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 관저 앞에서 Tell the Prime minister

작품 줄거리

“이것은 단순히 탈핵에 관한 문제가 아니다. 이것은 민주주의에 관한 문제다.” 일본에서 거리 집회는 자주 있는 일이 아니다. 일본인들은 거리 집회를 ‘과격함’과 연결 지어 생각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도쿄 한복판에서 엄청나게 많은 시민들이 들고 일어난다. 도쿄전력 후쿠시마 제1핵발전소 사고 이후 연일 이어진 탈핵집회가 바로 그것이다.

안전에 관한 정확한 정보에의 접근이 차단된 가운데, 방사선 피폭의 불안에 시달리느라 일상을 빼앗겨버린 시민들은 결국 분노를 표출한다. 그들은 목소리를 내기 위해 하나둘 거리로 나서기 시작한다. 자신의 안전에 대한 최소한의 정보도 온전히 제공받지 못하고 오히려 정부로부터 통제의 대상으로 취급된 시민들은 ‘민주주의의 위기’를 체감하며, 더 이상 ‘가만히 있을 수 없다’고 느낀 것이다.

언론은 도심 한복판에서 연일 세를 불려가는 집회의 열기를 조명하지 않는다. 대신 시민들이 직접 기록한 투쟁의 과정이 인터넷을 가득 채운다. 그리하여 입소문과 SNS를 타고 탈핵과 민주주의의 외침이 전일본을 강타하고, ‘수상 관저 앞에서’까지 울려 퍼진다. 정부도, 언론도 믿을 수 없는 상황에서 시민들은 자신의 뜻을 관철하기 위해 즐겁게 연대해 간다. 그 과정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이 영화는 상당히 흥미로운 기록이다.

 

서울인권영화제 자원활동가 심지

감독

오구마 에이지

오구마 에이지

오구마 에이지는 도쿄 게이오대학의 정책학 교수이다. 그의 연구는 역사사회학의 관점에서 바라본 민족주의, 식민지 정책, 민주주의, 사회 운동 등을 포괄하며, 지금까지 그는 출판물들로 일본에서 여섯 개의 상을 수상했다. 또한 그는 후쿠시마 사고 이후 반핵 운동에 참여하면서 신뢰를 얻어왔다. 이 작품은 많은 활동가들과 영화 제작진의 협력으로 완성된 그의 첫 작품이다.

인권해설

이 작품은 도쿄전력 후쿠시마 제1핵발전소 사고 이후 일본사회의 변화를 기록한 것이다. 도쿄 도심 한복판에서 탈핵집회가 연일 이어졌고, 현재도 계속되고 있다. ‘데모 따위는 일부 과격한 사람들이나 하는 일’이라고 생각해 왔던 ‘보통’ 사람들이 스스로 거리에 나서 ‘핵발전 NO’를 외치기 시작한 것이다.

생각지도 못한 대재앙을 눈앞에 둔 사람들은 애초에는 우왕좌왕할 수밖에 없었다. 정확한 정보가 차단된 상황에서 방사선 피폭의 불안감과 더불어 일상을 송두리째 빼앗긴 후쿠시마 사람들의 분노는 나날이 높아갔다. 다양한 감정들을 표출하기 위해 사람들은 뭔가를 해야만 했고 결국 그들은 거리에 나서기 시작했다. 60년대를 마지막으로 일본에서 거의 보기 힘들어진 데모가 자연발생적으로 터져 나왔다. 입소문과 SNS를 타고 분노는 온 열도로 퍼졌다. 카메라 앞에서 ‘데모에 참여하는 것은 처음’이라며 얼굴을 붉히는 사람들. 그들의 눈빛에서 뜻을 함께하는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였다는 기쁨과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해방감을 읽어내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이렇게 시작한 작은 움직임이 결국 2012년 여름 수상관저 앞에서 ‘탈핵’을 외치는 20만 명의 성난 군중이 되었다.

그 후 아베 정권 등장의 패배감으로 운동은 일시적으로 후퇴된 것처럼 보였지만 끝난 것은 아니었다. 수상관저 앞에서 매주 금요일에 열리는 탈핵 집회도 그렇고 핵발전 의존 정책으로 돌아가려는 정부와의 힘겨루기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작년 ‘비밀보호법’과 ‘안보법안’에 반대하는 큰 원동력이 되었다. 영화는 주로 도쿄를 중심으로 한 수도권 시민들의 탈핵운동을 중심으로 다루고 있지만, 지역에서도 탈핵운동은 그 전보다 현저히 발전했다. 특히 핵발전소 입지 지역 주민들이 핵발전소 재가동을 막기 위해 꾸준한 싸움을 지속하고 있다. 안타깝게도 작년 8월 센다이 핵발전소 1, 2호기 재가동을 저지할 수 없었지만, 사고 발생부터 5년 동안 일본의 거의 모든 핵발전소는 지금도 가동되지 않고 있다.

사회를 바꾼다는 것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일이 아니다. 현재 후쿠시마 사고 현장과 전국의 핵발전 재가동 상황 또한 결코 낙관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과정과 결과의 경계는 항상 애매하다. 낙관도 부정도 할 수 없는 상황에서도, ‘미력은 무력이 아니다’라는 말처럼 서로를 믿고 한발 한발 나아간다면, 우리는 조금씩이라도 사회를 움직일 수 있지 않을까? 이 영화는 그런 희망의 단서이다.

 

오하라 츠나키 (탈핵신문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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