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제이투 Rejeito

작품 줄거리

헤제이투(Rejeito). 동사로 거절, 거부하는 행동. 명사로는 가공 과정 중 발생한 잔여물, 재사용이 불가능한 폐기물. 브라질 광산회사 발리의 댐은 광산 채굴에서 발생한 폐기물과 진흙으로 만들어져, 벌써 두 번의 붕괴 사고 이력이 있다. 사람들은 한순간에 집을, 가족을, 또는 목숨을 잃었다. 하지만 발리도, 정부도 별다른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다.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댐 아래 사는 사람들은 언젠가 참사가 반드시 일어날 것을 알면서도, 그 삶을 이어나가야 한다. 정부와 발리는 이곳을 ‘자력구제지역’이라고 부른다.

프로그램 노트

“제 집은 댐에서 20m입니다. 댐이 무너지면 제가 도망칠 수 있을까요?”

영화 <헤제이투>에서 가장 잔혹한 대목 중 하나. 언제 붕괴될지 모르는 댐 아래 지역이 ‘자력구제지역’이라고 불린다. 댐을 건설한 광산 대기업 발리는 대피로와 집결지를 만들고 모의훈련을 실시하지만, 댐이 붕괴된다면 댐에서 20m 거리에 사는 조앙은  대피로에 진입하기도 전에 목숨을 잃을 것이다.

브라질의 댐 사고는 1986년부터 시작되었다. 특히 광산 폐기물을 이용하여 건설하는 폐석댐은 붕괴 위험이 높다. 2015년에는 푼당댐이 무너져 19명이 진흙에 묻혀 목숨을 잃었고, 2019년에는 브루마지뉴의 폐석댐이 붕괴되어 272명이 희생되고 여러 마을이 완전히 파괴되었다. 발리는 두 번의 참사 이후에야 채굴 방식 재검토에 착수했다. 영화 속 미나스제라스 지역의 폐석댐 역시 붕괴 위험이 높지만, 정밀 조사 및 보완 조치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댐, 송전탑, 발전소, 공항. 사회기반시설이라고 일컬어지는 것들이다. 그러나 발리가 댐을 통해 채굴의 이윤을 극대화하듯이, 이러한 시설들은 반드시 공공을 위해서만 만들어지지 않는다. 개발 과정은 너무 자주, 자본의 이익을 우선으로 고려한다. 삶의 공간을 잃는 이들이 반드시 생긴다. 그 안에 깃든 일상과 관계도 파괴된다.

영화에서 기후활동가 마리아는 “수백 명의 목숨값”으로 열린 것은 광산 대기업 발리의 돈줄이라며, “가족이 생매장”되는 걸 목격한 상황에서 “경제회복은 문제가 아니”라고 말한다. 댐 아래는 여전히 ‘자력’으로 피난이 어려운 만 명의 사람이 살고 있다. 낯설지 않다. 댐은, 생명을 담보로 한 채 경제를 운운하는 자본은, 어디에나 있다.

 

– 서울인권영화제 상임활동가 고운

감독

페드로 데 피립피스

​​벨루오리송티에 기반을 둔 브라질의 영화 감독 페드로 데 피립비스는 2016년에 유럽 MFA 프로그램 Doc Nomads에 선발되어 포르투갈, 헝가리 및 벨기에에서 8편의 단편 다큐멘터리를 연출했다. 2021년에는 넷플릭스와 IDA에서 글로벌 신흥 영화감독상에 후보로 지명되었다. <헤제이투>는 그의 첫 장편 영화이다.

인권해설

정원은 없지만 가드닝에 잠시 한눈을 팔던 때가 있었다. 마당을 가꾸는 사람들은 돌을 여러 곳에 활용하는데, 까만 현무암은 디딤석으로 많이 사용한다. 비뚤비뚤한 모양으로 자연스럽게 잘린 납작한 돌을 ‘부정형 판석’이라고 부른다. 지금 한국에서 사용하는 부정형 판석의 대부분은 베트남에서 온다. 유튜브에 올라온 석재 상인의 돌 소개를 보던 중 한 상인이 그런 말을 했다. 지금은 베트남이 가장 싸지만, 베트남 돌값이 올라갈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저희는 미얀마, 캄보디아, 전 세계 어디를 가서든 고객 여러분께 가장 싸고 좋은 돌을 찾아드리겠습니다.

증기기관의 발달은 공간의 이동을 단축했다. 단축된 시간을 따라 한 세계의 자원은 다른 세계로 쉬이 이동할 수 있게 됐다. 각 자원은 그저 시간의 단축에 따라 자유롭게 오가지 않았다. 비용의 차이에 따라 발생하는 차익, 새로운 이윤이 자원을 이동시키는 톱니바퀴였다. 식민지 지배자들이 남반구에서 북반구로, 아프리카 대륙에서 아메리카 대륙으로 자원과 노예를 이동시킨 것도, 공장고 산업이 미국과 유럽에서 한국을 거쳐 중국과 베트남으로 옮겨 다닌 것도, 미국의 ‘고객’이 콜센터에 전화를 걸면 인도의 노동자가 전화를 받는 것도 바로 이 차익을 쫓아 일어난 이동이다.

땅과 광물같이 한정된 자원의 경우 경쟁은 더 격렬해진다. 볼리비아의 아름다운 소금사막 우유니에는 세계 리튬의 50~70%가 매장돼 있다. 약탈을 막기 위해 자원 국유화를 지키던 모랄레스 대통령은 미국과 다국적 기업의 지원을 받은 이들이 공모한 쿠데타에 의해 쫓겨났다. 한 조사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2012년 이래 10년간 최소 1,733명의 환경운동가들이 살해당했는데, 이들 대부분은 아마존 열대우림이 펼쳐진 브라질과 콜롬비아 등 남미의 활동가들이었다. 이들을 살해한 대표적인 동기는 광업, 벌목과 같은 사업의 진척을 막았기 때문이었다. 더 많은 이익이 기대될수록 더 많은 사람이 다친다.

사람만 쫓겨나는 것은 아니다. 전 세계 콜탄의 70~80%가 매장되어 있는 콩고민주공화국에서는 콜탄 추출을 위해 고릴라 서식지를 없앤다. 콜탄은 노트북과 스마트폰에 사용된다. 많은 이들이 2년이면 한 번씩 바꾸는 스마트폰이 새로 만들어질 때마다 고릴라가 가장 먼저 쫓겨나고, 고릴라가 쫓겨난 자리에서 아동을 비롯한 내전의 피해자들이 강제 노동에 시달린다. 힘이 없는 이들에게 자원은 저주다. 폭력으로 가공된 저주는 ‘저렴하고 좋은 물건’으로 모두의 풍요가 되어 돌아온다.

안타깝지만 이 땅에 사는 그 누구도 이 가해로부터 결백하지 않다. 수백만 원을 주고 핸드폰을 산다손 고릴라의 목숨값을 지불할 수는 없는 법이며, 자본의 이익을 향해 촘촘히 구조화된 세계를 홀로 빠져나갈 방법도 없기 때문이다. 다만 우리에겐 하나의 가능성이 있다. 진실을 외면하지 않는 것, 이윤이 아니라 평등, 자유, 연대, 정의, 평화의 원리로 세계의 그물을 다시 짜는 것.

누군가는 꿈같은 소리라고 말할지 모른다. 그러나 현실을 보라. 무너지는 댐 앞에 사람들을 방치하는 지금의 시스템이야말로 허황하지 않나. 우리의 풍요에 질문을 던질 때다. 내가 살고 싶은 세계를 만들어갈 힘, 당신에게 있다.

윤영(빈곤사회연대)

 

빈곤사회연대

http://antipoverty.kr/

한국사회에서 심각해지고 있는 빈곤은 개인의 책임이 아니라 빈곤을 확산하는 신자유주의 세계화 정책에 따른 구조적인 문제입니다. 따라서 빈곤사회연대는 반신자유주의 반빈곤 연대운동을 지향하며, 사회구성원으로서 누구나 누릴 수 있는 △기본생활소득 △노동권 △공적 사회서비스 확보를 ‘민중의 기본생활권’ 쟁취를 위한 주요 과제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개발정책, 빈곤대책으로 인해 오히려 인간다운 삶의 권리를 박탈당하고 있는 노점상, 철거민, 홈리스 당사자 운동과 함께 하고자 합니다.

2326회 서울인권영화제삶의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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