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어053> 프로그램노트

프로그램 노트

“하고 싶은 사람이 있고 옆에서 같이 할 수 있는 사람이 있으니 축제를 열 수 있겠지?” 막연히 생각했던 처음을 더듬는 사람들. “결사항쟁”이라는 무서운 구호가 써 있는 봉고차를 빌려 첫 행진을 했던 사람들은 눈가면을 써도 서로 누구인지 알 수 있을 정도로 이미 알던 우리’끼리’였다. 그때의 나와 당신들은 퀴어라는 단어조차 몰랐다. 한 해 한 해 지나며 퀴어인 서로를 확인하였고 ‘우리’가 되었다. 우리는 퀴어들이 되어 거리에 나왔고 당신들은 우리를 막아섰다. 드디어 우리는 세상에 문제를 던진 것이다.

거리에 없는 줄 알았던 ‘우리’는 이미 거리에서 만나고 있었다. 여성, 장애인, 노동자와 다른 지역의 퀴어들은 이제 막 거리에 나온 우리를 환대하며 서로의 행진에 초대했다. 행렬 밖에서 손가락질하던 사람도 이젠 우리의 행진에 함께하게 됐다. 우리의 행진은 국가기관을 향하기도, 어리석은 혐오세력을 향하기도 했다.

거리를 가득 메우는 연대는 무엇보다 소중했고 그렇게 100명도 채 되지 않던 우리는 서로 다른 ‘나’를 연결하며 1000여 명의 “흩어지고 연결된 우리”가 되었다. 우리는 연대를 통과하며 ‘다른 삶’의 가능성을 경험했다. 변화된 삶은 또 다른 ‘우리들’을 만드는 불씨가 된다. 서로 다른 모양의 우리들이 다시 거리를 함께 만든다.

서울인권영화제 프로그램 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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