팍스콘: 하늘에 발을 딛는 사람들 Fly to Transcend

작품 줄거리

영화를 본 후, 손에 든 아이폰을 보고 옆에 앉은 사람의 아이폰을 보았다. 죽음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10대 노동자들의 삶과 열악한 노동 현실, 죽음과 삶에 대한 선택조차 할 수 없는 극단적인 노동환경, 자본의 권력 구조 속에서 배제되는 노동자들의 삶을 다룬 영화이다. 일하러 간 한 소녀는 결국 자신의 삶을 뒤로 한 채 죽음을 선택한다. 그녀가 그렇게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그곳은 어떤 곳일까.

혁신과 창조의 상징인 애플, 그 시스템과 디자인이 우리 손에 들어오기까지는 어떤 과정을 거칠까. 애플은 ‘협력업체에 대한 책임’을 말하며 노동과 인권, 환경과 안전 등 당연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들에 가치를 두는 듯, 인간의 삶을 고려하는 듯 말하지만. 과연 ‘삶’이 진정으로 있을까.

거대한 협력업체인 팍스콘에서 노동자는 사람이지만, 그곳에서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 사람이 없으니 ‘삶과 죽음’도 없다고 말한다. 팍스콘은 기계와 사람이 ‘기계화, 자동화’된 라인을 지금도 계속해서 돌리고 있을 것이다. 마치 게임 속처럼 사람들의 삶이 사라지고 채워졌다가 다시 사라진다. 마치 거기서 일하지 않았던 것처럼. 거기에는 이미 무너져 내린 삶들이, 슬픈 물 위로 물감처럼 번져있다.

 

서울인권영화제 자원활동가 횸

감독

두 치아오

두 치아오

오랫동안 한계상황, 또는 빈곤 속에서 사는 사람들을 담는 영화와 티비 방송을 제작했다. 2000년, 장편 논픽션 소설 <The Sore of Century: The First Chinese Full Record on AIDS Patients>를 발표했다. 다큐멘터리 <Xiao Lu, a Patient of AIDS>를 공동제작했다. CCTV 칼럼 <Half the Sky>에서 “중국에서 제일 멋진 여성”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최근 6년 동안은 <Phoenix Road>라는 약물 사용 여성 9명을 촬영한 다큐멘터리를 제작했다. 이 영화는 Youku라는 중국 최초의 동영상 사이트에 게시되었고, 세 시간 동안 조회수 백만 이상을 기록하여 현재 누적 조회수 700만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인권해설

자본이 이윤 극대화를 위해 국경을 넘나들면서, 저 먼 나라에서 벌어지는 인권과 노동권 침해도 더 이상 남의 나라 일만은 아니게 되었다. 물론 헬조선에서 오늘을 사는 우리의 삶도 퍽퍽하고 고되기만 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그런 가운데에도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편리하게 만들어주는 제품에 스며든 다른 이들의 피눈물을 마냥 외면하는 것도 마음이 편치 않다. 아이폰, 아이패드 등을 조립하는 제조공장인 팍스콘에서 벌어지는 상황은 과연 우리와 무관할까.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박탈당하고 거대한 기계의 부품처럼 전락해버리는 노동자들, 인간다운 삶에 대한 실낱같은 희망도 잃어버린 채 절망 속에 투신자살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노동자들 앞에서 우리는 아무런 책임도 없는 것일까.

영화는 말한다. “2010년 아이폰 한 대당 이윤의 58.5%는 애플사가, 21.9%는 원자재 공급업체가, 4.7%는 한국이 가져가고 나면 팍스콘에 남는 몫은 2%에 불과했다”고. “아이패드 한 대당 애플은 150달러(30%)를 먹고 부품공급으로 한국이 34달러(6.8%)를 가져갈 때, 중국 조립라인 노동자는 겨우 8센트(1.6%)를 월급의 형태로 가져 간다”고. 이 지독히도 모순적인 수익분배구조가 팍스콘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을 미래의 희망을 찾아보기 어려운 절망의 하루하루로 몰아넣고 있다. 기업들은 이렇게 벌어들인 부를, 우리는 아이폰과 아이패드가 선사하는 편리함을 누리고 있다.

인권을 보호할 책임은 전통적으로 국가와 정부의 몫으로만 여겨져 왔다. 그러나 다국적 기업으로 대표되는 자본이 국경을 넘어 전 세계적으로 인권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면서, 이 같은 자본에도 책임을 부여해야 한다는 논의가 국제적으로 진행되어 왔다. 이제 국제사회는 기업에도 최소한 인권을 ‘존중’할 책임이 있다는 데 합의했다. 자사의 노동자, 작업장 환경, 제품뿐만 아니라 공급망, 지역사회, 환경 등 기업의 영향력이 미치는 모든 영역에서 인권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기업을 운영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정부가 인권 보호 책임을 지고, 기업이 인권 존중 책임을 질 때, 소비자이자 시민으로서 우리는 어떤 책임을 질 수 있을까. 내가 일상에서 누리는 편리의 이면에서 벌어지는 인권침해 문제를 ‘외면하지 않을’ 책임은 져야 하지 않을까.

나보다 힘든 사람의 이야기 속에서 “나는 그래도 낫구나”라고 위안을 찾는 것이 아니라 그 아픔에 공감하고 연대하면서 “이런 나라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라며 고민하고 실천하는 사람이 하나둘 늘어난다면, 팍스콘 노동자들이 더 이상 절망에 몸을 던지지 않아도 되는 날을 꿈꿔볼 수 있을 것 같다.

 

강은지 (국제민주연대)

921회 서울인권영화제자본에 저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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