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사람에 대한 차별이 없는 세상은

인권해설

7년 만에 21대 국회에서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발의했다. 정의당 장혜영 의원을 포함한 10명의 의원이 용기낸 결과다. 국가인권위가 의견 표명한 평등법은 더불어민주당의 이상민 의원을 중심으로 발의, 논의 중이라고 한다. 그렇지만 7월 언론 인터뷰 이후 소식이 더디다. 11월 11일 한국일보의 보도에 의하면 이상민 의원은 “종교계에서도 불합리한 차별적 행위가 있어서는 안된다는 점에서 큰 공감대가 형성된 상황” 이라며 “우려가 여전하다면 이를 뜨럽게 토론해서라도 입법 우선순위로 만들어 보고자 한다”고 밝혔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모든 사람은 존엄하고 평등하다’는 것을 확인하고, ‘어떠한 사유로도 모든 영역에서 차별받지 않아야 한다’는 원칙을 법률로써 실현하고자 하는 법 규범이다. 말하자면 ‘사람을 차별하지 말라’는 원칙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실현할 수 있을지를 담은 법률이다. 지극히 당연한 이 법률이, 14년 째 제정되지 못한 이유 중 하나는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해 반대하는 일부 보수 개신교 세력의 집단적이고 조직적인 반대와 가짜뉴스 등 때문이다. 또한 차별금지법에 찬성 의사를 밝히거나 발의하는 의원의 지역구 개신교 교인들이 집단적인 항의 전화나 문자 메시지를 발송하여 의원들을 정치적으로 겁박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는 어떻게 보면 표면적 이유일 뿐이다. 우리는 좀 더 정확하게 이 상황을 바라봐야 한다. 정부와 국회가 우리 사회에 있는 차별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했던 노력이 무엇이었는지 따져 묻지 않을 수 없다. 김대중 정부, 노무현 정부 때 시작된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더불어민주당은 20대 국회에서 발의조차 하지 못했다. 정부와 여당은 도대체 왜 발의 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용기내기 어려웠었을까?

모든 사람에 대한 차별이 없는 세상을 목표로 한다는 것 자체가 입법과 행정을 다루는 사람들에게는 도대체 무슨 의미로 다가오는지 물어야하는 현실이다. 우리 사회에 수많은 차별을 양산하고 있는 주체는 대부분 국가나 지자체, 공공기관, 대기업, 언론 등 힘 있는 권력 기관들이다. 이러한 기관의 존재 근거인 제도, 정책 자체가 차별적이기 때문이다. 그것을 바꾸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법률적 근거가 필요하다.

다큐 <모든 것은 반드시 무너진다>의 운동 주체들도 투쟁의 궁극적인 목표인 빈곤과 불평등을 해결하기 위해서 대학뿐만 아니라 국가 정부에 맞서 싸워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그것이 단지 학생들 만의 문제가 아니며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차별받고 있는 사람들과 함께 맞서 싸워야 한다고 믿었던 것이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도 2011년 출범 이후 이러한 문제를 인식하고, 결국 우리 사회 전반에 놓여있는 차별에 대한 그릇된 문화와 인식 개선, 그리고 실질적인 구제 조치 등의 시행은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통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그것을 위해서 소수자 운동 전반이 함께 모여 차별의 현실을 말하고 평등의 의미를 성찰하고 실천하는 반차별운동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그 구체적인 과제로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운동을 다각도로 실천해왔다.

모든 사람에 대한 차별이 없는 세상을 위한 투쟁을 한다는 것은 가슴이 뜨겁게 뛰는 말이지만, 그것을 실천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우리 사회 전반에 놓여있는 차별의 현실을 법 제정을 통해 하루 아침에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차별의 현실이 조금씩 변화할 수 있는 틀을 만들고, 계획을 세우면서 조금씩 실천해가자는 말이다. 그렇지만 여전히 소수자에 차별을 용인하는 세력들에 대한 정치권의 눈치보기가 심각한 상황이다. 정치권과 정부는 모든 사람에 대한 차별을 해소한다는 것이 어떻게 인간의 삶에 이로운 것인지를 스스로 설명할 수 있어야 용기를 내기 위한 실마리가 풀릴 것이다. 권력기관으로서 차별적 정책과 제도 등이 국가와 사회에 어떤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지 스스로 밝히고 확인해야 할 것이다. 그러한 노력 없이 권력의 주체가 차별을 바라보기란 쉽지 않다. 차별금지법은 국가가 그러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책임과 의무를 줄 수 있다. 모든 사람에 대한 차별 없는 세상은 그렇게 한 걸음 한 걸음 우리에게 다가올 것이다.

이종걸(차별금지법제정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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