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이제 댄스타임 자, 이제 댄스타임

작품 줄거리

연출의도 : 2009년, 산부인과 의사가 낙태 수술을 한 동료를 고발하면서 사문화 돼있던 ‘낙태죄’가 다시금 주목받았다. 세상은 떠들썩했고, 여성들은 불안에 떨었다. 수술을 거부하는 병원이 생기고, 수술비가 수백만 원으로 치솟았으며, 해외 원정 낙태라는 말이 들려왔다. 태아생명권과 자기결정권의 답 없는 싸움이 다시 시작된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한 해 34만 건의 임신중절수술이 행해지고 있으며, 이는 전체 가임기 여성의 30%에 해당한다며 불법낙태를 근절하기 위한 감시를 강화해야한다고 말했다. 인구조절을 위해 산아제한 정책을 내세우던 국가가 저출산의 원인을 낙태로 꼽고 나선 것이다. 하지만 누군가 ‘그것을 했다더라’는 얘기만 있을 뿐, 여전히 ‘그것’을 행한 여성들은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2012년 현실은 제자리로 돌아갔다. 왜 암암리에 낙태가 행해지는지, 왜 그녀들은 원치 않는 임신의 상태에 놓이게 됐는지, 수술 후 심신은 괜찮은지 아무도 궁금해 하지 않기에, 여성들은 ‘그것’에 대해 말할 수 없는 그런 현실로. 이 영화는 가임기 여성 제작자들이 한국사회 안에서 낙태에 대한 문제의식을 공유하며 출발하였다. 본 작품은 ‘보이지 않던 그녀들’을 영화 속에 드러내어 ‘낙태’의 본질을 말하려 한다. 이를 위해 형식적으로 극과 다큐의 적극적 결합 방식을 채택하게 되었다. 이 영화는 극 파트 의 인물과 다큐 파트의 인물이 서로의 경험을 주고받으며 진행된다. 극과 다큐가 교차되는 동안 관객은 한국 사회 내에서 자신이 놓인 현실의 위치를 확인하게 된다. / 시놉시스 : 낙태는 있지만, ‘낙태한 여자’는 없다?! 2009년, 대한민국 한 산부인과 의사단체가 낙태를 시술한 병원과 동료의사들을 고발하는 사건으로 떠들썩해진다. 이를 계기로 종교, 시민단체, 각종 협회들은 성명을 내고 언론 또한 물 만난 마냥 연일 보도를 이었다. 그러나 정작 이 부산스런 움직임에 가려져 드러날 수 없는 사람들이 있었다. 조용해진 듯 보이는 몇 년 뒤, ‘당신의 목소리가 듣고 싶습니다’란 한 장의 웹자보를 본 여성들이 카메라 앞에 선다. 평범한 직장인, 교직에 있는, 곧 학부모가 될, 아직 학생인 그녀들. 찬반 논란에 가려져 있던 그녀들의 경험이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하며 이야기는 과거로 간다.

감독

조세영

<돌 속에 갇힌 말>의 조연출을 시작으로 <메이드 인 한국 – 해외입양을 말하다>, <버라이어티 생존토크쇼> 등을 연출을 하였다. <자, 이제 댄스타임>은 그녀의 신작 다큐멘터리이다.

인권해설

한국에서 인공임신중절은 형법으로 처벌된다. 모자보건법에 적시된 극히 협소한 사유에 해당되는 경우가 아닌 모든 ‘낙태’는 원칙적으로 범죄이다. 태아의 생명을 보호하고 ‘낙태’의 만연을 방지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한편 1960년대에는 인구관리를 위해 국가적 차원에서 임신중절을 종용하기도 했다. 그때도 형법상 낙태죄 처벌조항이 있었지만, 많은 여성들이 암묵적인 허용 하에 여러 차례 수술대에 올랐다. 최근까지도 낙태죄는 사문화된 법이었다.

 

2010년 일부 산부인과 의사들이 임신중절 수술을 한 병원을 고발하며 ‘낙태 반대 운동’을 시작했다. 마침 정부도 ‘저출산 대책’의 일환으로 ‘낙태’의 엄중 단속에 나섰다. 몇 개월간 시술 비용이 10배 넘게 뛰었다. 중국으로 ‘낙태’하러 가는 여성들의 이야기가 언론에서 노골적인 비난조로 다뤄졌다. 음성적인 시술을 받던 중 목숨을 잃는 여성들의 이야기가 들려왔다. 민우회로도 상담 전화가 걸려왔다. 병원을 문의하는 여성, ‘낙태’를 강요받고 있는 여성, 남성 파트너에게 낙태죄로 고발당한 여성 등 다양한 처지의 여성들이었다. 최근엔 특히 남성이 ‘다시 만나달라’거나 돈을 요구하며 여성을 낙태죄로 협박하는 사례들이 늘어나고 있다.

 

임신중절은 생명윤리의 문제도 아니고, 여성의 ‘선택권’의 문제도 아니다. 기본적으로 ‘낙태’를 하고 싶어서 하는 여성은 없다. ‘낙태’를 ‘선택’한다는 말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피임 교육의 미비, 아이를 낳아서 양육하기 힘든 사회경제적 조건, 비혼으로 아이를 낳아도, 장애아를 낳아도, 여아를 낳아도 차별받지 않을 수 있는 사회적 토대를 말하기에 앞서 여성에게만 모든 책임을 돌려 처벌하는 것은 국가 폭력이다. 여성들을 처벌하여 낙태율을 낮추겠다는 것은 현실을 살고 있는 여성들의 삶의 조건을 외면하는 것이다.

 

여성들의 현실을 얘기하면 ‘그럼 낙태를 찬성하는 것이냐’는 반문이 되돌아온다. 이 영화가 그 물음에 대한 답이 될 것 같다. 찬반론에 묻혀서는 안 되는, 생명과 선택의 이분법에 갇혀서는 안 되는 여성들 한 명 한 명의 이야기가 있다.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생명’으로서, 태아를 포함하여 이 세상과 연결된 존재로서 자신의 몸과 성에 대한 권리를 지켜나가고자 하는 여성들의 이야기. 이곳에서 모든 논의가 출발해야 한다.

 

제이(한국여성민우회 활동가)

619회 서울인권영화제혐오에 저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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