만, 사고 발생부터 5년 동안 일본의 거의 모든 핵발전소는 지금도 가동되지 않고 있다.

사회를 바꾼다는 것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일이 아니다. 현재 후쿠시마 사고 현장과 전국의 핵발전 재가동 상황 또한 결코 낙관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과정과 결과의 경계는 항상 애매하다. 낙관도 부정도 할 수 없는 상황에서도, ‘미력은 무력이 아니다’라는 말처럼 서로를 믿고 한발 한발 나아간다면, 우리는 조금씩이라도 사회를 움직일 수 있지 않을까? 이 영화는 그런 희망의 단서이다.

 

오하라 츠나키 (탈핵신문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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