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나눠요] 다 같이, 다 다르게

소식

<뚜렛히어로: 나의 입과 나>의 ‘뚜렛히어로’ 제스의 사랑스러움과 유쾌함을 전할 수 있다면 사람들과 힘, 에너지를 나눌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영화를 다시 보니 힘을 받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최근 어렵다고 생각했던 질문들의 답을 제스가 너무 명쾌하게 말함을 알 수 있었다. 

제스는 우리가 ‘완전히 새롭게’ 생각해야 한다고 말한다. 장애인권을 이야기함에 있어서 우리가 완전히 새롭게 생각해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영화에서 찾을 수 있다. 제스는 종종 “다른 틱 다큐처럼 마트에 온 장면이야”, “뚜렛이 도서관에 온 장면이라니” 등 그동안 장애가 묘사되어 온 방식을 꼬집는다. 사회는 장애를 자극적으로 묘사하는 것에 더욱 익숙하다.

뚜렛히어로:나의 입과 나 스틸컷1. 한 사람이 웃으며 앞을 응시하고 있다. 손에는 분홍색 반장갑이 끼워져 있다.

작년에 화제가 되었던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에는 농인배우, 다운증후군을 가지고 있는 배우가 출연했다. 한국사회에서 고무적인 일이라 할 수 있으나 두 등장인물이 처음 만나는 자리에서 장애를 이유로 “그럼 우린 친구네”라는 대사를 한다든지, 다운증후군을 가지고 있는 등장인물 ‘영희’의 스토리가 결국엔 장애인 언니가 있는 주인공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하는 로맨틱한 남자주인공의 스토리로 어물쩍 넘어간다든지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장애에 대해 이야기할 때  응당 요구되는 불편함, 편견, 극복같은 것들은 실존하는 것이다. 하지만 너무나 당연히도 이 외의 이야기들 역시  존재한다. 제스가 일상에서 겪는 불편함을 이야기할 때 관객들은 비극이나 동정과는 다른 새로운 감정을 느끼게 된다. 영화는 제스가 베케트의 극 <입>을 모티브로 한 연극을 준비하고 무대에 올리는 과정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 이야기가 ‘장애를 극복하고 연극에 도전하는 제스의 이야기’로 함축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영화에서 ‘연결’의 감각을 끊임없이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베케트의 연극 “내가 아니야”의 주인공 ‘입’과 틱과 함께 ‘말’하는 제스, 수어로 ‘연극’하는 샤르메인은 모두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다 다른 방법으로. 세상에 ‘말’하는 방법이 얼마나 많고 다양하겠는가. 제스가 만나는 사람들을 유심히 생각해 보는 것도 영화를 만끽하는 데 재미와 의미를 더해줄 수 있다. 이들의 각기 다른 자기소개는 또 한 번 ‘나’라는 존재가 얼마나 고유한지 말하는 동시에 우리가 얼마나 같고, 연결된 존재인지를 말해준다.

이 본질에 의하면 세상에서 누군가 ‘소외’되는 것은 이상한 일이다. 제스는 분명히 말한다. 소외는 적절한 자원이 없을 때 일어나는 일이라고. 적절한 자원은 어떻게 했을 때 만들어질 수 있을까? 

“신체적 ‘손상’ 때문이 아니라 다름을 고려하지 않고 만들어진 태도, 구조, 환경들 때문에 장애인이 되는 거죠.” 

적절한 자원이 없는 이유 역시 다름을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금 세상은 다름을 고려하지 않고 만들어진 정도가 아니라, 제스의 말처럼 “아주 특정한 몸과 마음만을 위한 세상” 이다. 생산과 소비를 적극적으로 할 수 있는 몸, ‘정상’의 몸을 규정하고 그 이익과 요구에 맞춰서 환경을 구성한다. 그러한 환경을 만드는 이들은 그만큼의 권력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다. 그렇게 짜여진 세상은 당연히 작고, 획일적이다. 그 모양에 맞추려면 나의 몸을 욱여넣어야 한다. 나도 모르는 사이, 좀 다치고 소외되더라도. 그 안에서 내 모습대로 살아갈 수 없더라도. 그렇게 세상은 둘로 나뉘게 된다. 철저히 “아주 특정한 몸과 마음을 위한” 것임에도 매우 넓은 ‘정상’의 세상, 그리고 “다양한 몸과 마음을 위한” 것임에도 매우 좁고 드문 세상. 개념적인 분리가 아니다. 갈 수 있는 곳과 갈 수 없는 곳, 물리적인 분리가 일어난다.

‘밀려나는 몸’들은 어떻게 될까? 두 가지 세상이 분리된 채로 살아가다 보면, 이 공간에서 저 너머 공간의 몸과 관계 맺기 어렵다. 다양한 몸을 상상할 수 없다. 장애를 비극적으로 묘사하는 것에 왜 익숙할까? 왜 비극적인 장애 묘사에서 동정과 혐오, 얄팍한 감정에서 비롯되는 생각과 행동을 쉬이 하는 걸까? ‘나’의 몸을 말하고, ‘너’의 몸을 마주하고, 그 관계성을 상상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실 이 세상을 조물조물 만들어갈 힘, 경계를 꼬물꼬물 흐리게 할 힘은 우리한테도 있다. 세상은 누군가의 소유물이 아니고, 특정한 권력의 시장이 아니다. 다양한 몸과 마음을 가진 모든 존재가 살아가는 ‘장’이다. 분열적인 세상을 하나로 모아내 더 넓은 곳에서 더 많은 몸을 마주해야만 한다. 지하철에서 마주한 장애인 이동권 투쟁이 ‘누군가’의 일이 아니라 ‘우리’의 일이 되어야만 하는 이유이다.

뚜렛히어로:나의 입과 나 스틸컷3. 사람의 하관만 나타나 있다. 입을 벌리고 있고, 검정색 후드를 입고 있다.

“다 같이 하지만 다 다르게”

부끄럽지만 예전에는 운동에 순서가 있다고 생각했다. ‘빨리 해결되어야 하는 급한 문제가 있고 그래서 이런 일을 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장애인접근권을 실현하려면 오래걸리고 비용도 많이 들고… 일단은 어쩔 수 없이 그냥 해야하지 않나?’ 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뚜렛히어로>를 보고 나니 그런 순서로 오는 세상은 없다. 어쩌면 여지껏 그렇게 와서 여전히 다 다른 방법을 가진 수 많은 사람들이 자기 말을 할 방법을 못 찾았는지도 모른다. 천천히 가도 된다는 생각이 든다. 급하게 끌 불이 많아진 시대에 살고 있지만 그럴 수록 다 같이, 다 다르게, 천천히 가자는 말이 하고 싶다. 지금은 교사가 된 서울인권영화제의 한 자원활동가가 아무도 시키지 않았는데 전교회장선거 후보 연설 영상에 밤을 새서 자막을 달았다는 이야기가 생각난다. 그 학교에 농인학생이 있는지 없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자막이 있는 영상을 경험했을 수백명의 학교 구성원들이 어떤 새로운 생각을 하고 앞으로 어떤 태도로 살아갈지가 중요하다. 제스의 12분짜리 연극을 본 사람들이 극장을 나가서 어떤 태도로 살아갈지 기대되는 것 처럼 말이다. 영상에는 자막과 수어통역이 있는 것이 당연한, 극장에서 누군가 소리를 내도 상관없는, 계단 옆에는 당연히 경사로가 있는 세상은 이런 새로운 경험에서 시작된다. 그러려면 우리가 무얼 해야 하는지도 제스는 말해준다. 

“모든 대화는 변화를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대화해야 한다. 아주 많은 수단과 방법으로, 빈번히. 생각이 같은 사람과도, 생각이 다른 사람과도. 나와 같은 경험을 한 사람과도, 나와 완전히 다른 경험을 한 사람과도. 몸과 마음이 편안한 공간이 서로 같은 사람과도, 다른 사람과도. 대화는 나의 몸과 마음으로는 직접 경험할 수 없는 다양한 세계를 알게 하고, 이해할 수 있게 만든다. 대화가 세상을 만드는 모든 연대와 작업의 뿌리인 것이다. ‘입’이 쏟아내는 것처럼 우리의 삶을 쏟아내자. 제스가 사람들을 만나고 무대에서 마침내 ‘말’하는 것처럼 연결되고 다양한 방법으로 내지르자. 다 같이, 하지만 다 다른 방법으로. 모든 방법이 고유하게 존재할 수 있는 환경에서 투쟁할 때 적절한 자원이 생기고 서로가 서로를 소외되지 않게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가 남은 4월 동안 함께 대화 나누고 연결될 수 있는 연대의 장들을 소개하며 함께 나눠요를 마친다. 아직 영화를 통해 제스를 만나지 않았다면 제스를 꼭 만나길 바라며!

 

– 서울인권영화제 자원활동가 요다

 


🔥특별부록! 제22회 420장애인차별철폐의 날 투쟁일정

 

💡 시민여러분, 시민권 열차를 태워주십시오! 지하철 선전전

○ 일시 : 2023년 4월 20일(목) 오전 8시

○ 장소 : 대통령실역(삼각지역, 숙대입구역 방향 1-1 승강장)

○ 주최 : 2023년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

 

💡 장애인의 날 ‘거부하는 자’들의 장애인차별철폐날 기념식

○ 일시 : 2023년 4월 20일(목) 오전 10시 30분

○ 장소 : 63빌딩 컨벤션센터 앞

○ 주관 : 2023년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

 

💡 [사전대회] 420발달장애인 권리보장 촉구대회

○ 일시 : 2023년 4월 20일(목) 오후 1시

○ 장소 : 삼각지역 야외무대(10번출구, 파출소 옆)

○ 주최 : 한국피플퍼스트

 

💡 [본대회_1부] “The Struggle” 발달장애인 전 생애

권리기반 구축 촉구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전국집중결의대회

○ 일시 : 2023년 4월 20일(목) 오후 1시 30분

○ 장소 : 삼각지역 야외무대(10번출구, 파출소 옆)

○ 주최 : 전국장애인부모연대

 

💡 [본대회_2부] 열차가 어둠을 헤치고_

22회 장애인차별철폐의 날, 420장애인차별철폐 투쟁결의대회

○ 일시 : 2023년 4월 20일(목) 오후 3시

○ 장소 : 삼각지역 야외무대(10번출구, 파출소 옆)

○ 주최 : 2023년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

 

💡 [문화제]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 문화제 “열차가 어둠을 헤치고”

○ 일시 : 2023년 4월 20일(목) 오후 7시

○ 장소 : 서울시청 서편 도로

○ 주최 : 2023년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

 

💡 [지하철행동] 장애인권리입법・권리예산 쟁취를 위한 지하철 행동

○ 일시 : 2023년 4월 21일(금) 오전 8시

○ 장소 : 서울도심 곳곳

○ 주 : 2023년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

 

💡 장애인평생교육법쟁취 결의대회 및 420장애인차별철폐 투쟁결의대회 마무리 보고대회

○ 일시 : 2023년 4월 21일(금) 오전 10시

○ 장소 : 서울시청 서편 도로

○ 주최 : 2023년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

 

💡 21회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

○ 일시 : 2023년 4월 27일(목) ~ 29일(토)

○ 장소 : 마로니에 공원

○ 시간표&프로그램 보러 가기: https://420sdff.com/

날짜별 상영 시간표

2023/04/19 수 ~ 2023/04/25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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