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성소수자운동의 역사는 20년을 넘었다. 짧지 않은 이 시간 동안 성소수자들은 “나 여기 있다”고 외치는 싸움을 해왔고, 이제는 딴나라 얘기인 것만 같았던, 동성 결혼의 법제화를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김조광수-김승환 부부는 2013년 9월 공개결혼식을 열고, 그해 12월에 서대문구청에 혼인신고서를 제출하였으나 해당 구청은 이 혼인신고를 받아줄 리 만무했다. 이에 동성 부부 혼인신고 불수리 처분에 대한 소송을 제기하였고, 2015년 이에 대한 첫 심리가 열렸다. 심리 바로 10여 일 전에 미국에서는 연방대법원의 동성 결혼 합법화 결정이 있었다.
한국의 동성 결혼 투쟁은 힘겨운 한 걸음을 내디뎠을 뿐이지만 반-성소수자 운동은 “동성애, 동성결혼이 나라와 가족을 망칠 것”이라며 분주하게 선동하고 있다. 이들은 동성 부부의 자녀들이 “부모가 동성애자여서 우리는 고통받았다”고 말하는 서구의 사례들을 끌어와 동성 결혼 반대 레퍼토리로 활용하고 있다. 아직 자녀는커녕 동성 결혼조차 먼 미래 같기만 한 지금의 한국에서 말이다.
세계 어디에서나 동성 결혼의 추이, 동성 부부의 행보는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뜨거운 이슈이다. 동성 부부들은 자녀들이 엇나가거나 문제를 일으켰을 때, 그들이 특별한 부모라는 점을 흠 잡힐까 걱정한다. 자녀들에게 “너희는 특별하다, 남들과 같지 않다, 남들의 시선이 힘들 수 있다”고 주의를 주기도 한다. ‘보통의’ 아이들이 부모를 불신하거나 문제를 일으켰을 때에는 그들 부모의 ‘이성애’를 흠잡지 않는데 말이다.
동성 부부의 자녀들은 미디어의 관심, 정치적 논쟁에 노출되어 살아간다. 그들은 실제로 특별하게 성장할 수도 있지만, 특별하거나 평범하다는 사실이 그들의 성장을 막을 수는 없다. 정치적인 문제를 떠나, 부모와 가족은 그들이 뿌리내린 토양이자 삶의 조건이고 이 땅의 모든 자녀들이 겪고 있는 고통, 행복, 도전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정현희 (가족구성권연구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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