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줄거리
밤마다 음악회를 여는 배짱이 아저씨, 썰렁한 농담 책을 가지고 다니는 신부님, 딱따구리 노래를 부르는 아주머니. 각자의 터전을 잡고 살던 그저 평범한 그들은 그렇게 101번 농성장에 모여 또 다른 즐거운 나의 집을 만든다.
전력수급이라는 허울로 위장하여 그들의 터전을 뺏으려 하는 국가로부터 자신들의 집을 지키려 안간힘을 쓰는 그들에게 국가는 협박과 무력진압이라는 공권력을 아끼지 않는다. 그들의 건강, 그들의 재산, 그들이 안전하게 살아갈 환경 등 이 모든 것을 다 내놓으라고 할 어떠한 타당성도 국가에겐 없다. 단지 숨기고 있는 국가의 탐욕만 있을 뿐이다.
2,000명의 경찰을 밤새 뚫고 올라온 전국의 연대자들과 함께 한판 벌여보지만, 국가의 공권력에 처참히 짓밟히는 밀양 주민들의 모습이 생생하게 보인다. 그렇게 6/11 밀양행정대집행 이후 101번 사람들은 일본의 후쿠시마와 같은 재난이 언제 닥칠지 모르는 위험한 송전탑 아래에 또 다른 터전의 삶을 꾸려간다. 그들의 연대는 계속되고 있다.
서울인권영화제 자원활동가 화랑
감독
련
미디액트, ‘독립다큐멘터리 제작과정’ 17기 수료. 작품으로는, 단편 <어진아, 집에 가자> (2015, 8분, ‘제2회 미디어로행동하라 in 밀양’ 참가작)이 있다.
인권해설
“100일만 넘어도 장기투쟁.” 사실, 이 말은 옛이야기가 되어버렸다. 일 년, 천 일, 삼천 일 그리고 십 년…. 지독한 시간들이다. 평온한 삶은 고사하고 온전한 나로 살아가기가 어려워진다. 이에 맞설라치면 기득권이라 여겨지는 이들, 기업, 국가로부터 끊임없이 시달리게 된다. 살아가면서 존재와 분리할 수 없는 보편적인 권리를 앗아가는 방법은 날로 손쉬워지는데, 되찾아 지키는 길은 점점 더 어려워진다. 마치 인권침해는 있어서 안 되는 것이지만, “당신의 그것은 인권이 아니다”라고 말하면서 누군가의 재산, 기업의 이윤, 다수의 이익, 국가안보와 같은 그 무엇들이 앞세워지는 것처럼 말이다.
투쟁을 하다보면 싸움의 결과로 당장의 처지가 조금 달라진다 해도, 반복되지 않을 책임을 묻게 된다. 그리고 자신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말하게 된다. 끝까지 국가의 책임을 묻고 재개발제도 자체를 되묻고 있는 용산의 싸움이, 전쟁기지를 반대하며 반전평화를 만나게 하는 강정이, 국가폭력을 맞닥뜨리고도 삶은 어떻게 지속되어야 하는가를 보여주며 핵발전소 폐쇄를 말하는 밀양의 싸움이,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철폐를 이야기하며 노동의 권리를 끊임없이 이야기하는 수많은 노동자들의 싸움이 그러하다.
“나의 마음은 지지 않았다.” 십 년을 싸운 밀양 할매들이 전해준 말이다. 곁을 지키는 당신이란 존재들과 함께 싸웠기 때문에 알게 되고 얻게 된 것들이라고 웃으며 말해주지만, 그런 즐거움들이 상쇄할 수 없는 고통은 매일매일 자라났을 것이다. 오랜 싸움은 사람을 지독하게 만들기 십상이다. 건강과 물리적인 한계는 물론이고 단단해지리라 마음먹을수록 달라지는 일상, 곁을 지키는 이들이 나고 질수록 진화하는 외로움, 맘먹은 대로만 풀어지지 않는 관계들, 지키기 점점 어려워지는 원칙들…. 미처 세어낼 수 없는 수많은 고통들이 매 순간 있을 것이다.
싸움 십 년을 앞둔 또 다른 이에게 어떻게 싸우고 싶으냐고 묻자, 효과 있고 구체적인 싸움의 방법이 아닌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꾸준해도 마음이 즐거운 것.” 싸움의 끝만이 아니라 어떤 싸움이어야 자신을 지킬 수 있는가를 이미 분명히 알고 있는 이들. 이런 이들에게 우린 싸움이 어떻게 끝나도 후회하지 않게 하고 싶노라고 감히 말하곤 한다.
“연대가 별거겠어?”라며, “‘나라도 가야지’하고 신발 끈을 질끈 묶는 연대의 전령”이 되는 그녀를 바라보면 이런 생각이 든다. 그녀는 다른 이들에게 싸우는 이가 얼마나 처절하게 고통받고 있는가에 대해 피해자로만 이야기하지 않는다. 왜 싸우는지, 그게 얼마나 자기에게 의미가 있으며 그래서 어떻게 지키고 싶은지를 먼저 이야기한다. “‘노동자도 인간이다’ 보다는 ‘노동자는 인간이다’가 더 좋아.” 싸우는 이들의 ‘앞선 입’이 되기보다는 함께, 사람들과 나눌 언어를 만든다. 그러나 서로 지키고 싶은 원칙에 대해서는, 폭력에 맞서 함께 싸우는 기세와 용기만큼이나 단호하다. 그녀는 내게 당신이 온전하지 않으면 내가 온전한 게 아니라는 연대의 시작을 가르쳐주었다. 인권은, 천부인권 같은 것이 아니라 언제든지 불완전할 수 있다는 것. 우리가 존엄함을 지키기 위해 서로에게 걸어준 오래된 약속인 것처럼 말이다.
기선 (인권운동공간 ‘활’)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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