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해설: 거리에서 온 편지

인권해설

그/녀들은 거리에서 비정규직과 정리해고 철폐를 외치며 싸운다. 왜 공장이 아니라 거리에서 싸우는가? 기륭처럼 회사가 공장기계를 팔아 치우고 야반도주했기 때문이며, 혹은 SK나 LG처럼 재벌 회사가 이들을 다단계 하도급으로 고용했기에 실제 원청업체인 본사가 있는 곳에서 싸워야 하기 때문이다. 아니, 이들의 현실을 드러낼 수 있는 곳이 거리이기 때문이다. 거리의 시민들이 해고된 노동자들과 함께 연대할 때 노동자들의 비참한 현실을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2014년 8월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를 한국노동사회연구소가 분석한 바에 따르면, 전체 임금노동자의 절반인 852만명(45.4%)이 비정규직이다. 정규직과의 임금 격차는 100:50으로 고정되어 있다. 또한 영화에서 나오듯이 통신비정규직 노동자들에
게 작업복도 지급하지 않는다. 그 정도로 간접고용 노동자들을 착취한다. 영화에서 고공농성을 하는 SK브로드밴드 장연의 씨의 말처럼 답답함과 막막함은 투쟁을 하지 않아도 지속된다. 간접고용인 파견노동이 일반화된 것은 신자유주의 고용유연화를 위해 1998년 파견법이 시행되면서부터다.

그리고 유연화정책의 다른 쌍인 정리해고를 도입하면서 ‘긴박한 경영상의 위기’를 들어 노동자들을 집단 해고할 수 있는, 해고의 자유가 회사에게 주어졌다. 그렇게 정리해고된 노동자들은 비정규직이 된다. 쌍용차를 인수한 상하이자본은 2009년 회계조작으로 경
영상의 위기가 있는 척하여 노동자 2,636명을 정리해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있지도 않은 위기’로도 정리해고를 할 수 있다며 회사손을 들어줬다. 더욱이 2015년 신차가 잘 팔리고 있음에도, 회사는 복직을 이행하지 않았고 결국 28번째 해고자의 죽음을 막지 못했다. 스타케미칼도 비슷하다. 스타케미칼이 인수하기 전 한국합섬은 2007년 파산했다. 공장부지만 2500여억 원이 넘었는데, 스타케미칼이 2011년 이를 399억 원에 인수하더니 1년 8개월 만인 2013년에 폐업을 선언하고 노동자들의 권고사직을 종용했다. 공장을 인수
비용보다 높게 분할매각해 차액을 남기려는 꼼수다. 사채업체도 아닌데 공장 가동에는 관심이 없다. 이처럼 먹튀 자본을 용인했기에 빈공장의 45M 굴뚝에서 지금도 사람이 싸우고 있다.

현재 345일을 넘긴 스타케미칼 차광호씨의 굴뚝농성을 제외하고 쌍용차(101일), SK브로드밴드와 LGU+통신비정규직 노동자들(80일)의 고공농성은 끝났다. 그렇다고 그/녀들의 싸움이 끝난 것은 아니다. 오체투지나 고공농성 같은 투쟁 때만 우리는 그/녀들을 보
았을 뿐이다. 극한 투쟁을 하지 않을지라도 그/녀들의 싸움을 볼 수 있으면 좋겠다. 그리고 여기에 힘을 보탤 수 있으면 좋겠다.

명숙(인권운동사랑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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