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나는 공주님이야 Me Girl, Me Princess

작품 줄거리

영화는 생물학적 남자 쌍둥이를 낳은 엄마의 인터뷰로만 이어진다. 쌍둥이 중 한 명은 생후 18개월이 되어, 말을 할 수 있게 되자마자 말한다. “엄마, 나는 공주님이야!” 뿐만 아니라, 인형을 갖고 놀기를 좋아하고, 수건을 긴 머리인 것처럼 머리에 쓰고, 엄마의 티셔츠를 드레스 삼아 입는다. 서너 살이 되어서는 자기를 “여자이름”인 “루아나”로 불러달라고 한다. 엄마는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라, 심리상담사, 의사 등을 찾아가 도움을 청한다. 그리고 그들은 그런 행동들을 못 하게 하라고만 할뿐이다.

좋아하는 것들을 못 하게 하자, 루아나는 매일 울며 슬퍼했고 편안해 하지 않았다. 이에 엄마가 루아나에게 허락하는 것은 점점 많아진다. 집에서 치마 입기, 집 밖에서 치마 입기, 치마 사기, “여자”로 유치원 다니기⋯ 학교에 가서도 “여자”로 대해 달라고 요구하자, 학교는 루아나의 학급만 “남자” 줄, “여자” 줄을 뒤섞어 버린다. 이를 담담하게 이야기하는 엄마의 표정은 이게 얼마나 우스운 일이냐고 말하는 듯하다. 루아나를 이해하고 지지하게 될수록, 엄마는 세상이 얼마나 “여자” 아니면 “남자”로 억지스러울 정도로 구분되어 있는지 느끼게 된다.

 

– 서울인권영화제 자원활동가 경복

감독

마리아 아람부루

마리아 아람부루는 아르헨티나 출신의 사진 작가, 제작자, 사진 편집가이다. <엄마, 나는 공주님이야>는 감독이 처음으로 연출한 영화이다.

발레리아 파반

발레리아 파반은 아르헨티나 출신으로, 심리학을 전공하였다. <엄마, 나는 공주님이야>는 감독의 첫 연출 작품이다.

인권해설

영화를 보고 난 후 오래도록 앉아 있었다. 가슴이 뻐근했다. 슬픔이라 표현해야 할까? 어떤 단어로도 다 표현할 수 없을 것 같은 복잡한 감정과 다시 마주한다.

난 루아나와 같은 딸을 가진 엄마다. 여자가 되고 싶어 했던 내 아이는 지금은 여자가 되어 살고 있다. 영화 속의 이야기는 내 이야기가 되기도 했고, 내 아이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다른 사람들이라면 가볍게 넘어갈 수 있을 이야기들이 나에게는 진한 아픔으로 다가온 까닭이다.

루아나는 여자 옷을 좋아하고, 인형을 가지고 놀고, 남자 아이보다는 여자 속에서 끼어 노는 것을 편안해 한다. 내 아이도 그랬다. 여동생과 함께 인형놀이를 했고, 단 한 번도 칼이나 자동차를 가지고 노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어릴 때부터 동생의 옷을 보면 막연하게 입고 싶었고, 너무 부러웠지만 남자이니 표현할 수 없었다고 한다. 내 아이는 중학교 2학년 때 처음으로 자신의 성정체성에 문제가 있음을 말했다. 사춘기에 부는 바람일 것이라는 나의 소망과 달리 그것은 긴 터널의 시작이었다.

루아나 엄마는 어떤 문제도 감추려 하지 않았다.

“고추를 가진 특별한 소녀니까 고추도 아껴줘야죠. 나중에 커서 완전한 여성이 되고 싶다면 지금의 몸도 사랑할 줄 알아야 해요. ” -루아나 엄마의 말-

엄마의 이런 태도는 루아나가 자신의 내면을 건강하게 바라볼 가치관을 심어줬을 것이라 생각한다. 유치원이나 주변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지지 않아 힘든 과정을 겪었지만 루아나 엄마는 피하지 않았고 주변 사람들을 이해시켜 갔다. 난 친한 지인들과 가족들에게만 나의 상황을 알렸다. 그리고 이사를 했다. 많은 사람과의 관계를 의도적으로 끊었다. 사람 속에서 평범한 한 여성으로 살기를 소망하는 아이의 의견이 반영된 것이었다. 언제쯤, 어떻게, 어느 만큼의 커밍아웃을 할 것인지… 많은 숙제를 내 아이와 가족에게 남겨 놓고 있다. 아직도 내 아이는 척추뼈를 세우고 곧게 설 힘이 부족하다.

루아나가 말을 하기 전부터 자신의 성에 대해 불편함을 느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아기가 불편을 느꼈다는 것은 사회적 학습에 의한 것이 아닌, 선천적 욕구였던 것이다. 우리 사회는 보편적으로 트랜스젠더를 선택의 문제로 본다. 인터넷을 통해 배운 학습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나도 처음에는 그런 생각을 떨치지 못했다. 그것을 검증하는 데 많은 시간이 필요했었다. 루아나의 이야기는 트랜스젠더 문제가 후천적 선택의 문제가 아닌 선천적 본능의 욕구였음을 확인하게 해준다. 아이의 성정체성을 놓고 갈등하고 있을 많은 부모들이 본다면 도움이 될 것이란 생각이 든다.

어느 날 갑자기 항상 다니던 길에서 길을 잃은 사람처럼 혼란스러웠다. 옳고 그름의 판단이나 미래에 대한 계획 같은 것은 생각할 여지도 없었다. 처음에는 길이 없는 듯이 보였다. 나에게 “성정체성에 문제가 있는 것 같아.”라는 아이의 그 말로 여기까지 오게 될 줄 몰랐다. 이제 십여 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리고 우린 길을 만들며 여기까지 왔다. 그 과정에서 아이도 더러는 상처를 입었고, 나도 지쳐 ‘이제 그만 하자고!’ 하며 외치고 싶었던 날들이 많았다. 요즈음 우리 가족은 지난 십여 년 시간을 되돌아보기를 한다. 아이는 육체적으로는 완전한 여성이 될 수는 없지만, 정신적으로는 완전한 여성으로 살기 위해 내면에 상처받은 자신을 찾아 안아주고 위로해 준다. 루아나가 고추가 달린 자신의 몸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듯 우리 아이도 어릴 적 자신을 사랑하기 위해 힘들지만 다시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기 위한 상담을 시작했다. 그리고 천천히 부드러워지고 강해지는 아이를 느낀다.

“세상이 아이를 인정할 거라고 생각하진 않아요. 세상에 맞설 만큼 아이가 강해지길 바랄 뿐이죠.” – 루아나 엄마의 말 –

루아나 엄마의 말처럼 그 세상을 당당한 한 여성으로 루아나도, 내 아이도 살아내길 소망한다. 세상에 많은 트랜스젠더와 그 가족에게 희망을 전한 현명한 루아나의 엄마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트랜스젠더 자녀를 둔 엄마

16트랜스젠더가시화의날 기념 상영회상영작20회 서울인권영화제경계를 경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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