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6프로젝트 “공동의 기억: 트라우마” 416 Project "We Remember: Trauma"

작품 줄거리

세월호 참사는 누군가의 기억이 아닌 ‘우리’의 기억으로 기록된다. “어른이 되어”에서 참사 생존자와 기록하는 사람의 삶이 만난다. “이름에게”는 참사 시각에 제각기 있던 사람들의 기억을 각자의 아픔이 아닌 ‘우리의 기억’으로 끄집어낸다. 기억은 “상실의 궤”에서 세월호 참사 유가족의 기억으로 이어진다. “목포의 밤”에서 우리는 인양된 세월호의 모습, 우리가 마주해야 할 진실의 거대한 구멍을 마주한다.

프로그램 노트

정권이 바뀐 후 선체가 인양되었고, 2기 특별조사위원회가 시작되었다. 안산에는 416생명안전공원이 만들어질 것이며 미수습자의 장례가 치러졌다. 목포, 안산, 광화문, 모든 곳에 퍼져 있던 기억들을 하나둘 마주한다. 그날의 기억은 우리 모두의 ‘집단기억’이 되었다

세월호 참사로 인한 트라우마를 치유하고 회복하는 것은 그 기억을 지우고 잊은 채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살자는 것이 아니다. 상처의 치유와 회복은 참사로 맺어진 관계 안에서 이뤄진다. 그렇기 때문에 유가족들은 함께 리본을 만들고, 연극을 하고, 풍등을 날리며 서로의 트라우마를 보듬어 준다. 이처럼 영화는 사회와 공동체가, 모두가 함께 겪은 사건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를 이야기한다.

우리는 그것을 기록하고 담아내는 행위를 통해 기억을 잇고 퍼뜨린다. 동갑내기 친구가 기록하는 생존 학생의 기억, 서로 다른 사람들이 기억하는 순간과 그 날이 바꾼 삶의 변화, 그리운 마음을 서로에게 기대 위로하며 외치는 기록, 선체를 인양하고 조사하는 과정에서 발견하는 처참한 현실 속에 ‘공동의 기억’은 살아있다.

우리의 기억은 잊으라고 말하는 그들의 바람처럼 잠잠히 고여 있지 않다. 우리는 과거의 기억을 다시 꺼내서 기록하며, 걸음을 멈추고 지나온 길을 돌아본다. 동시에 그 기록은 하나의 파동이 되어 과거의 일을 현재로 불러온다. 기록은 단지 누군가의 기억으로만 남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기억을 이어가는 작업이다.

기억은 서로를 연결하고 행동을 만든다. 기록은 가만히 있으라는 사회를 향해 “잊지 않고 행동하겠다”고 외친다. 그렇게 우리는 기억과 만난 기록을 가슴에 담고 다시 소란스럽게 파동을 일으킬 것이다.

감독

4.16연대 미디어위원회 (오지수, 주현숙, 문성준, 엄희찬) OH Ji-soo, JOO Hyun-sook, MOON Sung-joon, UM Hee-chan

4.16 미디어위원회 (오지수, 주현숙, 문성준, 엄희찬)

오지수 –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곧바로 4.16연대 미디어위원회에서 활동을 시작했다. 미디어 활동가로서 기록과 연대활동, 그리고 영화에 대해 고민하며 살고 있다. 주현숙 – 1972년 출생.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다큐멘터리를 전공했다. <계속 된다-미등록이주노동자 기록되다>(2004), <죽거나 혹은 떠나거나>(2004), <멋진 그녀들>(2007), <가난뱅이의 역습>(2013), <족장, 발 디딜 곳>(2014), <빨간 벽돌>(2017)등을 연출했다. 2004년에 연출한 장편 <계속 된다-미등록이주노동자 기록되다>(2004)로 제30회 서울독립영화제 독불장군상을 수상했다. 문성준 – 사회의 곳곳의 부조리함과 인권에 대한 활동들 그리고 자연환경에 대한 관찰과 기록을 하고 있다. 엄희찬 – 2016년부터 4.16연대 미디어위원회 활동을 하고 있다.

인권해설

세월호 진상규명, “진짜는 이제부터”*

지난 4월 15일 문재인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 4주기를 하루 앞두고 페이스북에 올린 ‘세월호 4년, 별이 된 아이들이 대한민국을 달라지게 했습니다’라는 제목의 추모 글에서 “합동영결식에서 다시 한번 깊은 슬픔에 빠질 유가족들과 국민들 앞에서 세월호의 완전한 진실 규명을 다짐한다”며 “선체조사위와 세월호 특조위를 통해 세월호의 진실을 끝까지 규명해낼 것”을 전했다.
이에 4.16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이자 예은이 아빠인 유경근 씨는 “문재인 대통령의 진심을 믿는다”고 화답했다. 그가 바라본 세월호 참사 4주기의 모습은 어떠할까. 4주기 당일인 4월 16일 목포에서 유경근 집행위원장을 만났다.

세월호 4주기를 맞아 목포에서 열린 행사에 많은 시민들이 발걸음 했다.

목포는 세월호가 있는 곳이다. 세월호 앞에서 수많은 사람들과 4주기를 나누는 자리를, 목포시민이 중심이 되어 만들었기 때문에 더 큰 의미가 있는 것 같다.

목포 외에도 참사 이후 많은 지역과 마을에서 공동체를 이루어 다양한 활동을 오늘까지 이어왔다. 이러한 움직임을 어떻게 보시는가.

세월호 참사가 특별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참사 자체의 성격도 있겠지만 이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마음이 흩어지지 않고 한 자리에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진상규명을 위한 싸움을 하는 내내 옆에서 같이 싸워 주신 분들이 있고, 그 힘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이어졌다. 304명 모든 희생자들을 기억하는 시민들의 마음이 쉽게 사그라지거나 꺼지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다. 이번 4주기는 영결식을 치르기 때문에 4주기에서 마무리하고 끝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올까 봐 많은 걱정을 했는데 시민들이 먼저 이제 진짜 진상규명 시작이라는 말씀을 해주셨다. 이러한 시민들이 있어 조금은 편안한 마음으로 4주기를 맞을 수 있었다.

4주기를 하루 앞두고 문재인 대통령이 페이스북에 추모 글을 남겼다.

그 전부터 가지고 계셨던 생각이나 의지를 밝혀주신 것 같고, 위로도 됐다. 세월호 진상규명과 416생명안전공원에 대한 비전도 함께 제시하셔서 힘이 된다.

문재인 정부는 박근혜 정부와 다를 것으로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다. 일부 진전이 이루어진 것이 있다면 무엇이고, 여전히 제자리에 있는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

일단 검찰이 박근혜 정부가 어떤 조직적인 방법으로 은폐하고 방해하고 조작했는지 밝혀내기 시작했다. 이전 정부와 비교했을 때 이는 명확한 변화이고, 정권의 의지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본다. 특히 세월호 특조위를 만들고 그 과정에 정부가 협조하는 모습도 달라졌다. 지금은 정부의 방해로 진실을 밝히는 게 어렵다는 생각은 크게 하지 않는다.

문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사의 진실이 무엇인지를 바라보는 시각은 아직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 어제 뉴스에도 4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해경의 구조능력이나 구조장비가 열악하다는 보도가 나왔는데, 세월호 참사는 구조능력이 없고 구조장비가 없어서 일어났던 것이 결코 아니다. 그 당시는 장비도 필요 없었고, 대규모의 구조단이 투입돼야만 하는 상황이 아니었다. 단지 빠져나오라는 말 한마디면 되는 상황이었다. 왜 그 말을 안 했는지를 밝혀야 한다. 그런 점에서는 정부의 시각이 부족한 점이 있다.

어제 4.16토론회 <세월호와 촛불, 그리고 나라다운 나라>에서 “세월호 참사는 대한민국의 모든 총체적 문제가 집약되고 폭발한 사건이라는 진단 때문에 진상규명이 가로막히고 있다”고 말했는데, 무슨 의미인가?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을 당시, 전 사회적으로 각성이 일어났다. 터무니없이 많은 사람들의 희생이 어디에서 시작됐는지, 우리 사회가 무엇이 문제인지에 대해 많은 진단이 나왔다. 선박 안전규정 문제나 사회 전반적인 교육, 법과 제도, 심지어 인성의 문제까지 나왔다, 나아가 사회의 이기주의, 이윤 추구 때문이라는 진단까지 나왔다. 이 진단들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분명 우리 사회의 문제였고, 앞에 나온 진단들 때문에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것도 아주 틀린 것은 아니다.

그런데 법과 제도가 충분히 갖춰지고, 매뉴얼대로 행동하고, 인성을 향상하고, 구조능력을 키운다고 참사가 안 일어났을까? 침몰 원인이 과적이나 조타 실수가 맞다고 하면 그게 맞겠지만, 지금은 그 이유가 아닐 가능성이 커졌다. 구조를 어쩔 수 없이 못 한 게 아니라 시도조차 하지 않은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우리가 예상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원인 때문에 침몰한 거라면, 구조 시도조차 하지 않은 것이라면 앞에 나온 진단들이 참사의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있을까? 그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소위 전문가라는 사람들, 수사하는 사람들이 ‘이번 기회에 문제를 제대로 고치면 되는 것 아니냐’는 인식을 많이 가지고 있었다. 그런 식의 접근으로 과연 진실이 밝혀질 수 있을까 회의감이 든다.

세월호 참사 자체의 본질, 진실을 깊이 들여다보려는 노력이 없는 것 같다.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야 하는 건 맞지만, 세월호 참사를 기준으로 봤을 때는 너무 안일하고 일반적인 접근을 하는 게 아닌가. 진실을 더 파고 들어가려고 했을 때 음모론이라거나 참사 피해자들이니까 그런 것 아니냐며 회피했는데, 드러나는 정황은 우리가 이야기한 것과 맞아 들어가고 있다. 그런 측면을 강조하고 싶었고 일반적으로 이야기하는 대안들은 세월호 참사와 관계없이 진행하면 된다. 마치 그것들이 세월호 참사의 대책인 듯 이야기하면 진실이 묻힐 수 있다는 위기감을 가지고 있다.

4.16토론회에서 “2년이면 진상규명이 가능하다”는 말도 했는데, 현 세월호 특조위 2기의 문제점은 무엇이고, 사고의 진상을 밝히는 데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2년이면 가능하다는 것이 아니고 너무 짧기 때문에 한 말이었다. 진상규명을 위한 기간을 늘리거나 특조위 3기를 만들지 않고 2년 안에 진상규명을 끝낼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려면 특조위에만 임무를 맡기는 게 아니라 특조위가 중심을 잡고, 부족한 부분을 정부가 보완해 줘야 한다. 그것이 검찰의 특별수사팀이고 감사원의 특별감사팀이다. 기관이 협력해서 진상규명을 할 때 2년 안에 가능하다는 것이다.

대구지하철참사 사례를 보면 안전문화공원을 만들면서 갈등이 심했다. 안산에서는 달라야 할 텐데, 416생명안전공원의 핵심은 무엇인가?

생명안전공원이 왜 있어야 하는지, 거기에 왜 우리 아이들을 품어야 하는지에 대해 함께 고민해 주셨으면 좋겠다. 세월호 참사 이후 다시는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바람이라면, 억울한 죽음이 없는 세상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304명의 희생을 헛되이 하지 않는 길이다. 아이들은 품는다는 의미는 유골을 품는다는 것이 아니다. 꿈을 품는 것이다. 그 꿈을 시민들이 함께 품었을 때 안산이 생명과 안전의 도시로 바뀌고, 나아가 대한민국이 바뀔 수 있다.

생명안전공원을 납골당으로 지칭하면서 반대하는 사람들과 이를 선동하는 사람들이 있다. 시민들은 정서적인 이유로 반대할 수 있다고 보지만, 이들은 선거를 앞두고 정치적으로 악용하는 사람들이다. 시의원 예비후보 포스터를 보면 자기 이름보다 더 크게 ‘납골당 반대’라고 쓰여 있다. 그렇게 악용하지 말았으면 한다. 시민들은 그러한 정치적 악용을 분별할 수 있다고 본다. 실제로 반대하시는 분들과 이야기하면서 많은 공감대를 형성해 왔다. 악의적으로 호도하는 사람들에게 시민들이 호응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전 사례를 살펴보면 대부분 피해자 유가족들이 포기하거나 타협하면서 실패했다. 이전 사례를 알기에, 416생명안전공원은 유가족들이 포기할 수 없기 때문에, 생명안전공원은 반드시 만들어질 것이다.

기자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의 고민일 것이다. 시민들이 세월호 유가족들에게 다가갈 때, 또는 세월호를 기억할 때 유념해야 할 점이 있나?

자신들의 상황이나 조건에 맞춰서 하시면 될 것 같다. 다만 드리고 싶은 말씀은 유가족의 이야기를 먼저 들으려는 모습이 필요하지 않을까. 많은 분들이 우리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이 많은 거로 안다. 세월호 참사를 극복하는 데 핵심적인 키를 가진 사람들은 유가족들이다. 유가족들이 이해할 수 있는 진상규명이 우선이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먼저 유가족들의 이야기를 충분히 들어주셨으면 한다. 세월호 참사는 직접 겪은 사람들만이 느낄 수 있는 것들이 많다. 당일 현장에서 유가족들이 본 것에 대해 아직 많은 분들이 모른다. 참혹하다, 슬프다고 느낄 수 있지만, 우리가 뭘 봤기에 그렇게 느끼고 있는지 충분히 알려지지 않았다. 유가족이 생각하는 방향을 충분히 듣고 공감해 달라는 부탁을 드리고 싶다.

내년 5주기에는 달라진 점이 있을지?

세월호 참사의 진실이 얼마나 밝혀지는가에 따라 다를 것이다. 물리적으로는 쉽지 않겠지만, 진상이 드러나고 책임자 처벌이 시작된다면, 지금보다 덜 부끄럽게 5주기를 맞을 수 있다고 기대한다.

세월호를 기억하는 시민들, 또 연대하는 시민들에게 전할 말씀이 있다면?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언론도 알리기 시작했다. 과적이나 조타 실수가 침몰 원인이 아니고 구조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몇몇 언론에서만 보도했다. 박근혜 정권이 세월호와 관련해 이야기한 모든 것이 거짓말이라고 드러났다. 세월호 참사 자체의 진실에 관해 이야기한 것도 거짓말이라고 보는 게 오히려 합리적이다.

많은 국민들이 침몰 원인과 구조를 하지 않은 원인을 밝히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최근에서야 보도하기 시작한 언론의 노력이 기여한 바도 있다. 언론이 유가족이 슬퍼하는 모습만 비추지 말고, 2014년 4월 16일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에 집중해 줬으면 좋겠다. 당시 모든 언론이 진도로 가서 취재하지 않았나. 그때의 사진과 영상을 다시 꺼내서 분석했으면 한다. 그렇게 특조위가 조사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부분에 대해 의논하고 정부에 계속 질문을 던져주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시민들 역시 참사의 진실과 관련해 무엇을 알고 싶고, 무엇이 밝혀져야 하는지 구체적인 질문을 갖고 계셨으면 좋겠다. 특조위든 검찰이든 언론이든 진상이 드러났다고 하면, 그것이 내가 원한 답이 맞는지 판단하실 수 있도록 질문해 보셨으면 한다.

* 다음 기사를 그대로 옮겼습니다. 이동희 기자, “세월호 진상규명, “진짜는 이제부터””, 참여와 혁신,  2018.05.27, http://www.laborplu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2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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