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매에게 정의를 자매에게 정의를

작품 줄거리

어느 날, 아델라(27)는 출근 이후 돌아오지 않았다. 아델라의 전 남자친구는 그녀를 의식불명 상태에 이를 때까지 때리고 도로변에 버렸다. 아델라의 이야기는 지난 10년 간 6천 명의 여성이 살해당한 과테말라에서도 유명하다. 과테말라에서 6천 명의 여성을 살해한 가해자들 중 실형을 선고받은 경우는 단 2%에 불과하다. 아델라의 언니인 레베카(34)는 부패하기로 악명이 높은 과테말라의 법체계와 싸우고 있다. 그녀는 아델라가 남기고 간 세 아이, 그리고 그녀의 다섯 아이를 키우기 위해 집에서 또띠아를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정의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레베카가 맞닥뜨리게 되는 문제들은 과테말라에서 발생한 이 사건과 유사한 수천 개의 다른 사건들에서도 여실히 나타난다. 하지만 슬픈 와중에도 사실상 조사자의 역할을 도맡고자 하는 그녀의 마음은 특별하다. 레베카는 지난 3년간의 투쟁 동안 많은 시련에 부딪혔다. 분실된 경찰 수사기록, 자신의 아내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당한 판사, 너무 두려운 나머지 증언하지 않는 목격자들. 그간의 고군분투로 완전히 탈바꿈된 레베카는 지역사회의 지도자가 되어 많은 사람들에게 “정의는 가능하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감독

킴벌리 바우티스타

킴벌리 바우티스타는 국제 라틴계 독립 제작자 협회(NALIP)에서 주최한 Latino Artist Mentorship에서 Princess Grace Award를 수상하였으며, 2010년 NALIP 라틴계 제작자 아카데미의 회원이다. 킴벌리의 장편 다큐멘터리 데뷔작인 <내 여동생을 위한 정의>는 히스패닉 장학금 재단, 라틴 공영 방송, 과테말라 미국 및 네덜란드 대사관의 지원을 받은 작품이다. 이 영화는 <내 여동생을 위한 정의>를 지지하는 시민단체의 도움으로 과테말라 내 150여 개 이상의 지역에서 상영되고 있다. 킴벌리는 이 영화를 보완하고 지역 상영 이후 서비스, 제보, 상담들을 관객들과 함께하기 위해 문자 메시지 기반의 핫라인을 만들었다. 2006년, 킴벌리는 포모나(미국 캘리포니아 주 로스앤젤레스 동쪽의 도시)에 있는 치카나(멕시코계 미국여성)들과 에콰도르 키토의 젊은 여성들 간의 비디오 펜팔 웹 프로그램인 Intercultural Web Exchange를 설립ㆍ총괄하였다. 이 기획은 3년 동안 지속되었고, 참가자들에게 대학 입시 기회를 주는 성과를 낳기도 했다. 2008년에는 인권 침해를 목격한 과테말라 사람들의 증언을 토대로 영화를 만들었다. Cal Berkeley & Myrna Mack 재단의 검찰관들은 이 영화를 미주 인권 위원회에 집단 학살 증거로 제출하기도 했다. 이후 그녀는 라틴 아메리카와 캘리포니아에서 비영리 분야(히브리인 이민 원조 단체, UN 난민 위원회)와 법인 분야(Herbalife)의 프리랜서 현장 프로듀서로 일하고 있다. 그녀는 패트리샤 카르도소의 <Lies in Plain Sight>, 모건 스펄록의 <Comic-Con Episode IV: A Fan’s Hope>와 같은 영화와 LATV, The Learning Channel에서 텔레비전 프로그램들을 만들었다. 그녀는 로스앤젤레스 지역에서 라틴계 사람들이 더 높은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Univision에서 방영된 두 개 공공 서비스 담화문의 각본ㆍ감독을 맡았다. 킴벌리는 산타크루즈에 있는 캘리포니아 대학에서 영화 제작으로 사회 기록 석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그녀는 몬테레이 만에 있는 캘리포니아 주립 대학의 시각 및 공공 예술학과의 시간강사로 출강하고 있다.

인권해설

2013년 과테말라시티에서 열린 ‘국제여성폭력근절의 날’, 이 날 행사에 참가한 여성들은 ‘696’이라는 숫자를 쓴 촛불들 앞에서 함께 하늘을 향해 풍등을 날렸다. 이 숫자 ‘696’은 2013년 과테말라에서 살해된 여성들의 숫자이다. 과테말라는 중앙아메리카 지역에서 여성 살해 수치가 가장 높은 나라이다. 2000년에서 2008년 사이에 4,159 명의 여성들이 살해되었고, 2008년에서 2011년 사이에는 2,900명의 여성들이 살해되었다. 그리고 2012년에도 살해된 여성들이 600명에 달했다. 물론 이는 공식적으로 집계된 숫자에 불과하다. 실제 살해, 미수, 폭력 사건들은 훨씬 더 많다고 보아야 한다. 이런 끔찍한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2009년 4월에는 페미니스트 활동가들과 인권활동가들의 수 년 간의 노력 끝에 ‘여성살해 범죄에 대한 처벌법’이 제정되었지만, 통계에서 드러나듯이 여전히 수치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여성살해’(Femicide)라는 용어는 여성에 대한 사회적 차별과 여성혐오로 인해 발생하는 살해의 맥락들을 드러내기 위한 용어이다. 전 세계적으로 수많은 여성들이 설거지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거나 말을 안 듣는다는 이유로, 혼전순결을 지키지 않았거나 남자 같은 행동을 했다는 이유로, 이별을 통보했다는 이유로, 일자리를 빼앗아 간다는 이유로, 또는 단지 여자이기 때문에 가족, (전)남편, (전)애인, 혹은 무작위의 남성들로부터 심각한 구타와 신체 훼손, 염산테러, 강간에 시달리다 죽어가고 있다. 이 중에서도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여성살해의 유형은 ‘가정폭력’과 남편/애인, 전 남편/전 애인 등 ‘친밀한 관계에 의한 살인’이다. 특히 중남미의 경우 여성살해 범죄들이 더욱 조직화되고, 대규모로 벌어지며, 정부와 공권력은 이를 제대로 조사하거나 처벌하지도 않아 중남미에서는 이러한 맥락을 강조하기 위해 ‘femicide’와는 조금 다른 의미의 ‘feminicidio’라는 용어로 표현한다.

 

과테말라는 36년에 걸친 오랜 내전 동안 여성들을 폭력적으로 강간해 온 역사가 있는데다가, 1980년대부터 강화된 신자유주의 정책으로 인해 양극화와 실업문제가 심화되면서 가부장적 폭력이 더욱 심각해졌다. 대체로 집안과 마을에 머물며 가사노동이나 가내수공업을 하던 여성들이 직접 일자리를 찾아 멀리까지 나가서 자신의 일을 하고 일터와 공적 영역에서 힘을 확보해 나가자, 이러한 여성들에 대한 일종의 가부장적 처벌로서의 혐오범죄가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최근 보고에 의하면 11살 이하의 여자아이들을 엄마와 함께 살해하는 사건이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여성들이 처한 빈곤과 열악한 사회적 환경은 이런 상황들을 더욱 악화시키는 중요한 요인이다. 2009년 관련법이 제정되었어도 좀처럼 살해 수치가 줄어들지 않는 이유는 여전히 남성 중심적 태도를 가지고 가해자들을 제대로 조사하거나 처벌하지 않는 경찰 당국과 사법부의 문제도 있지만, 무엇보다 근본적으로는 여성들이 처해 있는 심각한 사회적 조건과 환경들에 대해 정부가 제대로 된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 속 레베카의 싸움은 단지 동생 아델을 위한 싸움만이 아닌, 이 거대한 가부장적 공모의 세계에 맞서는, 과테말라의 모든 여성들과 함께하는 싸움인 것이다.

 

나영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 GP네트워크팀장)

1319회 서울인권영화제혐오에 저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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