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해설: 메이드 인 인디아: 옷, 인도, 여성

인권해설

전 세계 수출가공지대의 절반 이상은 동아시아·동남아시아에 집중되어 있다. 이곳의 섬유·전자·완구 산업 노동자의 80% 이상은 여성이다. 이들이 극단적인 저임금과 열악한 작업환경으로 고통 받는 대가로, 다국적기업과 국가경제는 살찌워진다. 1970년대 이후
한국의 고속경제성장 역시 수출지향 정책 아래 여성노동자들의 희생을 딛고 이루어졌다. 아시아의 경제성장 과정에서 가장 고통 받아온 이들, 지금도 고통 받고 있는 이들은 바로 가난한 여성들이다.

이 영화는 인도 뱅갈로르 의류제조업 현장의 노동 착취와 그에 맞서는 여성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보여준다. 영화 속 여성들의 증언은 다른 아시아 여성 노동자들의 현실과 다르지 않다. 그들은 노조 결성, 단체 협상 등의 당연한 권리도 박탈당한 채 일한다. 과도한 목표량과 휴식 없는 중노동 속에서 병들어간다. 여성은 고분고분해야 하며 남자가 함부로 대해도 괜찮다는 가부장적 의식은, 여성-노동자에 대한 남성-관리자의 언어적·신체적 폭력을 가져온다.

그러나 영화 속 여성들은 그 와중에도 눈을 빛내며 자신들의 정당한 권리를 주장한다. 경제적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는 자립지원단체를 만들고 노조 결성을 위해 노력하며, 인간적 대우를 얻기 위해 함께 싸운다. “우리 스스로 움직이지 않으면 누가 우릴 도와주겠어요? 우리 문제는 우리 손으로 해결해야 해요.”

다국적기업이 경제적 합리성만을 고려할 때 노동자들의 인권은 간단히 무시된다. “생산단가가 높은 곳은 축출됩니다. 인도의 단가가 높으면 방글라데시나 베트남 등으로 옮겨가죠.”, “자본은 다른 곳으로 옮겨갈 수 있지만 여성인력은 언제든 또 채워 넣으면 되니까요. ”

그러므로 이 문제는 인도 여성 노동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며, 그들 홀로 해결할 일도 아니다. 하루아침에 공장폐쇄를 통보한 다국적기업 아세아스와니에 항의한 한국 여성노동자들의 투쟁은 (이 사건을 다룬 영화 <스와니>는 이번 인권영화제에서 함께 상영된다) 이러한 자본의 일방성에 맞서는 싸움이었다. 이러한 싸움은 지금도 다른 모습으로 이어지고 있다. 경제적 합리성이 유일한 합리성인 양 하는 세상에 우리는 다른 이성, 인간의 얼굴을 내민다. ‘하루를 살아도 인간답게 살고 싶다’는 외침은 계속되고 있다.

이서(한국여성민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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