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의 날 Victory Day

작품 줄거리

러시아 푸틴 정권은 지난 2013년 6월, ‘동성애 선전 금지법’을 제정해 동성애자의 권리를 짓누르고 있다. 이 다큐멘터리에는 여섯 쌍의 러시아 동성애자 커플들이 나온다. 커플들은 자신들이 언제 어떻게 처음 만났는지, 어떤 점이 좋아서 같이 사는지, 얼마나 함께 지냈는지 등을 관객에게 들려준다. 여느 커플들과 다를 바 없는 그들 모습 사이로 러시아 전체를 둘러싼 불안한 정치권과 사회현상들이 마치 소음처럼 지나간다. 마지막에 관객은 2차 세계대전 승전기념일을 기념하는 군사 퍼레이드 장면을 목격하면서, 오늘날 러시아 성소수자들의 무거운 현실을 마주하게 된다.

– 서울인권영화제 자원활동가 종규

감독

알리나 류드니쯔카야

알리나 류드니쯔카야

상뜨 뻬쩨르부르그에서 활동하는 알리냐 류드니쯔카야는, 상뜨 뻬쩨르부르그 예술대학에서 영화 제작을 전공한 영화 감독이자 프로듀서이다. 그녀의 영화는 독창적인 관점을 보여주는데, 그녀는 삶의 사실을 묘사하는 데 뿐만 아니라 내면 세계를 탐험하는 데도 관심을 가지고 있다.

인권해설

참여정부 시절인 2007년 10월 31일, 법무부는 헌법상 평등의 원칙을 실현하는 최초의 기본법이라며 강하게 추진하려던 차별금지법 일부를 수정했습니다. 성적지향, 병력, 가족형태 및 가족상황, 언어, 출신국가, 범죄 및 보호처분 등 7가지 항목을 원안에서 삭제하고 국무회의에 제출한 것입니다. 이유는 보수 기독교 단체들, 경총을 비롯한 재계, 보수 언론의 강력한 반대 때문이었습니다. 이들이 2001년에 통과된 국가인권위원회법에 포함된 차별금지사유임에도 말입니다. 그 이후 인권기본법이자 포괄적인 차별금지를 실현하는 차별금지법 제정 과정에서, 보수 기독교 세력은 차별금지법을 동성애 차별금지법이라 주장하며 이 법안이 동성애 조장 법안이라는 잘못된 주장을 했습니다. 이후 국회를 통해 입법 발의된 제정안에 대해서도 노골적으로 반대했습니다. 직접적으로 표현은 안 했지만, 재계는 멀찌감치 팔짱을 끼고 이 상황을 바라보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을 것입니다.

2011년 3월 31일, 헌법재판소는 군형법 제 92조에 합헌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 조항은 남성 동성애자들의 행위를 ‘계간’이라는 혐오적인 언어로 차별하고, 형벌로 처벌하는 조항입니다. 심지어 성폭력이라 할 수 없는, 개인의 가장 내밀한 영역인 ‘성적 접촉’까지 처벌 대상에 포함했습니다. 당시 보수 기독교 세력은 이 법안이 없으면 군대에 동성애가 합법화된다는 사실과 다른 주장을 하여 기독교인들을 호도했습니다. 그리고 국가인권위원회가 이 조항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야 한다는 의견을 발표하자, 국가인권위원회를 마치 동성애를 조장하는 기관인 양 매도하며 건물 앞까지 가서 항의했습니다. 이들은 이후에도 성소수자의 인권을 보장하는 운동, 성소수자를 차별하는 법 조항 폐지 운동에 반대 목소리를 냈습니다.

보수 기독교 세력은 또한 국가인권위원회법에서 성적지향 부분을 삭제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2014년 11월부터 법 개정을 촉구하는 백만인 서명운동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또한 작년 11월과 올해 3월에는 탈동성애인권포럼의 행사를 국회와 국가인권위원회에서 버젓이 진행했습니다. 이 단체는 동성애자들이 이성애자로 복귀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동성애 전환치료를 위한 단체입니다. 이들은 동성애자도 사랑하지만, 동성애는 기독교의 입장에서 죄이기 때문에 법으로도 이를 막아야 한다는 지극히 기독교 편향적 시각을 들이대고 있습니다. 보편적 인권의 가치가 아닌 차별과 배제, 그리고 혐오의 시선을 드러냅니다. 이는 사실 보수기독교만의 이야기는 아닙니다. 지난 3월 교육부는 성교육표준안을 발표하고, 이에 대한 교육지침을 각 교육청에 하달하면서 성교육 중에 ‘동성애’ 및 다양한 가족형태 및 관계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도록 지시했습니다. 보수 기독교계만의 입장이 아닌 정부 안에서도 성소수자의 인간 존엄성을 무시하고, 인권을 침해하는 행위들을 버젓이 벌이고 있습니다.

5월 17일은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 날입니다. 세계보건기구가 동성애를 질병목록에서 삭제한 것을 기념하면서, 전 세계의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 폭력을 없애고 이를 위해 국제적으로 함께 행동하고자 하는 날입니다. 보수 기독계와 정부는 스스로 혐오가 아니라고 하지만, 소수자들을 차별하고 배제하고 드러내지 못하도록 막는 움직임은 결국 혐오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그 혐오들은 즉각 멈춰야 합니다. 사람의 삶 전반을 다루는 일을 한다는 기독교와 정부가 인간의 존엄을 무시하고 인간 본연의 모습을 죄로서 바라보며 혐오하는 것은, 차별하자, 낙인을 찍자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인권 선진국이 차별금지법을 제정하고 동성애를 비범죄화하는 것은 이것이 단지 성소수자의 문제만이 아닌, 우리 모두가 해결해야 하는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모두가 함께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1] 군형법 92조는 현재 군형법 92조 6으로 ‘제1조제1항부터 제3항까지에 규정된 사람에 대하여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을 한 사람은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개정 2013.4.5.]’로 남아있다.

이종걸(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1220회 서울인권영화제혐오에 저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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