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의 무게 I Signed the Petition

작품 줄거리

‘나’는 어제 팔레스타인 예술가들로부터 청원서를 하나 받고 갈등한다. 록 밴드 라디오헤드 보컬에게 텔아비브에서 예정된 공연을 취소해달라는 내용의 청원이었기 때문이다. 고민 끝에 청원서에 서명을 한 이후로 잠이 오지 않던 ‘나’는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서명을 하지 말았어야 했는지 묻는다.   

 

서울인권영화제 상임활동가 채영

프로그램 노트

성명서에 내 이름을 연대서명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나는 왜 성명서에 서명을 할까? 성명서에 있는 여러 문장에 동의하기 때문에, 성명서가 다루고 있는 상황에 함께 분노하기 때문에 내 이름을 더하는 걸까? 성명서에 있는 수많은 문장을 빌려 함께 구호를 외치는 것을 넘어서, 명기된 이름은 어떤 역할을 할까? 내 이름을 명기하는 그 자체가 연대라면, 그것은 서명 이후 구체적인 행동을 약속하고, 불편과 위험을 감수한다는 다짐까지 포함하고 있는 것일까?

여러 사람의 이름으로 함께 선언하는 공동선언은 어떤 의미일까? 나 혼자 하기엔 선뜻 용기가 나지 않는 실천을 함께 시작할 수 있게 하는 동력이 되지 않을까? 각자 스스로 새긴 다짐을 서로에게 다시 확인해 주는 것이 아닐까? 다른 이름들이 서로 힘을 주고받으며 그렇게 이름들의 무게를, 선언의 무게를 더하는 것이 아닐까? 이렇게 서로의 이름으로 무게를 더하고 나누다 보면 세상을 바꿀 수 있지 않을까?

 

서울인권영화제 프로그램 팀

감독

마하디 플레이펠은 팔레스타인 출신의 덴마크 영화 감독이다. 2009년 영국 국립 영화 방송 학교를 졸업하여 나크바 필름웍스를 공동 창립하였다.

인권해설

1948년 이스라엘 건국 이래 팔레스타인은 나크바(아랍어로 ‘대재앙’)를 겪은 후 오늘날까지도 땅을 빼앗기고, 그 땅에서 추방당하는 경험을 끊임없이 겪고 있다. 대화로, 투쟁으로, 무력으로 맞서기도 하고 국제사회에 계속해서 호소해 왔지만 달라진 것이라고는 점점 더 옥죄어오는 이스라엘의 군사점령과 아파르트헤이트뿐이다. 이에 2005년 팔레스타인 시민사회는 전 세계 시민들에게 이스라엘이 군사점령과 인권유린을 멈추고, 추방된 난민들의 귀환권을 보장할 때까지 보이콧과 투자철회, 제재로 함께 대응하자고 제안했다. 15년이 지난 지금 BDS(‘보이콧, 투자철회, 제재’의 영문 약자)운동은 많은 사람들의 지지를 얻으며 힘을 더해가고 있지만, 그만큼 이스라엘과 수많은 시오니스트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훼방을 놓고 있다. 동시에 ‘브랜드 이스라엘’이라는 국가홍보캠페인을 통해 자국의 이미지를 쇄신하고자 큰 노력을 들이고 있다.

그럼에도 BDS운동은 경제 영역뿐만 아니라 문화와 학술의 영역까지 계속해서 지지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내가 먹고 마시고 사용하는 것들이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착취하며 만들어졌다는 것에 대한 경각심을 넘어서, 내가 누리는 문화나 기술이 인종청소와 인권타압에 이용된다는 사실을 깨달은 사람들이 팔레스타인과 연대하고자 BDS운동에 동참한다. 개인뿐만 아니라 노조나 교단, 학생회 같은 단체나 지자체 같은 정부 단위에서도 BDS를 채택하는 일이 늘어나고 있다. 그만큼 이스라엘의 저지 운동도 활발하다. 이스라엘 내외적으로 BDS운동을 불법화하는 입법 활동이나, BDS운동과는 거리가 먼 반유대주의라며 운동을 적극적으로 매도하는 행위까지 서슴지 않고 있다.

이 작품의 화자/감독과 대화하는 상대방은 모두 팔레스타인 디아스포라다. 언젠가는 팔레스타인으로 돌아갈 꿈을 가진 이들이다. 작품에서 나타난 이들의 절망과 무력감, 두려움은 수많은 팔레스타인인들이 공유하는 아픔이다. 자신을 위한 투쟁에 이름을 올릴 때조차 수많은 고민을 해야 하는 것이 팔레스타인인들의 현실이다.

BDS운동에 동참을 선언하는 것은 단지 팔레스타인 연대운동에 이름을 더하는 것을 넘어서 이스라엘의 군사점령에 일조하는 행위를 적극적으로 거부한다는 의미이다. 이름이라는 것이 가지는 무게를 팔레스타인 안팎에서 실감할 수밖에 없는 이들에게 나의 이름으로 힘을 더해주는 것은 어떨까?

 

새라(팔레스타인평화연대)

3326회 서울인권영화제팔레스타인 연대 특별 섹션 : 연대로, 해방으로팔레스타인 긴급 연대 상영회팔레스타인은 해방되리라거기에선 상영하지 않습니다핑크워싱&BDS 알아보기24회 서울인권영화제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

리뷰 3개

영화를 함께 보는 사람과 나누고 싶은 말을 남겨주세요. 가장 기억에 남는 대사도 좋습니다.

  • 오버더펜스

    태어남으로 인해 영원히 멍에에 씌워진 이들이 그럼에도 이렇게 남겨놓는 방식을 택했다는 점을 곰곰이 생각하게 됩니다. 뭘 하든 간에 나아지진 않겠지만, 그러니 그 행동을 후회하지 말라는 현실적인 조언이 씁쓸하면서도 단단하게 느껴지네요. 덕분에 잘 봤습니다!

  • 정혜실

    페북 타임란에 매번 올라오는 많은 서명요청에 자주 올리면서 내 이름이 제발 뭐라도 하나 해결하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심정으로 한다.
    차별금지법서명에 10만청원 달성은 그래서 기뻤다. 법안 발의라도 가능해지는구나. 이후 제정 논의가 빨라지리라는 기대를 국회가 무참히 짓빏았다. 그럼에도 포기 못한 우리는 농성장을 열었다. 그래 -50에서 시작하는 권력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해낼것이라는 믿음을 저버리지 않으려 한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을 제노사이드하려는 시도를 한다면, 대한민국 안 보수개신교는 성소수자를 그리고 여성을 제노사이드하려는 나치다.
    피해자라는 이름 뒤에 숨어 가해자가 된 이스라엘의 모습에서 잔혹한 나치의 그림자가 보인다.
    신을 모독하는 이스라엘과 보수 개신교가 심판을 받는 그날이 반드시 오기를 기도한다.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 림보

    넌 이미 망했어. -50에서 시작해도 사자는 꿈쩍도 안해…
    그래도 이름을 계속 쓰겠지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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