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오늘도 Again Today

작품 줄거리

“설마설마했다.”, “상식적인 게 지켜졌으면 좋겠다.” 그지없이 순박하다. 자본을 가진 자들은 감사납게 이 순박함을 파먹으며 배를 불려왔고 불리고 있다. 애초 사유화돼선 안 될 온갖 공공재와 정보를 틀어쥐고, 마치 자신들이 취득한 것처럼 휘두르며 그 속성을 드러내는 것에 거리낌이 없어 보인다. 참으로 죄악감을 지니고 있지 않은 듯하다. 그래서 더욱 흉측하다. <우리는 오늘도> 이 영화는 수십 년간 꾸려온 우리 삶의 터전과 일상이 어느 날 송두리째 벌목 당하는 아픔과 눈물을 보여준다. 법을 휘두르는 자들과 음흉함을 덮어쓴 선한 얼굴의 건물주는 이렇게 말한다. “미관을 해친다.”, “임대계약이 만료됐다.” 그렇게 법을 볼모로 잡고 민원접수라는 미명 하에, 30여 년 넘게 지역 명소로 자리 잡아 온 서대문구 아현동 포장마차와 강남구 신사동 곱창집이 삽시간에 헐려버린다. 혹은 일상을 살아내고 있는 곳곳이 헐림을 강요받는다.

서울인권영화제 자원활동가 가비

프로그램 노트

서울시 소속 가로정비팀은 아현동 포장마차와 곱창 가게를 부수기 위해 용역 100여 명을 국가 예산으로 고용한다. 집행과정에서 불법과 폭력이 난무하는데 집행관은 구제 절차를 밟으라는 말뿐이다. 법에 따라 행해지는 강제철거에는 복잡한 법적 분쟁들이 얽혀있다. 사람들은 누가 진짜 가해자이고 피해자인지 따지기 위해 법으로 옳고 그름을 가른다. 분쟁 과정에서 생존의 절박함 밖에 없는 할머니들과 곱창집 주인은, 나름 법에 의거해 판단했다는 방관자들의 논의 속에서 열외 되고 ‘을질’하는 떼쟁이들이라 여겨지고 공격받는다. 자본가들의 소유권을 다른 사회적 권리를 압도하는 가치로 여기는 법은 고단한 삶의 절박한 목소리를 틀어막기 위해 잘 설계된 최첨단 장치 같다. 그래서 할머니들과 곱창집 주인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선 법을 가로질러야만 한다. 그것이 일상 곳곳에서 추방을 경험해 온 우리가 이곳에서 추방을 겪고 있는 이들을 향해 우정을 실천하는 고유한 연대 의식이다. 이 불온한 연대가 우리 사회에 더 널리 퍼져 이 땅의 추방당한 모두가 함께 생각하고 참여하고 창조하고 말하고 사랑하고 추측하고 열정적으로 끌어안고 삶을 긍정하기를.

서울인권영화제 프로그램 팀

감독

김은석 Kim Eun-seok

김은석

‘이주와 정착’, ‘비자발적 이주와 공동체의 변화’를 주제로 다큐멘터리 작업과 현장기록, 긴급 상영회 등을 해오고 있다. 현재 ‘작은예술연구소’, ‘예술행동 한뼘’에서 활동 중이다. <달려라 바우> (2006), <여행의 기술> (2009), <가만히 들여다보면> (2013) <누렁이와 장롱> (2014), <터미널 형곤씨> (2015), <목따르 마마> (2015) <아현포차> (2016), <4인가족> (2016), <식물의 이주> (2016) <우리는 오늘도> (2017)

인권해설

사람들이 쫓겨납니다.

일터에서, 집에서, 가게에서, 거리에서. 쫓겨나는 사람들은 하루아침에 삶의 터전을 잃게 됩니다. 그리고 쫓아내는 사람들은 항상 “법대로”라고 얘기합니다. 다 뺏고, 두드려 패기도 하고, 심지어 죽이기까지 해도 “법대로”랍니다. 세입자를 내보내는 건물주도, 개발이나 미화라는 이름으로 진행되는 철거현장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짧게는 수년에서 길게는 수십 년 동안 열심히 장사만 했던 상인들이 가게에서 쫓겨난다는 것은, 곧 ‘약탈’, ‘파괴’, ‘죽음’을 의미합니다. 이렇게 이 세상의 “법대로”는 아주 쉽게 사람들의 삶을 빼앗고 파괴할 수 있습니다.

누구나 이웃과 함께 사는 세상을 얘기하고, 모두가 삶의 가치는 소중하다고들 하는데, 이런 일들은 왜 이렇게 당연한 듯 일어날까요? 돈 때문이고, 돈을 더 벌기 위해 다른 이들의 가치를 망가뜨리거나 무시하는 사람들 때문이고, 또 이들의 편에 서는 잘못된 법 때문일 것입니다. 결국 강한 자가 약한 자에게서 빼앗는, ‘이상하게 여겨야 할 일’들이 ‘당연한 일’로 여겨지고 있기 때문이겠지요. 아파트 값을 올리기 위해서 인근의 노점은 사라져야 하고, 건물에서 더 많은 수익을 내기 위해 거기서 열심히 장사해온 상인은 나가줘야 하는 것이 당연한 세상입니다. 이런 세상에서 빼앗기는 자들의 ‘권리’는 돈을 더 버는 데에 걸림돌이 될 뿐입니다.

영화 속 인물들은 ‘상식’을 말합니다. 그저 계속 살아가기를 원합니다. 살아왔던 대로의 평화로운 일상을 지키고 싶을 뿐이고, 아무것도 없이 내쫓기거나 차별당하지 않고, 배제당하지 않을 권리를 위해 싸우고 있습니다. 이것만이 당연하고 유일한 ‘상식’이 되어야 합니다.

지난 스승의 날에 반가운 뉴스 한 자락을 보았습니다.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단원고 기간제 교사들에 대한 순직을 인정하기로 했다는 뉴스였지요. 반가운 마음과 함께, 이렇게 당연하고, 할 수 있었던 것을 그동안 왜 안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렇듯 할 수 있는데 안 하고 있는 것이 참 많습니다. 세상의 가치든 법이든, 이상하고 잘못되었다면 바꾸면 될 일입니다. 이렇듯 평화로운 일상을 지키기 위해 싸우는 모든 분들과 서울인권영화제를 있는 힘껏 응원합니다.

우리 이웃의 ‘당연한 일상’이 바로 ‘상식’입니다.

임영희 (맘편히장사하고픈상인모임)

1422회 서울인권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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