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히어로 Goodbye My Hero

작품 줄거리

14살 현우는 생활기록부에 부모님 직업을 적는 칸에서 고민한다. 현우의 아빠는 현우가 9살이던 2009년부터 쌍용자동차 정리해고에 대한 투쟁을 이어나가고 있다. 현우의 아빠 김정운은 해고대상자가 아니었지만 파업집행부 교육선전실장으로 징계해고를 당했다. 현우는 선생님과 친구들이 아빠의 일을 알게 될까 봐 걱정한다. 한편으론 아빠가 어떤 일을 하는 건지 궁금하기도 하다. <안녕 히어로>는 미래가 보이지 않는 파업투쟁과 그걸 옆에서 지켜보는 14살 현우의 마음을 솔직하게 담은 영화다. 아빠를 바라보는 현우의 마음은 고민으로 가득한데, 아빠는 이런 현우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여전히 해고된 노동자와 함께 구호를 외치고 촛불을 든다. 현우와 현우의 아빠는 과연 바라는 결말을 얻을 수 있을까?
서울인권영화제 자원활동가 나현

프로그램 노트

2009년, 쌍용자동차의 대주주인 상하이차가 경영 포기를 선언했다. 쌍용자동차는 정리해고를 동반한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며 회계조작과 공권력을 동원해 수많은 노동자들을 해고했다. 해고노동자들이 ‘같이 살자’고 외치는 동안, 25명이 유명을 달리한다. 불법과 폭력, 충돌과 울부짖음이 공존한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또 다른 삶이 이어져간다.
현우의 5년은 쌍용자동차와 장기투쟁을 하는 아빠와 함께한다. 9살 현우가 아직 낯선 상황에 혼란스러워했다면, 5년이 지난 14살의 현우는 때론 아빠에게 답답한 점을 말하기도 하고, 한편으론 아빠가 대체 어떤 활동을 하는지 궁금해하기도 한다. 더이상 투쟁과 아빠는 낯선 조합이 아닌 그들의 삶으로 다가온다. 그 스며듦 속에서 현우와 아빠는 그렇게 살아간다.
사람답게 살고 노동하기 위해 우리는 투쟁한다. 함께 살자고 외치는 아빠의 투쟁을 지켜보며 성장하는 현우, 그리고 그런 현우의 5년을 담은 영화 속에서 우리는 분명 잔잔한 삶의 파동이 우리에게로 스며듦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서울인권영화제 프로그램 팀

감독

한영희 Han Young-hee

한영희

띄어인권운동단체이자 영상집단이기도 한 성적소수문화인권연대 연분홍치마의 활동가. 2009년 우연한 기회에, 국회의원에 출마했던 레즈비언 인권활동가의 이야기를 다룬 <레즈비언정치도전기>란 작품으로 다큐멘터리 감독이란 이름은 얻었지만 다큐멘터리 감독을 내 직업이라 생각하지 않았었다. 생각을 고쳐먹고 다시 시작한만큼 향후 10년간은 열심히 살아보자 란 생각을 다지고 있는 중이다.

인권해설

지난 4월 24일, 19명의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이 8년 만에 공장으로 출근했다. 2016년 2월 1일 1차 복직한 18명에 이어, 1년 2개월 만에 이뤄진 추가 복직이었다. 이렇게 두 차례에 걸쳐 실시된 단계적 복직에 대해 보수언론과 경제지들은 “경영실적 개선효과가 미미함에도” 쌍용차 경영진이 노노사 합의를 이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부각시키며 회사의 ‘결단’을 극찬해 마지 않았다. 하지만 눈물과 한숨의 시간들이 정말 이것으로 전부 다 끝난 걸까?

2015년 12월 30일, 쌍용차 사측과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기업노조 3자 간에 맺은 노노사 합의는, 물론 ‘해고노동자’라는 끔찍한 낙인을 떨쳐낼 가뭄 끝 단비처럼 반가운 소식이었다. 해고노동자들이 감내해야 했던 지난 시간들은 일터뿐 아니라 가족과 지역사회라는 공동체가 송두리째 무너져내리는 아픔의 나날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2009년 대규모 정리해고 사태 이후 ‘산 자’와 ‘죽은 자’로 갈라서야 했던 쌍용차 노동자들의 고통은, 이제 공장 담벼락을 사이에 두고 ‘복직자’와 ‘복직대기자’로 나뉜 채 현재에도 이어지고 있다.

이런 와중에 회사가 제시한 복직 프로그램을 “합리적 처방”이라고 칭송하는 일부 언론의 태도는 여러모로 석연치가 않다. 특히 쌍용차 경영진은 2009년 대규모 정리해고를 강행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불투명한 경영환경”을 앞세우며, 복직시한을 못박지도 않고 ‘단계적 복직’만을 고수했다. 쌍용차지부 조합원들에게 또다시 희생을 강요한 것이다. 결국 합의서에 명시한 “2017년 상반기까지 전원 복직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는 시점이 채 한 달도 남지 않은 지금, 상당수의 해고노동자들과 희망퇴직자들은 여전히 ‘복직대기자’의 신분을 벗지 못하고 있다.

경영위기를 빌미로 복직을 차일피일 미루는 쌍용차 사측의 태도로 인해 2017년 상반기 내 전원복직은 사실상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그럼에도 쌍용차 노동자들은 극중 현우의 말마따나 “어떻게든 방법을 찾을 것”이라 믿는다. 2012년 18대 대선에서 유력 대선후보들이 일제히 쌍용차 국정조사를 약속하고도 그 뒤 싸늘하게 외면했을 때처럼, 2014년 11월 대법원 해고무효소송에서 결국 패소했을 때처럼, 칠흑 같은 절망의 한복판에서도 그들은 용수철처럼 다시 힘차게 튀어올랐으니까.

따라서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손배가압류, 국가폭력의 잔혹한 실상에 이르기까지, 한국사회 노동의 ‘적폐’들을 가감 없이 드러냈던 쌍용차 노동자들의 싸움을 잊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겠다. 아빠의 삶의 궤적이 현우에게는 더없이 자랑스러운 것이었듯, 함께 살기 위한 쌍용차 노동자들의 분투가 우리 모두에게도 보배같이 값진 그 무엇이길 바란다.

임용현 (쌍용차범대위, 사회변혁노동자당)

1122회 서울인권영화제투쟁의 파동

리뷰

영화를 함께 보는 사람과 나누고 싶은 말을 남겨주세요. 가장 기억에 남는 대사도 좋습니다.

리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