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23일, 국민의 힘 당사 앞에서 <비호감 대선에 대한 반성은 차별금지법 제정으로부터> 기자회견이 열렸습니다. 서울인권영화제 상임활동가 심지의 발언문을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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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서울인권영화제에서 활동하는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심지입니다.
좀 철지난 발언입니다만, ‘솔직한 정치를 하겠다’는 선언만큼 작금의 정치 세태를 잘 보여주는 발언이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국민의힘 대권 주자이기도 했던 최재형 의원은 “정부는 국민의 모든 삶을 책임질 수 없다”며 ‘솔직한 정치’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저는 수많은 ‘아저씨’ 정치인들의 솔직함을 가만히 바라보면서, 솔직함은 어떤 면에서 기득권의 태도일지 모른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눈치 보지 않아도 되는 사람들의 언어가 솔직함일지 모르겠습니다.
그렇습니다. 바야흐로 고학력-비장애인-이성애자-남성들에 의한, ‘솔직한 정치’의 시대입니다. 그렇다면 묻겠습니다. 당신들은 어떤 국민의 어떤 삶을 책임지시겠습니까? 그 ‘솔직한 정치’가 바라보는 대상에 여성이, 홈리스가, 외국인 노동자가, 장애인이, 성소수자가 있습니까?
네, 있을 리 없다는 걸 알면서 물었습니다. 사실 저는 오늘 국민의힘 앞에서 기자회견을 한다길래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고민이 많이 됐습니다. 수많은 현안들을 제쳐두고 ‘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뜨거운 감자로 만들어놓은 당선인 앞에서,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면서 여성의 날 여성가족부 폐지를 당당하게 공약으로 내걸었던 당선인 앞에서, 차별금지법이 개인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어설픈 핑계만 대던 당선인 앞에서, 과연 무슨 말을 어떻게 할 수 있을지 망설여졌습니다.
어쩔 수 없죠. 저도 기자회견이라는 자리를 빌려 솔직하게 말해볼 수밖에 없겠습니다. 이 땅의 여성으로서, 노동자로서, 성소수자로서 국민의힘과 윤석열 당선인에 호소합니다. ‘솔직한 정치’, 매력 없습니다. 날것 그대로의 혐오에 편승하는 구태 정치, 매력 없습니다. 차별금지법 막아서는 정부 여당, 사실은 여러분이 생각하기에도 모양 빠지지 않습니까? ‘아저씨 정치인’들께 당부드립니다. ‘솔직한 정치’ 이제 그만 넣어두시고 최소한의 예의를 차리십시오. 국민들의 눈치를 보십시오. 이준석식 갈라치기가 실패하였음을 받아들이십시오. 당신들이 그렇게나 떠들어대는 ‘통합의 정치’, 차별금지법 제정으로 보이십시오.
이제는 구태 정치가 아니라, 시대의 변화에 편승하십시오. 국민의 절대 다수가 공감하는 차별금지법, 막아서지 마십시오. 지금 정치권에서 논의해야 할 것은, ‘차별금지법 하냐 마냐’가 아니라, ‘차별금지법 어떻게 잘 만들 것인가’의 문제입니다. 지금 정치권이 해야 할 일은, 사회적 합의를 핑계로 차일피일 차별금지법을 미루는 것이 아니라, 이미 이곳저곳에서 확인된 ‘민심’을 받아안아 ‘차별금지법 있는 나라’를 만드는 일입니다. 감사합니다.
서울인권영화제 상임활동가 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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