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줄거리
만원 지하철. 장애인이 등장하자 어느 시민이 이렇게 외친다. “시민이 시민을 피해 줘? 시민은 시민 피해 안 줘.” 도로교통공사 직원은 이렇게 힐난한다. “지금 이동 좀 빨리 해주세요. 자동차 지연이 심하잖아요.” 경찰은 “시민들”이 불편을 겪는다며 장애인을 막는다. 벌써 20년이 넘게 안전한 이동권과 평등한 교육권,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시민으로서 권리를 외치는 사람들. 사회가 그 목소리를 왜곡해도 우리는 계속 외친다. 장애인의 권리를. 모두의 삶을.
프로그램 노트
“시민 여러분, 반갑습니다.” 휠체어를 탄 활동가가 지하철에 오르며 말한다. 이동권은 지역 사회를 살아가면서 반드시 필요한 시민의 권리 중 하나이지만, 어떤 이들에게는 20년을 넘게 외쳐도 얻을 수 없는 것 같아 보인다. 하지만 <시민 여러분, 반갑습니다>에서 보듯 이들은 굴하지 않고 “시민 여러분께” 우리도 시민임을 선언한다. 비장애인 중심 사회에 일으키는 소란한 균열이 더 평등한 세상을 위한 확장의 기반이 되도록, 계속 두드리고 소리친다.
지금의 지하철은 누구를 태우는가? 누구를 태우지 않고 문을 닫아버리는가? 국가 운영 예산이 상정하는 국민에는 누가 배제되어있는가? 오랜 장애 차별의 역사는 비장애인의 몸을 표준으로 놓고 부당하고 차별적인 ‘시민 됨’의 기준을 만들었다. 장애인을 시혜와 배려의 대상으로만 보는 복지 정책과 비장애인을 중심으로 설계된 사회구조는 장애인을 누군가의 배려와 희생으로 살아가는 수동적 존재로 만든다. 마치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 것이 장애인의 ‘시민 됨’이라는 듯이 말이다.
차별과 배제는 자꾸만 누군가는 시민이 될 수 없다고 한다. 하지만 장애인, 성소수자, 난민, 이주민 그 누구든 안전한 집에서 먹고 자고, 자신의 속도로 노동을 하고, 이웃과 관계 맺고, 필요한 돌봄을 주고받고, 원하는 곳으로 이동하며 자신의 삶을 일굴 수 있어야 한다. 시혜와 동정의 봉사가 아니라 권리와 자기 선택으로 향하는 변화가 지금 필요하다. 너무 오래 기다렸다.
-서울인권영화제 자원활동가 미나상, 나기
감독
장애인권운동 현장을 영상으로 기록하고 있으며, 운동이 개인의 일상에 어떤 의미와 변화를 만들
어내는지에 대해 집중하고 있다. 주로 탈시설하여 자립생활하고 있는 장애인의 일상과 그를 둘러
싼 지역사회를 기록하는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고 있다.
인권해설
일상에서 쉽게 접하는 대중교통이지만 그 말에 있는 ‘대중’에는 장애를 가진 당사자는 배제된 것 마냥 쉽게 이용할 수 없었다. 2001년 1월 오이도역에서 (수직형)휠체어리프트가 추락해 사망한 사건이 있고 중증장애인은 말 그대로 거리에 쏟아져 나왔다. 지하철역에서 장애인이 사망하는 사건은 이전에도 있었고 앞으로도 발생했지만 오이도역 참사로 이어진 이동권 투쟁은 한국사회에서 전례없는 장애인들의 투쟁이었다. 지하 서울역에서 장애인들은 휠체어에서 내려와 선로를 점거하고 동시에 지상에서는 버스를 막으며 “장애인도 안전하게 이동하고 싶다”는 구호와 “장애인 이동권 보장하라”는 외침이 거리에 울려 퍼졌다.
이 권리의 외침은 지난 20년 동안 계속 이어졌다. 이동에 권리가 부여된 역사적 사건 이후 이제는 지하철역에서 엘리베이터를 보는게 어렵지 않고 거리엔 저상버스와 교통약자 이동지원 차량이 골목을 다니고 있다. 사람들은 많은것이 변화되었다고 하지만 그 변화는 장애인 활동가들이 자신의 몸에 쇠사슬을 감고, 도로를 막고, 바닥을 기며 스스로 쟁취하고 얻어낸 결과였다. 그렇게 장애인들은 사회를 변화시키고 이동시켜왔지만 여전히 서울이 아닌 지역에서 장애인의 이동은 상상하기 어렵다. 이동에서 가로막히니 학교에 가거나 직장에 갈 수도 없다. 우리가 장애인의 살아갈 권리를 말할 때 정부는 매 번 예산이 부족하다는 변명하기 바쁘다. 반복되는 정치의 외면과 무관심에 장애인의 권리는 가로막혔다. 그때나 지금이나 장애인은 거리가 아니라 방 안에서, 거주시설에서 ‘갇혀’있어야 한다는 혹은 갇혀 있을것 이라 생각하는 비장애인 중심 사회다.
‘시민 여러분, 반갑습니다’는 장애인과 우리 모두의 권리를 찾아가는 여정을 담고 있다. 승강장이라는 공간과 열차에서 시민들을 만나며 호소한다. 우리의 이야기를 들어달라는 절절한 외침에 일부 시민들은 활동가를 향해 욕을 퍼붓기도 하고 경멸의 눈빛을 보내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열차에 올라 관심을 호소한다. 여론은 선과 악으로 구분지으며 바라보지만 장애인들이 외치는 그 권리는 결국 생(生)과 사(死)의 경계가 되기도 한다. 이 삐딱한 사회는 장애인들이 모여서 아무리 외쳐도 들어주지 않는다. 정치하는 사람들은 장애인들이 아닌 비장애인 시민들의 목소리에 더 귀를 기울인다. 그래서 우리는 더 시끄럽고 요란하게 잡음을 만들어 내며 삐딱한 사회에 균열을 낸다. 매일 아침 승강장과 열차에서 “시민 여러분, 반갑습니다”로 시작하는 그 외침의 목소리는 ‘살고자 하는 목소리’이기도 하다.
우리는 여전히 시민들과 만나며 함께 살아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매일 아침 승강장으로 내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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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주누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활동가)
매일 아침 당신을 기다립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장애인을 차별하고 배제하지 않는 세상, 장애인도 비장애인과 함께 사회에서 동등한 권리를 누리는 세상, 장애인을 비롯한 사회적 소수자들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장애인 대중이 스스로 행동으로 만들어 나가기 위해 2007년 출범했습니다.
1980년대 말에 태동하여 2000년대 장애인도 함께 버스를 타고 사회에서 함께 살기를 외치며 버스와 지하철을 막고 한강 다리를 기어 건넜던 장애해방 투쟁의 역사를 이어가기 위해 전국 곳곳에서 장애인과 가난한 사람들의 3대 적폐(장애등급제, 부양의무제, 장애인 수용시설) 폐지 투쟁, 장애인 이동권 및 노동권, 자립생활,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 등의 투쟁과 행동을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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