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줄거리
위즈단 가족은 자신들의 올리브 농장에 가려면 통행증이 있어야 한다. 팔레스타인 사람으로 밭에서 수십 년간 농사를 지어왔지만, 이스라엘이 그곳을 점령한 이후로는 허가를 받아야만 들어갈 수 있는 땅이 되었다. 수개월을 기다려 통행증을 받아도 올리브 나무의 관리와 열매 수확까지 모든 농사일을 하는 데에 일 년에 며칠, 몇 시간만이 주어진다. 나날이 확대되는 이스라엘의 점령촌 건설로 위즈단을 비롯한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농사는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
난민 2세대인 핫산은 인티파다에 참여해 투옥된 기록이 있다는 이유로 이스라엘에 출입할 수 없다. 때문에 경제활동은 계속 어려워져만 간다. 끝이 보이지 않는 점령과 저항 상황에서 핫산이 사는 곳을 비롯한 팔레스타인의 난민촌에선 어느덧 난민 4세대가 태어나 생활하고 있다. 그리고 지금도 끊임없이 저항의 일상이 반복되고 있다.
서울인권영화제 자원활동가 이린
프로그램 노트
팔레스타인에서 올리브는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 올리브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주 수입원이자 오랜 시간을 함께해온 나무이며, 팔레스타인의 역사다. 그러나 많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자신의 올리브 농장을 마음대로 오갈 수 없다. 위즈단 가족이 수십 년간 농사지어온 땅은 한순간에 갈 수 없는 곳이 되었다. 그들은 팔레스타인 사람이라는 이유만으로, 누군가가 이스라엘 땅이라고 정해버린 자신의 올리브농장을 돌보기 위해 이스라엘이 허가한 통행증을 어렵게 구해야 한다. 심지어 인티파다에 참여했던 사람들은 이스라엘에서 일조차 할 수 없다. 자신의 삶의 공간이었던 곳에서 이들은 ‘난민’이 되어 일상을 살아낸다.
이스라엘이 건국된 1948년부터 지금까지 팔레스타인은 계속해서 이스라엘로부터 폭격과 봉쇄, 그리고 점령을 당해왔다. 그리고 지금도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끊임없이 이스라엘에 저항하고 있다. 누군가는 도로 봉쇄 철폐를 요구하는 평화 행진으로, 누군가는 팔레스타인의 상징과도 같은 올리브 나무를 심는 것으로. 각자 저마다의 방법으로 저항의 삶을 살아간다. 이들의 저항에 담긴 소망은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 자신의 터전과 오랜 일상을 되찾는 것이다.
서울인권영화제 프로그램 팀
감독
김태일
김태일 1991년 독립다큐멘터리를 푸른영상에서 시작하여 원진별곡(1993), <분단을 넘어선 사람들>(1995), <어머니의 보랏빛 수건>(1995), <4월 9일>(2000) 등 다수의 다큐멘터리를 연출하였다. <안녕,사요나라>(2004)는 제10회 부산국제영화제 와이드 앵글 부문에 초청되어 운파상을 수상하였다. 5.18 다큐멘터리 <오월애>를 시작으로 가족들(상구네)과 함께 <웰랑 뜨레이> (2012) 그리고 <올 리브 올리브> (2016) 을 만들며 민중의 삶의 이야기를 담기 위해 세계 여러 곳을 돌며 작업을 해왔다.
주로미 김태일 감독과 함께 한 <올 리브 올리브> (2016) 첫 장편 데뷔를 앞두고 있다.
인권해설
“올리브 나무가 땅에 적응하여 좋은 열매를 맺기까지 최소한 백 년이 걸린다.” 처음 팔레스타인을 방문했을 때 들었던 이야기이다. 이야기를 들려주었던 사람의 마당에 있는 나무들은 삼백 년이 넘은 것이라고 했다. 과학적인 사실 여부와는 관계없이 이 이야기는 머릿속에 깊이 박혔다. 이후 올리브 나무를 바라보는 나의 마음가짐이 달라질 수밖에 없었다. 올리브 나무는 팔레스타인 사람들과 역사를 함께 견뎌온 동지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장비에 밀려 뿌리까지 뽑히거나, 유대인 정착민에 의해 불태워진 나무, 장벽 너머에 있어 이스라엘이 승인한 통행증 없이는 다가갈 수 없는 올리브 나무를 보면서 팔레스타인 민중을 떠올릴 수밖에 없는 건, 나에게는 이제 당연한 일이다.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군사점령은 반세기를 넘어가고 있다. 1948년 이스라엘이 건국하여 7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추방당했던 ‘나크바(대재앙)’ 이후, 군사점령이 본격화된 67년 전쟁을 지나 오늘날까지도 팔레스타인인들의 삶은 계속해서 짓밟히고 있다. 점령 속에서 생의 대부분을 살아온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증오를 버리고 평화를 모색해야 한다고 강요하는 것은, ‘점령에 순응하라’고 하는 것과 같은 잔인한 말이다. 이스라엘과 이를 옹호하는 시오니스트들에게 집과 땅을 빼앗기고 가족과 친구들을 잃은 것도 모자라, 존재를 부정당한 채 매일을 이어가야 하는 이들에게는 살아있는 것조차 저항이 된다. 일상적인 폭력과 억압, 차별에서 자라난 절망과 무기력 사이에서 희망을 붙잡고 투쟁하는 팔레스타인 민중을 생각하면 찢어지는 나의 마음에서도 존경과 경이가 생긴다.
점령과 식민화의 아픔을 우리도 모르는 바가 아니다. 세계 열강의 제국주의, 식민주의 역사는 단순한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라 오늘도 우리 곁에 있는 현실이다. 그 생생한 고통과 설움을 기억하는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이 제대로 된 사과를 받지 못하는 한, 강정과 성주에 주민들을 짓밟고 세워진 군사시설이 있는 한, 한반도에 진정한 평화가 도래하지 않는 한.
우리와 다른 점이라면 팔레스타인인들에게 점령은 매 순간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일상이라는 것이다. 그들은 하루아침에 살던 집에서 쫓겨나 강제철거된 집 위에 유대인 불법정착촌이 세워지는 것을 바라볼 수밖에 없다. 8미터 높이의 분리장벽에 가로막혀 불과 몇 킬로미터 거리의 지역에 가기 위해 통행증을 받아야 하고 검문소에서 모욕적인 처사를 견뎌야 한다. 제대로 된 재판도 없이 어린이를 포함한 수감자들이 감옥에 갇혀 있어야 하고 천장 없는 감옥이라 부르는 가자지구에서 나가지도 못한 채 폭격을 당해야 한다. 고향에 돌아갈 수 있는 권리를 빼앗긴 채 난민의 신분으로 살아가야 한다.
이러한 일상 속에서도 올리브 나무를 심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이다. 이는 점령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저항의 의지이다. 이들이 오늘도 땅에 심은 작은 묘목이 자라 팔레스타인 해방의 열매를 어서 맺을 수 있도록, 점령국 이스라엘에 저항하는 투쟁에 연대하는 의지를 또다시 굳게 다진다.
새라 (팔레스타인평화연대)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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