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줄거리
모두가 부러워했던 꿈의 직장 그 곳에서 나는 백혈병을 얻었다… 근로복지공단 앞은 오늘도 변함없이 소란스럽다. 영정사진을 든 채 “노동자의 죽음은 중요하지 않습니까?”라며 목청을 높이는 사람들과 그들을 문 앞에서 막아서는 직원들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진다. 갑작스레 발병한 백혈병으로 미래에 대한 꿈을 접어야 했던 황유미, 뇌종양 수술의 후유증으로 눈물을 흘리지도, 말을 하지도, 걷지도 못하게 된 한혜경, 1년 남은 시간 동안 볼 수 있는 것은 모두 가슴에 담겠다며 아픈 몸을 일으키는 이윤경, 동료의 죽음을 슬퍼할 틈도 없이 유방암을 선고 받은 박민숙, 고졸 학력으로 대기업에 입사한다는 것에 마음이 부풀었던 딸을 떠나 내야 했던 황상기, 두 아이를 위해 남편의 죽음을 반드시 규명하겠다는 정애정… 그들은 아직 코앞에 드리운 죽음을 받아들일 수가 없다. 남들이 모두 부러워하던 직장이었다. 먼지 하나 없는 방, 모두 다 똑같은 옷을 입고 있는 그 곳은 ‘미지의 세계’ 같았다. 역겨운 냄새가 코를 찌르고 화장실 갈 틈도 없이 기계를 돌려야 했지만 ‘성과급 1000%’ 앞에서 불평할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그렇게 열심히 일한 것이 죄였을까. ‘죽음’이라는 허망
감독
프랑스 영화학교에서 다큐멘터리를 전공하고 ‘푸른영상’에 들어와 첫 장편으로 삼성 직업병에 관한 다큐멘터리 <탐욕의 제국>을 제작했다. 전작으로는 노동자들의 발을 이미지 몽타쥬 형식으로 작업한 <V tuje zemlyu>와 서점을 배경으로 떠도는 책 속의 말을 통해 혼란스러웠던 19세기 말의 이념 지형도를 그린 <먼 친구에게>등이 있다.
인권해설
우리, 일상을 얘기해요.
반올림 활동가 : 오랜만에 만나 반가우셔서 농담 주고받으시는데, 어머님, 아버님, 지금 곧 기자회견 시작이에요. 자자, 표정 관리 하셔요~
7년이나 오래 버텨온 힘이 이거였을까. 웃고 농담하고 안부를 묻고 피해자와 그 가족들의 분위기가 화기애애하다. 서늘한 집회나 기자회견장에서 만나야 하는 우리에게 “밥은 챙겨먹고 다녀요? 대충~ 아이는 몇 학년 이예요? 1학년, 우리 딸 영어 요즘 영어 배운다고 난리네~ 딸 결혼식이 언제라고? 꽃 피고 좋네~” 이런 일상을 나누는 게 얼마나 소중한지.
다큐멘터리에 나오는 민숙언니(박민숙, 삼성반도체 기흥공장 3라인 7년 근무, 유방암)도 분명 고등학교 졸업식에서 깔깔거리며 즐거워했을 꺼다. 새로운 출발을 한다는 설렘에 누구 못지않게 한껏 멋을 부렸었을 꺼다. 혜경 씨(한혜경, 뇌종양 삼성전자 LCD 기흥공장 6년 근무, 뇌종양)도 예전 사진을 보면 제법 통통하고 발랄했더라. 지금도 노는 걸 무척이나 좋아하고, 웃음이 많고, 신나면 휠체어에서 몸을 들썩이며 춤을 추는데… 윤정 씨(이윤정, 삼성반도체 온양공장 6년 근무, 뇌종양)도 몸이 ‘팅팅’ 부어서도 “남들 가본 데, 청계천, 인사동 가자”며 성화였단다.
창호 씨(송창호, 삼성 삼성반도체 온양공장는 6년 근무, 악성림프종)는 항암치료로 머리가 빠진 아빠 모습에 낯설어하던 아들이 가장 슬펐다고 한다. 희수 씨는 “고 이윤정 씨의 남편 정희수 씨입니다”라고 자신을 소개한다. 민숙 씨는 동료 소식을 ”누가 무슨 병이래, 죽었대” 라고 전해 듣고. 삼성으로부터 사과, 보상, 재방방지대책 마련을 약속 받는 것 말고 그들이 원하는 것은 일상성의 복원이 아닐지. <탐욕의 제국> 홍리경 감독도 우리와 다르지 않았던 이들의 꿈이 먼지처럼 사라진 세상을 그리고 싶었다고 한다.
반올림과 반올림을 응원하는 이들이 해야 할 것은, 클린룸에 들어선 뒤 달라진 그들의 삶, 사라진 일상을 복원해가는 일이 아닐까. 사라져간 안타까운 생명과 건강 그리고 더 이상 죽어서는 안 되는 이들을 챙기면서도 남은 자들의 일상과 행복도 하나씩 나누는 것, 사소해 보이지만 소중한 일상을 쌓아가다 보면 어느 순간 사람 냄새 풀풀 나는 세상이 되어있지 않을까 상상해본다.
권영은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 활동가)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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