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해설: 홍콩은 한국인들에게 어떤 의미일까?

인권해설

코로나19의 세계적 유행으로 해외여행을 갈 수 없게 된 2020년, TV에서는 해외여행이 자유롭던 시절의 여행 프로그램이 재방송되고 있다. 홍콩은 TV 여행 프로그램의 인기 도시였다. 동서양을 넘나드는 먹거리에 가까운 위치와 편리한 교통 등, 홍콩은 한국인들에게 인기있는 여행지였다. 반복적으로 홍콩을 소개하는 TV 프로그램들은 코로나19가 종식되면 다시 홍콩을 방문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홍콩은 더 이상 TV 속에 있는 자유롭고 활기찬 도시가 아니다.

 

2019년부터 홍콩은 관광과 무역의 도시에서 억압과 저항의 도시로 바뀌었다. 한국 관광객들에게 익숙했던 거리는 최루탄 연기로 가득 찼다. 그 최루탄 연기마저도 2020년 국가보안법이 통과된 이후에는 찾아보기 힘들다. 홍콩 정부 그리고 중국 정부에 비판적인 활동을 했다면 홍콩 시민뿐만 아니라 외국인에게도 무차별 적용되는 국가보안법 때문이라도, 홍콩 시위에 연대했던 이들은 더 이상 홍콩을 방문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홍콩 시위는 한국인들에게 많은 지지를 받았다. 이념과 세대를 뛰어넘는 지지였다. 소위 586세대들은 민주화운동 경험을 떠올렸고, X세대는 10대 시절에 좋아했던 홍콩 영화들과 1996년 연대 항쟁(혹은 사태)을 떠올렸다. 밀레니얼 세대는 촛불혁명을 투영했다. 심지어 노인세대는 중국의 억압에 반대하는 홍콩시위를 보며 반공의 추억을 소환했다. 조금이라도 홍콩시위에 관심을 가진 한국인이라면 각자 자신의 경험에 근거하여 홍콩시위를 바라보고 지지했다. 실제로 한국 시민들은 대학가와 거리에서 할 수 있는 연대 활동은 다 전개했다. 그러나 그 뜨거웠던 연대의 열기는 국회와 정부의 문턱을 넘지는 못했다.

홍콩의 저항은 중국을 향한 것이다. 그리고 중국은 한국에게 매우 특별한 국가이다. 한반도 분단체제의 한 당사자일 뿐만 아니라 이미 우리 삶 속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국의 대학들은 중국 유학생들이 없으면 운영하기 어렵다고 아우성이고, 많은 한국기업들은 중국 수출로 코로나 19 상황에서 버텨내고 있다. 홍콩의 저항이 한국인들의 추억과 양심을 자극하더라도 현실이라는 벽을 넘을 수 있을지 자신하기 어렵다.

 

결국 홍콩은 중국으로의 주권반환을 앞두고 암울했던 상황을 그린 영화 <중경삼림>의 시절로 돌아갔다. 아니 이미 예정된 결과인지도 모른다. 주권이 주어지지 않은 한 도시의 운명은 700만 거주시민의 1/3이 넘는 시민이 거리로 나와도, 2019년 지방선거에서 시민들이 민주세력에게 보낸 압도적인 지지에도 바뀔 수 없는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래도 한국인들은 홍콩을 응시해야 한다. 이 영화들이 보여주는 홍콩의 풍경은 결국 우리의 과거이자 현재이자 미래이기 때문이다. 이 도시의 사람들과 어떻게 대화하고 연대할지는 계속해서 한국사회에 큰 물음을 던질 것이고 그 답은 쉽게 찾을 수 없다. 쉽게 찾을 수 없는 답을 계속 고민하면서 친숙했던 도시에 가해지는 억압을 지켜봐야 하는 고통이야말로 민주주의와 인권을 고민하는 한국인들이 짊어져야 할 운명일지도 모른다.

 

나현필(국제민주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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