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언 유언

작품 줄거리

“보이지 않는 전장에서 싸우고 있는 것 같다” 방사능의 고농도 오염지대에 남겨진 세키바 카즈요가 엉겁결에 한 말은, 현재 그리고 지금부터도 계속되는 후쿠시마의 참사를 상징적으로 나타내고 있었다. 방사능 요오드에 노출된 어린이들의 건강에 대한 불안은 끊이지 않는다. 세슘에 오염된 대지는 백 년 후에도 사람이 살 수 있다고 보장할 수 없다. 더욱이 그 오염이 감추어진 채로, 피폭된 사람들의 슬픔과 분노를 대변하듯이 “원자력 발전소만 없었으면”이라는 말만 남기고 자살한 칸노 시게키요. 이 영화는 그의 말을 “유언”으로 받아들이는 동료들의 고뇌와 살아가기 위한 투쟁의 나날을 그린다. 거기에 드러나는 것은 원자력 발전소 사고로 인하여 모든 것을 빼앗기고 처음으로 깨달은 것. 그 아름다운 영상은 “풍요로움이란”“행복이란”(을 생각하게 하는 것)과 같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조용히 가슴에 손을 얹게 한다. <제1장 오염> 사고로부터 2주일 후. 조사에 들어간 이마나카 테츠지 교수는, 원자력 발전소로부터 30km가 떨어진 이이타테 마을이 강한 방사능에 오염되어 버린 것을 알고, 마을에 보고한다. 하지만 원자력 발전소 사고의 실태를 알려지지 않은 주민은 마을 안에 남겨져 있었다. 게다가 출하 정지의 명령이 떨어진 낙농가는 짠 우유를 버리고, 농가는 야채를 베어버리면서. 그리고 마을 전체의 오염이 밝혀지면서, 쫓겨나듯이 태어나고 자란 마을을 떠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제2장 결단> 이이타테 마을이 “계획적 도피지구”로 지정되어, 주민 전원의 퇴거가 결정되었다. 소를 데리고 도피를 할 수 없는 낙농가는 고뇌에 빠졌다. 도피는 폐업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낙농가로서 살아온 인생에, 스스로 막을 내리는 일이 된다. 그래도 자식과 손자 그리고 사람의 생명과 맞바꿀 수는 없다. 하세가와 켄이치 등의 낙농가는 고뇌에 찬 결단을 한다. 그리고 마을에서 소의 울음소리가 사라졌다. <제3장 도피> 이이타테 마을의 초여름. 풍경은 원자력 발전소 사고 전과 변함없다.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방사능이 주민을 내쫓았다. 주민의 도피가 시작된 것이다. 낙농가 동료들은 텅 빈 외양간을 뒤로 하고 후쿠시마 시내로, 야마가타로, 그리고 먼 요코하마로 뿔뿔이 흩어졌다. 게다가 가족은 분열이 되어. 새삼스럽게 잃은 것들의 크기를 알게 된다. <제4장 고향> 2011년 여름, 뿔뿔이 흩어진 주민은, 오봉(추석과 비슷함)의 성묘에 맞추어 이이타테 마을에 모였다. 사람들이 서로 도와 이루어 낸 마을의 삶. 선조 대대로 지켜져 온 검소하지만 풍요로우며, 아름다운 삶과 일체가 되었던 풍경. 그것들이 뿌리째 빼앗긴 것을 알게 된다. 그래도 다음 세대로 이어가야 하는 것이 있다, 이어받으려고 하는 젊은이가 있다. <제5장 유언> 쓰라림을 겪으면서 도피를 결정한 이이타테 마을의 낙농가에 부고의 전화가 온다. 인접하는 소우마시의 낙농가 동료가 자살한 것이다. 현장에 서둘러 향한 하세가와 켄이치. 비료창고의 벽에는 칸노 시게키요가 분필로 남긴 말이 있었다.“원자력 발전소만 없었다면”“남은 낙농가는 원자력 발전소에 지지 말고 힘내세요”라고. 그 유언을 지킬듯이 낙농가들은 새로운 삶에 도전한다. 하지만 고향은 지금도 고농도의 방사능에 뒤덮인 채이다.

감독

토요다 나오미 Naomi Toyoda

1956년 시즈오카 현 출생. 포토 저널리스트.그는 팔레스타인과 이라크 같은 분쟁지역을 방문했고, 그러한 분쟁지역에 사는 사람들에 관해 “전쟁과 평화(War and Peace)“라는 영화를 제작했다. 지진 이후로 후쿠시마 원전 주변에서 벌어져 온 상황들에 대해, 붕괴된 우라늄쉘에 대한 보도와 체르노빌의 경험들을 기반으로 다루고 있다. 2003년 평화와 협력 저널리스트 기금을 수상했다. 일본 시각 저널리스트 협회(JVJA, Japan Visual Journalists Association)의 회원이다. 또한 그의 최신 저서인 “후쿠시마의 첫 해The First Year of Fukushima(마이니치 신문)”과 “후쿠시마 피폭에 대한 사진 기록, 동일본 대지진이 지나간 도시Photo Reportage of Fukushima nuclear disaster, a town hit by the Great Eastern Japan Earthquake(이와나미 쇼텐 출판)”의 저자이다. “쓰나미 3.11Tsunami 3.11(다이산 쇼칸)”과 “전쟁이 끝나기를 원한다Want to stop War(이와나미 쇼텐 출판)”, “이라크 전쟁의 서른 번째 날The 30th Day of the Iraq War(나나츠노모리 출판)” 등을 편집했다.

노다 마사야 Noda Masaya

티베트를 포함한 아시아의 분쟁지역과 재난지역을 다루었다. “인간 존재와 물Human Beings and Water”라는 주제로, 세계 곳곳의 환경 이슈를 계속해서 기록하고 있다. 현재는 오츠치 시, 이와테 현의 조선소와 후쿠시마의 다른 조선소들을 다룬다. 수상관저 앞에서 “올바른 기록 협회Association of Right Way of Reporting”로서 대기 사진전을 수행하고 있다. 마이니치 신문의 우에노 히코마 면(section)에서 DAYS JAPAN이라는 국가 저널리스트 상을 수상하며 찬사 받았다. 일본 시각 저널리스트 협회의 회원이며, “3.11 피폭3.11 meltdown(가이후샤 출판)”, “삶Live(일본 사진작가 협회)”, “쓰나미 3.11Tsunami 3.11(다이산쇼칸 출판)” 등의 공동 저자이다. 온라인 매거진 “Fotgazet”의 편집자이며 출판인이다.

인권해설

일본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가 발생한 지 3년이 지났다. 아직도 약 27만 명이 피난 중이고, 방사능 오염수는 바다로 흘러들어가고 있다. 원전 해체와 복구에 수십 년, 최소 500억 달러(약 53조원)가 필요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언론에서 보도되는 어마어마한 숫자와 금액은 그들의 삶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

 

이다테무라 마을은 후쿠시마 원전에서 45km 떨어진 지역으로 낙농업을 주로 하며, 마을 만들기 사업이 성공했던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후쿠시마 이후 모든 것이 달라졌다.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이 되었고, 가족과 같은 소들이 죽는 모습을 참담하게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2012년 3월 반핵아시아포럼을 위해 한국에 방문한 하세가와 겐이치 이장님은 “‘고향’이 가슴 아픈 말이 될 줄 몰랐다.”며 안타까워했다.

 

이렇게 눈에 보이지 않는 방사능의 건강 위협 때문에 강제 피난한 사람들은 ‘집’이 아닌 곳에 집단 이주해 살고 있다. 방사능은 노인부터 어린이들에 이르기까지 모든 세대를 위협한다. 자기 집에 거주할 권리와 일할 수 있는 권리, 건강하게 살 권리, 야외에서 놀 권리 등을 모조리 빼앗긴 이들의 삶을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전쟁이 모든 것을 파괴하듯이 이들은 보이지 않는 적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모든 참상의 근원은 보이지 않는 방사능이 아니라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이다. 하세가와 이장님이 일본 각지를 돌며 핵발전소의 문제점을 알리고 ‘탈핵’을 요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아베 정권은 후쿠시마의 교훈을 무시한 채 원전 재가동과 수출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리고 한국 정부 또한 원전 확대와 수출에 몰두하고 있다. 현재 23기인 원전을 2035년까지 최소한 39기 이상으로 늘리겠다고 한다.

 

영화에서 던져주는 유언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다. 하지만 정부는 이를 외면하고 있고, 삶과 노동의 터전을 잃은 사람들은 스스로 살아남기 위해 살아갈 수밖에 없다.

 

권승문(녹색연합 에너지기후국 활동가)

819회 서울인권영화제삶의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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