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난 Diaspora

작품 줄거리

자말은 시리아를 떠나 한국에 들어온 난민이다. 그는 또 다른 이주노동자인 라주와 함께 공장에서 일하고 있다. 자말의 난민 생활은 외롭다. 직장 동료의 딸 사진을, 시장에서 파는 아기 신발과 옷을 보면서 그는 연락이 닿지 않는 시리아의 가족들을 생각한다. 그리고 여기, 자기 삶의 공간에서 떠나 새로운 곳에서 살고자 애쓰는 또 한 명의 외로운 사람이 있다. 순영은 한국전쟁 때 가족들과 헤어졌다. 뉴스에서 이산가족 상봉 관련 이야기가 나올 때면 순영은 모든 것을 멈추고 화면에 빨려 들어갈 듯하다. 둘은 전쟁으로 인해 혼자가 되었다는 점에서 교집합을 가진다. 그래서인지 순영은 자말에게 퉁명스러운듯 하면서도 불러다 함께 밥을 먹는 등 살갑게 대한다. 서로 다른 환경이지만 ‘난민’이라는 이름으로 함께 이야기하는 순영과 자말. 이 둘을 위로할 수 있는 건 누구일까.

서울인권영화제 자원활동가 사로

프로그램 노트

사람들은 각기 다른 이유로 어떤 공간에 머문다. 누군가는 어쩔 수 없이 그 공간에 머물러야 한다. 자말에게 한국은 그런 곳이 되었다. 어떤 이유로 한국에서 노동자가 되었지만, 전쟁으로 인해 고향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되었다. 한국은 이제, 자말이 어쩔 수 없이 머물러야 하는 공간이다. 익숙한 친구도, 일상도 없는 낯선 공간. 하지만 새로운 공간에서도 삶은 계속되기에, 자말은 어쩔 수 없어도 살아야 한다. 어쩔 수 없는 존재를 우리는 환영하고 있지 않다. 출입국 관리소에서 돌아오는 자말의 발걸음은 환대받지 못한 이의 발걸음이다. 그런 자말을 환대할 줄 아는 건, 그 당신도 전쟁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이 공간을 살아야 했던 순영이다.
환대받지 못하지만 살아야 하므로 머물지만, 여전히 잘 살아가고 싶은 이들의 불온한 연대, 그들은 그렇게 새로운 공간에서의 삶을 만들어간다.

서울인권영화제 프로그램 팀

감독

섹알마문 Shekh Almamun

섹알마문

4년전부터 영상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다큐멘터리와 극영화 장르를 가리지 않고 내가 이야기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영상으로 담는 작업에 큰 매력을 느끼고 있습니다. 지금은 아시아 미디어 컬쳐팩토리에서 활동 하고 있습니다.

인권해설

<피난>은 6.25 전쟁을 겪은 피난민인 노년의 여성과 아직도 전쟁이 진행 중인 시리아의 난민인 한 청년이, 전쟁의 난민으로서 각각의 삶의 현장을 떠나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를 그려내고 있습니다. 또한 고향을 떠나 가족과 분리된 채 재결합의 날을 기다리는 이들의 소망이 어떻게 맞닿아 있는지를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시리아 전쟁 발발 후 한국으로 유입된 시리아 난민은, 2015년 12월까지의 통계로 1,052명입니다. 하지만 이들 대부분은 난민 신청을 했지만 난민 인정을 받은 사람은 단지 3명뿐이었고, 나머지 난민 신청자들은 인도적 체류지위를 부여받고 있습니다. 이렇게 한국으로 유입된 시리아 난민(인도적 체류지위 포함)은 전 세계로 흩어진 시리아 난민 중 0,01%에 불과합니다. 소수의 시리아 난민을 받아들이면서도, 그 중 난민 인정마저도 극히 소수에 불과한 한국사회의 난민정책은, 전쟁을 피해 재산과 삶의 근거를 잃어버린 사람들에게 단지 한국에 머물 수 있는 체류자격만을 임시적으로 줍니다. 그리하여 그들이 주거와 생활, 노동과 양육 등의 모든 책임을 온전히 그들 스스로 감당하게 하면서, 또 그렇게 적응해 살아가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6.25 전쟁 이후 분단 상황에서 탈북을 감행하며 계속해서 한국으로 유입되는, 북한에서 오는 이주민들은 ‘동포’라는 민족의 테두리 안에서 최소한 국적을 부여받고 정착지원금을 받을 수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 또한 전쟁 직후에는 북한에서 왔다는 이유로 여러 가지 힘든 상황들을 견뎌내야 했습니다. 또한, 이후에 ‘탈북’이라는 과정을 거쳐서 오고 있는 북한 출신의 사람들은 민족의 테두리는 차치하고, 체제가 다른 사회에서 온 이주민으로서 소수자의 위치에서 받는 고통들을 여전히 겪어야만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두 그룹의 이주민들은, 한쪽은 난민이라고 불리는 데 비해 또 다른 쪽은 북한이탈주민 내지는 새터민으로 불리면서 서로 다른 존재로 보이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하지만 두 이주민 그룹은 모두 국가에 재정적 부담을 안겨 줄 수 있는, 또 잠재적 테러리스트 또는 간첩일 가능성이 있는, 의심해야 할 통제와 감시의 대상이기도 하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둘은 유사한 방식으로 국가의 안보문제를 이슈화하고자 하는 정부나 보수우익집단의 희생양이 되기도 합니다. 그 대표적인 사건이 국정원의 유오성 간첩조작 사건과, 독신으로 왔다는 이유로 시리아 난민 28명이 “잠재적 테러리스트”라는 의혹 속에서 인천공항에서 억울한 감금생활을 해야만 했던 사건입니다. 둘 다 지금은 해결된 문제이긴 하지만, 반공이나 국경의 안전을 외치며 국가 안보를 날조하는 자들에게 이들이 어떻게 피해를 입었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지금 한국에 거주하는 난민들 가운데 전쟁을 피해 온 난민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분단을 이유로 다른 체제하에서 살다가 견딜 수 없어서 한국으로 온 북한출신의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들 모두 사회적 차별에 함께 놓여 있습니다. 이들이 피해 온 전쟁과 체제의 문제를 넘어, 좀 더 안전하고 평화로운 삶이 가능하면서도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도록 이러한 사회적 차별이 해소될 수 있는 노력들이 요구됩니다.

정혜실 (이주민방송MWTV와 다문화마을의 꿈꾸는 나무 공동대표)

1222회 서울인권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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