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9월 2일, 세 살배기 아이의 시신이 터키의 한 휴양지 해변에서 발견됐다. ‘이슬람국가(IS)’를 피해 작은 배를 타고 시리아를 탈출한 어린이 난민 아일란 쿠르디의 시신이었다. 그의 엄마(35세)와 형(5세)도 같이 숨졌다. 익사한 3살 아이의 사진은 전 세계를 경악시켰고, 시리아 난민 문제의 심각성에 모두가 공감하는 것처럼 보였다. 잠깐 동안은. 그러나 보이지 않는 곳에서 난민 어린이들은 계속해서 익사하고 있었고, 지금 이 순간에도 그렇다. 국제이주기구(IOM)에 따르면, 터키와 그리스 사이의 바다를 건너다가 빠져 죽은 난민은 어린이만 따져도 5개월 동안 330명에 이른다. 작년 한 해 동안 유럽으로 향하다 익사한 전체 난민이 4천 명 정도로 추산된다고 하니, 그 바다에서는 매달 한 번씩 세월호가 침몰하는 셈이다. 상당수의 난민은 그들이 그 배에 탔는지, 죽었는지 살았는지조차 세상에 전해지지도 않고 시커먼 바다 속에 집어삼켜진다. 이런 상황이니 그 비극적 죽음의 이름이나마 남은 아일란 쿠르디의 경우는 ‘운이 좋은 편’이라고 말해야 할지도 모른다.
무사히 바다를 건넜거나, 내륙으로 인접한 레바논 등으로 탈출에 성공했다고 하더라도 안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모든 재난이 그렇지만 특히 난민 위기에서의 어린이는 더욱 취약하다. 유럽경찰 유로폴에 따르면, 유럽으로 들어온 시리아 난민 어린이 10,000명 이상이 행적을 알 수 없이 사라졌다. 이 어린이들은 인신매매를 당해 마약 판매나 매춘 등 범죄조직의 돈벌이에 이용되어 학대와 착취를 당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난민 수용소의 어린이들에게도 밝은 미래가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아무런 보호의 손길도 받지 못한 채 그냥 방치되어 있는 상태다. 기본적인 위생시설과 교육의 기회, 경제적 자립과 재정착 지원을 하지 않고서는 제대로 된 난민 보호라고 말할 수 없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우리와 관계 없는 일도 아니다. 인천공항에 도착해 난민 신청을 한 시리아인은 2014년부터 올해 3월까지 345명에 이른다. 그럼에도 난민에 대한 국내의 일반적인 인식은 참담한 수준이다. 사람들은 연예인이 까만 피부의 아이와 함께 찍은 사진에는 환호하지만 그 아이를 돕는 일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와 마찬가지로, 물에 빠져 죽은 3살 어린이의 시체가 가져오는 선정주의(센세이셔널리즘)에는 ‘좋아요’를 누르지만 아무도 물에 들어가 그 아이를 구할 생각은 하지 않는다.
이것이 단지 화면에서 일어나는 일이 아님을, 화면 밖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음을, 반드시 기억해 주었으면 좋겠다.
장덕현 (국제앰네스티한국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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