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가지 안부: 세월호10주기 옴니버스 다큐멘터리 Three Sides to Every Story

작품 줄거리

2014년 4월 16일, 통곡이 들이치는 팽목항에 카메라를 비춘 이들이 있다. 가족을 잃고 그 흔적을 찾아 싸워온 이들이 있다. 생존자이자 친구로서, 친구의 죽음과 서로의 아픔을 애도하고 돌보는 이들이 있다. ‘그 날’은 이들에게 어떤 질문을 남겼을까. 진실을 향한 싸움에서 어떤 흔적이 이들을 견디게 했을까. 그 자리에 함께한 이들은 누구일까. 이들은 어디로 향하고 있을까.

프로그램 노트

10년. 누군가에게는 ‘벌써’일, 누군가에게는 ‘아직도’일 시간. 그동안 우리는 침몰하는 세월호만을 목격한 것이 아니다. 온몸을 던져 싸워온 유가족, 세상을 바꾸고자 했던 시민들, 참담할 정도로 아무것도 하지 않았던 국가, 그리고 무엇보다 참을 수 없었던, 반복되는 참사를, 아픔과 분노를 목격했다. 아니, 겪어왔다.

영화 <세 가지 안부>는 세월호 이후의 세월을 어떻게 살아냈는지, 그 기억을 안은 사람들은 어떤 삶을 이어가고 있는지, 안부를 건네듯 묻는다. 팽목항에서의 질문을 아직 품고 있는 언론인. 유류품을 따라가며 견뎌온 시간을 훑는 유가족. 매년 친구를 보러 봉안당으로 떠나는 생존자와 친구들.

이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다보면, 세월호의 기억이 어떻게 우리 모두의 기억이 되었는지 돌이키게 된다. 풀어야 할 질문이 남아서, 10년 전과 달라진 게 없어서, 가족이, 친구가 보고 싶어서, 아직도 진실을 알지 못해서, 참사의 자리에 언제나 국가는 없어서, 또는 슬픔이 끝나지 않아서, 세월호를 기억한다. 너만 아픈 게 아니라고 손내미는 이를 만나서, 함께하다 보니 밥도 먹고 웃게 돼서, 같이 분노하고 아픔을 나눠서, 어떻게든 삶은 이어져야 하기에, 세월호를 기억한다.

우리는 세월호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기억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각자의 고유하고 다채로운 세계에서, 역동하며 이어지고 있다. 그래서 세월호 이후의 세상을 함께 살아가고 있는 당신에게도 안부를 건네고 싶다. 괜찮냐고, 잘 지냈느냐고. 당신에게 세월호는 어떤 기억이냐고, 그 기억은 어떤 삶으로 이어지고 있느냐고. 그 곁에 같이 있고 싶다고.

– 서울인권영화제 상임활동가 고운

감독

주현숙, 한영희, 오지수

▪ 감독 주현숙
<가난뱅이의 역습> (2012, 연출)
<빨간 벽돌> (2017, 연출)
<공동의 기억 : 트라우마> (2018, 연출)
<당신의 사월> (2020, 연출)
▪ 감독 한영희
<레즈비언 정치도전기> (2010, 연출)
<안녕, 히어로> (2017, 연출)
▪ 감독 오지수
<Move@8pm> (2022, 촬영)
<허밍> (2020, 연출)
<공동의기억: 트라우마> (2018, 연출)

인권해설

그날, 우리는 몇 가지 공통된 기억의 장면을 공유한다. 점점 수면에서 사라지던 선박의 모습이 중계되던 뉴스화면. 생존자 명단이 적힌 화이트보드 앞에서 없어, 라고 외치고 주저앉는 어머니로 보이는 중년 여성. 담요에 둘둘 감긴 채 돗자리가 깔린 진도 체육관에 우두커니 앉아있던 생존자의 뒷모습.

10년이 지났어도 우리가 아는 이미지가 바뀌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한 이미지들은 목격했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는 무력감을 다시 불러일으키고 슬프고 괴로웠던 4월 16일로 다시 우리를 데려다 놓는다. 이것이 우리가 4.16세월호참사를 떠올리면 숙연해지는 이유다. 그렇다면 그 화면 속 대상들은 여전히 2014년에 머무르고 있는가?

<그레이존>에서는 ‘기레기(기자와 쓰레기의 합성어로 비하적인 표현)’라고 불리었던 기자들이 카메라 앞에 선다. 그날 팽목항과 진도 체육관에 있던 기자들은 모두 ‘기레기’였을까? 이역만리 타국에서 고국의 뉴스를 보던 사람도 느꼈던 감정들이 아직도 우리를 연결하고 있다. ‘기레기’일지언정 현장에 있던 그들은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을까? 소위 말하는 ‘그림’이 나오는 과정에 놓인 언론인들의 과거와 현재의 증언이 이어진다.

<흔적>에서는 절대적인 ‘피해자’, 한날한시에 아이를 잃은 ‘어머니’들, ‘꿈 많고 순수했던 우리 아이들’ 이 나온다. 사실 이 말이 이들에게 동정 받을만한 자격을 요구하는 압박이 된다는 것을 우리는 너무나 늦게 알았고, 아직도 우리 사회는 ‘피해자다움’을 검증하려든다. 애도가 아니라 투쟁을 해야 했던 이들이 받았던 압박들은 공권력과 여론으로부터만 오지 않았다. ‘피해자다움’은 피해자들의 내부로 파고 들어간다. 스스로를 검열하고, 다른 가족이 가진 슬픔을 재단하려 들고, 희생당한 이의 도덕성에 따라 순결을 검증하려든다. 이 영화에서는 ‘있는 그대로를 사랑할 수 있는가’, ‘인간 그 자체를 잃은 것으로 슬퍼할 수 있는가’를 묻고 또 되묻는다. 모든 참사의 피해는 희생 당사자와 그의 가족들, 이 사회로 종국에는 확장된다. 그렇기에 우리는 ‘피해자다움’에서 해방되어야 한다. 이 영화는 먼저 ‘피해자다움’에서 몸부림쳐본 이들이 나오는 해방과 사랑의 영화다.

<드라이브 97>에서는 가보지 못한 미래를 사는 이들이 나온다. ‘나의 오늘은 누군가가 그토록 바라던 내일’이라는 말이 있다. 이 말만큼 잔인하고 시혜적인 말이 또 있는가. ‘주어졌으니 잘 살아야지’, ‘그렇게 우울에만 젖어있다니 낭비야’와 같은 말처럼 우리는 살아남은 이들에게 이렇게밖에 대하지 못하는 냉혈한인가? 이렇게 반박하는 어른 세대 사이에서 자신만의 시간과 방법으로 기억하는 생존자가 전면에 나선다. 여기에는 당사자와 누구보다 긴밀하게 공감하는 또래 세대가 함께한다. 더 이상 이들은 가녀린 청소년이 아니다. 극대화된 단편적인 모습으로 타자화되었던 존재가 직접 앞에 나선다는 것에서부터 혐오에 균열이 나기 시작한다. 

참사의 목격자로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다짐, 우리가 모이면 바꿀 수 있을 거라는 희망, 기억의 물결이 불러온 탄핵. 하지만 그 뒤에 이어온 탄핵사유 제외, 해경 지휘부와 청와대, 행정부 인사들의 무죄 및 약식 판결, 두 번의 조사위원회에도 밝히지 못한 침몰원인으로 야기된 혼란. 그렇게 굳어진 책임지지 않는 사회 분위기가 만들어낸 새로운 참사. 더불어 금년 5월 30일 구조하지 못한 국가의 방기 행위가 위헌적이라며 냈던 헌법 소원 심판 청구에서 ‘판결’도 아닌 각하 ‘결정’이 내려졌을 때, 좌절하고 낙담하며 “벌써 10년”이라는 생각이 들 때, 이 영화는 자신의 근황과 함께 안부를 건네며 “이제 10년”이라고 말하고 있다.

혜원(4월16일의약속국민연대)

 

4월16일의약속국민연대

416act.net

4월16일의약속국민연대(약칭 4.16연대)는 세월호참사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생명 존중 안전사회 건설을 위해 세월호참사 피해자와 시민, 단체가 함께 만든 ‘통합적 상설단체’입니다.국내외 수많은 시민들이 2014년 4월 16일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세월호참사 이전과는 다른 세상을 만들기 위해 마음을 모았습니다. 그렇게 이듬해인 2015년 6월 28일 4.16연대가 출범하였습니다. 세월호참사를 잊지 않고 행동하겠다는 우리가 모두 4.16연대의 주체입니다.

 

626회 서울인권영화제세월호 10주기 특별 섹션: 애도와 기억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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